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배우고 싶어서
9월의 첫날이다. 2학기 개학한지는 좀 되었어도 오늘이 본격적인 2학기가 시작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 이유로서는.. 우리 학교 공모 교장으로 새롭게 부임한 교장선생님을 맞이하는 날이기 때문이다. 매일 얼굴을 보게 되고 작은 한 마디에도 교사에게 파장이 큰 작은 학교에 있다보니 관리자가 어떤 스타일의 사람이 되느냐에 신경이 곤두설 수 밖에 없다. 제발 그 분이 꽂혀있는 업무가 내 업무는 아니길 바라는 마음도 있고 말이다. (모두 같은 마음 맞죠?) 앞으로 몇 년간의 학교의 큰 흐름이 달라질 것을 예상하면서 월요일 출근을 나선다. 1교시 시작전에 교무실에서 다같이 모여 인사를 나누었다. 이미 공모 교장 면접 때 계측위원을 담당해서 교장 선생님의 얼굴을 본 적은 있지만 가까이서는 처음이다. 반 아이들이 '올해의 우리반 담임 선생님은 누구실까? 예쁠까? 친철할까?' 궁금하고 기대되고 긴장되는 것처럼 교사의 마음 역시 우리의 관리자는 어떤 분일까? 하고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 든다. 이후 1교시부터는 교장 선생님께서 6개 반을 돌면서 학생들과 짧게 인사를 나누셨다. 실로 큰 변화가 시작되었다.
학급에서 자리바꾸기를 했다. 원래는 ㄷ자 모양으로 짝꿍과 함께 둘씩-둘씩-둘씩 앉는 모양이었는데, 자리를 바꾸자마자 짝꿍끼리 4~5번은 싸워서 바로 자리 대형을 바꾸었다. 혼자 앉고 다 떨어져 앉는 모양으로 말이다. 협동심과 우애를 위해 1학기 짝꿍 모드를 유지했었는데 아이들의 드센 모습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고 싸움이 수업 시간을 방해하는 정도가 되니 도무지 안될 것 같다. 서로 때리면서 싸우다가도 돌아서면 같이 다시 놀고 있는 모습이 반복되고 있는데, 과거의 어느 때처럼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는거지~' 하며 손놓고 있을 수도 없어서 고민이 크다. 매 시간들이 싸움들의 연속이라 수업 중 반절은 생활지도로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자리 대형의 변화가 학급에 어떤 변화를 일으킬 지 모르겠다. 생활지도도 점수제도, 보상제공, 때로는 강력하게 혼내기도 하며 다양한 방법을 쓰고 있지만 이렇다할 효과는 사실 잘 모르겠다. 우선 ADHD와 과잉행동장애로 나온 수현이가 어서 진료를 받고 약을 먹어야 할 것 같다. 오늘은 유독 욕도 많이하는 수현이를 보며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받고 싶다.
수학 시간에 99까지의 수를 알아보는 활동을 하고 있다. 아이들 한명 한명 나와서 연결큐브를 통해 묶음과 낱개를 조작하는 활동을 충분히 가지니 확실히 연산 활동이 수월했다. 이미 쉬워보이는 부분도 직접 손으로 구체물을 만지며 경험을 하니 아이들 본인이 스스로 활동했던 부분은 몸이 기억하고 남음을 체감하고 있다.
오늘의 마지막 5교시 수업은 '명상'이다. 수업을 진행할 수 없는 분위기와 상황에 오랜만에 일장연설을 길게 한 후, 예정된 교실놀이 대신 명상을 하겠다고 했다. 바닥에 누워서 온 몸의 힘을 풀고 눈을 감도록 했다. 쉬어가는 시간이다. 너도 나도 있는 모습 그대로를 느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