나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

싱글맘의 하루

by 소화록

아침에 출근해서 컴퓨터를 켜는데 지인으로부터 카톡이 왔다. "잘 지냈어?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어서 연락했어. 카톡으로 하긴 좀 긴데 통화 가능한 시간이 있을까?" 아이들 교육에 대한 고민이려나? 생각이 들어 대수롭지 않게 "점심시간에 통화 가능해요! 그때 연락해요."라고 답했다. 점심에 전화 온 지인은 선뜻 '고민'의 내용을 꺼내지 못했다.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말투와 떨림으로 이혼을... 염두하고 있다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도움을 구할 곳이 없어서 나에게 연락했다고 했다. 이 지인은 평소에는 아이들한테도 잘하고 집안일도 협조적이고 좋지만 서로 물러설 수 없는 부분의 주제가 나오면 바닥까지, 정말 끝까지 싸움을 하게 되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자신만의 논리로 대응하는 남편과 대화를 하다 보면 자신이 이상한 사람이 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더 이상의 대화를 거부하는 남편을 향해 그럼 이혼하는 수 밖에는 없다고 하니 남편은 '네가 먼저 이혼 이야기 꺼낸 거야.' 라며 이혼에 찬성을 했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진심이고 오기이고 객기인지 모른다. 본인도 모르고 상대도 알 수 없다. 나의 경우에는 조정 이혼을 위한 친권, 양육권, 위자료, 양육비 등 구체적인 사항들을 전남편과 협의하고 서류를 접수했음에도 전남편은 사무실로 법원 출석 우편이 오니 그제야 내가 진심으로 이혼을 하려고 한 줄 알았다. 싸울 때마다 서로의 깊은 곳에 있는, 양립할 수 없는 그 지점이 그 무엇으로도 깨뜨릴 수 없는 각자의 빙산이며 이 부분은 일상을 살면서 쉽게 알아챌 수도 없고 그래서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어 나갈 가능성이 희박하다. 지인은 벌써 협의 이혼 관련해서 변호사와 상의도 했고 주변 사람들(아마 가족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행정적인 부분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남편이 대화할 마음이 생긴다면, 자신의 양보할 수 없는 일부를 받아주기만 한다면 그래서 반복되는 싸움의 내용을 개선할 수만 있다면 이혼하지 않고 잘 살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한다.


그래서 말했다. 이혼은 언제든 행정적인 준비나 주변에서 도와줄 자원들이 많다. 하지만 서로가 대립하고 있는 그 지점에서 왜 내려놓을 수 없는지 자신을 살피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를 통해 부부 상담을 받을 것을 권했다. 이미 당사자끼리의 대화는 '네가 굽히냐 내가 굽히냐'의 상황으로 들어섰고 이혼을 결심하기에 앞서 먼 훗날 부부로서 가정을 지키기로 최선을 다했다는 노력. 거기까지는 해봐야 나중에 후회가 없을 것인데 이혼서류를 들이미는 것도 나름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는 있겠지만 그것보다 부부상담을 받으면 미처 알지 못했던 나 자신에 대해 알아가면서 부부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이 실은 나 자신의 문제임을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언제든 이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있지만 중간 과정으로 상담을 한 번 넣으면 어떨까 싶어 의견을 말했다. 그러자 지인이 남편은 자신의 가정과 자신의 과거에 대해 물어보는 것을 극도로 꺼려한다면서 나한테도 말을 안 하는데 제삼자한테 말할 수 있겠냐? 고 반문했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말할지는 모르지만 우선은 나 스스로가 가정을 회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는 과정으로 상담이야기를 꺼내보라고 했다. 이혼을 구체적으로 준비하고 생각해 본 사람은 안다. 협의 이혼으로 끝날 수 있지 안되면 조정 이혼으로 가야 할지, 거기서도 안되면 재판으로 갈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한시 앞을 예견할 수 없는 상황에서 혼자서 100수 앞을 내다보느라 생각만으로 스트레스받고 진이 빠지고 에너지 소모가 크다는 걸... 그래서 지인에게 딱 하루하루만 생각해서 우선 부부상담을 먼저 권해보고 상대가 싫다고 하면 그건 그때 가서 또 생각해 보자고 했다. 그리고 매일매일 일기를 썼으면 좋겠다고 했다.


통화의 말미에 지인은 '이혼 그런 일은 없을 거야. 그래도 노력할 거야.'라고 이야기하며 다음에 또 연락하겠다고 하고 끊었다. 사실 본인도 여러 마음이 드는 거다. 누구나 선택을 하고 행동을 할 때 100퍼센트의 마음으로 하진 않으니까.. 마음이 이렇게나 복잡하고 오묘해서 그럴수록 더 부부간에 갈등 관계일 때를 놓치지 말고 자신을 들여다봐야 한다. 나를 알아갈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이혼하고 끝이 아니다. 타인과 함께 살아가는 삶은 죽을 때까지 계속된다. 그리고 생각보다 타인의 이유로서가 아닌 나만의 고유한 이유로서 갈등이 생기고 갈등에 반응할 때가 많다. 일상을 유지하기도 벅차고 직장에서 일하고 아이를 육아하기도 힘들어 정작 인생의 중요한 질문을 고민할 시간을 내지 못하거나 회피하기 바쁠 때가 있다. 물론 그렇게 사는 것도 잘 못 산다고 말할 자격은 없다. 누구도 타인의 삶을 평가할 권한은 없으니까. 하지만 때로는 잠시 멈추고, 나를 대면할 용기가 필요하기도 하다. 나를 알아갈 때 삶은 변화할 수 있는 다시는 없을 기회가 생기기도 하니까.

keyword
이전 15화욕구 지연시키기(2)(feat. 훈육의 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