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의 하루
대학교 4학년 때 함께 임용고시를 준비했던 스터디 중 한 친구가 결혼을 한다. 공교롭게도 같은 날 딸은 교회에서 여름성경학교를 해서 하루 종일 교회에서 보낸다. 반가운 우연이다. 오전에 결혼식 갔다 오후에 자유시간 가질 생각에 설렜다. 어딜 가나 항상 아이와 함께여서 그런지 결혼식 같은 사람 많은 곳에 혼자 가는 것이 오랜만이어서 떨리기도 했다. 건너 건너 인사하며 지냈던 먼 지인들도 볼 수 있는 자리라고 생각하니 긴장되기도 했다. 며칠째 비가 참 많이 내린 날들이다.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차가 끊겼지만 멀리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운전해서 온 지인도 있었다. 온 세상이 축복하는 오늘 날씨와 상관없이 신부는 자태는 아름답고 신랑도 건치 미소가 그칠 줄 몰랐다. 설교자의 목소리는 또 왜 이렇게 감미로운지. 이들의 결혼 생활이 저 목소리처럼 달콤하고 행복할 것만 같았다. 축가는 신부가 회장으로 있는 교회의 청년부에서 불렀다. 숭고하고 진정성 있는 ccm 가사가 마음에 울렸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아니, 완벽하지 않았다. 하나 빠진 것이 있었다. 이토록 찬란한 날에 함부로 거론해서는 안 되는 말. 결혼은 현실이라는 말이 빠졌다.
낭만주의로 가득 차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영원히 함께하기 위해 결혼을 약속한다. 그리고 결혼식을 하며 사람들에게 선언을 한다. 아니다. 행진을 멈추지 마라. 이것이 결코 사랑의 완성이 아니다. 우리는 꽃길로 미화된 결혼 생활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그 사랑이 무색하리만치 함께 맞춰나가는 삶은 자갈길 그 자체다. 너무나도 아름답게 포장된 결혼식에서 내내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다. 아이를 낳는다면 이들은 엄마와 아빠로 불림을 받으며 많은 시간을 보내느라 서로에게 연인이었던 때를 잃기 쉽다. '부부'가 아닌 '부모'로 존재하는 시간들만큼 이들의 협동심과 우정, 의리를 쌓아갈 시간이 펼쳐진 것이다. 이 결혼 생활이 맞는 건지 말할 수 없는 고민과 고충 속에서 서로가 조금씩 깎이고 갈려간다. 얼마 전 이혼을 고민하며 통화를 했던 지인이 자꾸 생각났다. 결혼의 찬란한 시작과 결혼 n년차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져서 씁쓸했다. 그래. 앞으로 가야 할 수많은 길들을 위해 오늘 더 더 많이 응원과 축하를 한데 받기를 바라는 마음도 들었다. “언니 마음은 어때요?” 문자를 보냈다. 결혼식이 끝날 때쯤 '감사하게도 대화를 잘했고 앞으로 가정을 잘 세워가 봐야겠다'라고 답이 왔다. 가끔 진하게 행복하고 가끔 헤어져야 하나를 고민하는 우리네 삶. 누군가 그랬다. '못 해 먹겠다.'는 말은 실은 '너무너무 잘 해내고 싶다.'는 말과 같은 말이라고. 어쩌면 수많은 부부들은 잘하고 있다는 응원과 격려가 절실하다.
알랭 드 보통의 <달콤한 연애 그 후의 일상> 책에는 남녀가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한 후의 일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감정과 오해와 사소함으로 점철된 갈등이 내면을 직시하고 돌아봄으로 과거로부터 자유해지고 비로소 서로를 온전히 바라보는 현재를 살기까지 굉장히 자세하게 그렸다. 나 역시 그런 일련의 결혼 생활을 거쳐왔다. 실질적인 결혼을 준비하자. 식장 예약, 스드메 예약과 동시에 나를 돌아보고 나의 내면아이를 돌보는 노력도 게을리하지 말자. 모두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