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했겠지?
내가 태어나기 전에는?'
'나는 겨우 명절 전날 와서 거의 완성해놓은 음식을 거들기만 하니 며칠을 혼자 고생하셨을 텐데..'
'나는 젊기라도 하지,
우리 어머니는 허리도 아프신데...'
[나] "오 예쁘네요~^^ 근데 어머니 저 집에서도 앞치마 잘 안 해요. 옷도 편한 거라~ 어머니 하세요~"
[시어머니] "아니.. 친척들 오면 며느리가 앞치마를 하고 있어야 일을 한 것처럼 보이지... 그리고 어른들 앞에서 발 보이는 거 아니니 덧신은 꼭 신어라"
귀머거리 3년, 장님 3년, 벙어리 3년
[숙모] 어머 벌써 다 먹었어? 좀 더 먹어~
[사촌] 그럴까?
... 특히 시어머니와의 갈등이 단골 소재였는데, 그전까지 내가 알고 있던 '고부 갈등'과는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올가미>나 <사랑과 전쟁>에 나오는 극단적인 사건이 아니었다. 순간 타이밍을 놓치면 다시 그 일을 끄집어내 따지기 어려운 미묘하고 사소한 사연들이었다.
by. 며느라기 작가 수신지
[시어머니] 친척 어른들이 아직 계시는데 네가 먼저 자리 뜨는 건 예의가 아니다!
[나]?? 어머니, 저도 친정 가야죠 ^^
[시어머니] 어차피 친정은 가까우니 평소에도 자주 가지 않니? 그리고 오늘 저녁 먹는 거 아니니?
[나] 그렇긴 한데 더 늦게 나가면 차도 막히고 집에 들렀다 가려면 좀 빠듯하더라고요~ 저희 집에서 매번 저희가 제일 늦게 가서 언니랑 형부한테도 미안하더라고요
[시어머니] 멀리 시집왔으면 그건 당연한 거지! 저번에도 너희 먼저 일어나서 가버리니 어른들한테 안 좋은 얘기 나왔다. 이제 갓 시집온 애가....
[남편] 어머니! 나도 장거리 운전하고 피곤해서 집에서 잠깐 쉬었다 가려면 지금 출발해야 돼요!
삼촌, 숙모들은 자식들이 다 결혼 안 했으니 뒤에 할 일이 없지만 우리는 아니라고요
"며느리로서 어찌어찌해야 할 것 같은 마음"
한국사회에서 시부모가 결혼 생활에 끼치는 영향력이 너무 크다는 사실을 오랫동안 학습한 여성들은 평탄한 결혼 생활을 위해 '사랑받는 며느리'가 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게 된다. 시부모의 지지가 자신에 대한 남편의 애정을, 가정의 안정을 담보한다는 믿음이다.
"내가 나를 지키지 못했던 시간"
이라고 표현한 자괴감은 행복한 결혼 생활을 위해 노력했던 여성이 그로 인해 불행해진 자신을 깨닫고 느끼는 복잡한 감정이다. 평화를 깨지 않기 위해 순응할 것인가, 갈등이 생기더라도 부딪쳐 벗어날 것인가?
by. <민사린의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칼럼 中
다들 이렇게 사는 건가?
그냥 나만 참으면 되는 건가?
내가 여우 같지 못하고 곰탱이 같아서 현명하게 대처를 못하는 걸까?
잘살려고 결혼한 건데 이런 걸로 싸워서 남는 게 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