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결. (작가후기)
이렇게 저는 에세이를 마치게 되었습니다.
연초에 시작한 에세이는요, 사실 전기가 완전히 나가고, 인터넷까지 끊긴 상황에서, 그 어떤 것도 집에서 무언가를 할 수 없던 채로 시작한거예요. 돈이 없어서 학교도 갈 수 없었고, 커피 한잔에 1-2유로하는 곳에서 서빙하는 직원의 아량으로 충전기를 꽂은 채 한나절을 계속 앉아 글을 쓰고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렇게 하면, 무엇이라도 돈을 벌 수 있는 발판이 되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걸었거든요.
아무것도 이룬 것이 없는 것 같아서, 제대로 배운 적도 없고 전공도 아닌 분야에 약간의 소질이 있어 모든 사람이 칭찬해주셨다는 이유로 겁없이 뛰어든 이 분야로 몇달만에 수익이 생길거란 기대를 했죠. 게다가, 무명 음악인 - 그것도 여전히 학생- 의 아주 약간의 사진만 겨우 업로드 되어있는 채로, 그 어떤 화려한 여행기나 성장기 없이 오로지 내면의 이야기로만 채운 에세이에 뭔가를 걸었다는 것, 지금 생각해보면 참 우습네요.
시작한 일러스트는 캐릭터들로 구성된 아주 가벼운 그림이였고, 나름 쓰기 시작한 서투른 글은 제대로 빠져드는 순간부터 시공간이 마치 다른 차원에 있는 것처럼 완전히 틀어졌습니다. 창작의 세계란, 악기나 무용처럼 몸의 리듬과 절대적인 시간법칙에 물리적인 총량이 비교적 비례하는 것과는 다른 것이구나 체감했어요.
시간은, 상대적입니다. 내가 쏟아부은 질량과 다르게 흐르기에, 절대적인 현상계의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모르고 하루에 1-2시간씩 잠을 지세우며 작업을 몰두했고, 그 과정은 전혀 제가 의도적으로 노력을 했다거나 기운을 내서 억지로 집중을 한 것이 아니였어요.
그렇게 전시도 하고, 공모전도 참여하면서, 막연히 "뭐라도 하면 돈을 벌 수 있을 거야"라는 믿음과는 달리 여러가지 안좋은 일도 겪었지만, 아무튼 진행을 했고 에세이도 완결을 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 바람이 실질적인 수입으로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기적처럼 머무를 수 있는 공간으로 이끌어, 가장 아끼는 동생과 함께 살게 되어 더이상 주거공간으로 인한 고생은 하지 않는 상황으로 전환이 되었어요.
처음 여권을 만들던 날, 구겨지거나 잃어버리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수제 가죽 케이스를 주문했습니다. 푸른색을 좋아해서, 여권 가죽 케이스에 제 본명 바로 옆에 "sky"라는 각인을 새겨넣었어요. 하늘, 그리고 그 하늘을 담은 물, 거대하고 검은 파랑 안으로 뛰어들어 숨이 멎어버릴지언정 그 것을 멈출 수 없었던 영화속 두 주인공들을 떠올렸지요.
뤽베송 감독의 영화 "그랑 블루"에서는요, 보이지 않는 바다 저 깊은 곳까지 잠수해 얼마나 오래 버티는지 시합을 하고, 그 한계를 보는 내용으로 이어집니다. 저는 이 곳 유럽에 음악을 공부하기 위해 온 것이 마치, 그랑블루(거대한 파랑 이라는 뜻 - 프랑스어 직역)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기 위해,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곳으로 뛰어든 것과 같았어요.
어떻게든 좌절하지 않기 위해 글을 붙잡은 것이 아니였을까, 하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그동안 제 곁에는 고양이, 프랑스 한인 친구들, 그리고 프랑스 친구들과 독일 친구의 초대, 유럽의 친정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각별한 집주인 할머니까지 제 곁에는 늘 저를 일으켜세워줄 사람들로 가득했다는 것과, 이 작업들을 통해 만난 새로운 소중한 인연까지 - 겸손하셔서 저의 "팬"이라고 해주시는 유능한 미술작가님을 알게되어 영광이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글과 그림작업을 병행하고 있지만, 여전히 저는 음악을 가장 사랑하고, 피아노 악기를 손에서 놓고싶지 않습니다. 장콕토는 "르네상스형 만능 예술가"로 불리우는 다재다능한 예술가로, 그는 시, 극작, 소설, 비쥬얼 아티스트, 영화감독까지 활동해 수많은 협업을 통해 창작의 틀을 깨부쉈어요. 그는 스스로를 시인이라 했고, 모든 작업을 "시적 행위"라고 규정했습니다. 저 역시 그의 모든 작업적 의의에 동의하는 바에요. (제 에세이 06화, "안녕, 마리아" 에서는 사온이라는 시인을 한울은 알을 것이다 - 라고 이야기하는 것과 일맥상통합니다.)
너무나 서투르고 어설프지만,
지금까지 제 이야기를 들어주신 모든분들께
진심으로, 다시한번 감사드립니다.
모두,
제 글을 읽으시면서,
거대한 낭만의 바다에
푹 - 빠지셨기를 바랍니다.
더 많은 이야기를 쓰고 싶었지만, 모두 거짓없는 실화를 바탕으로 쓰였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아닌 주변인에 대한 이야기를 허락없이 쓸 수 없었어요. 예를들면, “좋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 이후, “좋은 선생님이 되는 법” 을 실으며, 제가 피아노 레슨한 다국적 아동의 각기 다른 배경의 음악 교육 현실과 서로 다른 문화적 차이로부터 오는 여러가지 갈등과 화합에 대한 이야기도 다루고 싶었고 그 외 영국에 머무르며 만난 노부부의 다른 이야기도 더 싣고싶었습니다. 매우 흥미로운 이야기들이지만, 그리고 그 것들을 인스타툰이나 기타 다른 “썰”로 유튜브 숏폼 등에 활용한다면 꽤 재미가 쏠쏠할 수 있겠지만, 저는 그 것들을 욕심내지 않기로 했습니다. 논픽션인 만큼 할 수 있는 만큼의 이야기를 하고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