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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Oct 12. 2022

자식이 생기면 문제가 달라진다


자매의 성격이 어쩜 이리 다를 수 있을까?

나와 달리 마치 조선시대 사대부 며느리 같은 둘째 언니는, 보수적인 집안에서 자란 남편 또한 신기해하는 인물(?)이다. 본인을 희생하며 주변을 살피는 게 마치 성모 마리아를 보는 듯한 느낌이라고 했다.


사람마다 성격이 제각각이니,

'내 몸이 피곤하더라도.. 내가 더 손해 보더라도.. 상대방에 져주는 게 마음이 더 편한 사람'이 있지만.


그건 개인의 문제니 남이 왈가왈부할 바는 아니다.

(애정이 있는 주변인의 입장에서는 복장이 터지기도 하지만)





같은 교육을 받고 각자 직장생활을 해온 남녀가 결혼이라는 것을 했을 뿐인데.

집안일의 주 역할은 여자의 몫이 되고, 시가에서는 손님인 며느리가 주방에서 잡일을 하는 게 당연하게 된다.


아들이 주방에 들어오면,


"어디 남자가 주방문을 들락거려!", "네가 설거지하는 모습을 보니 눈물이 난다"라는 명언은 모두 최근에 주변에서 들은 실제 사례들이다.


물론 어떤 말을 듣고, 어떠한 대접을 받든 그 또한 내가 괜찮으면 괜찮은 거다.







그런데 자식이 생기면 문제가 달라진다.



나 혼자 인내하면 끝나는 게 아닌 성차별적인 마인드가 대물림되면 그건 사회적인 문제가 된다.



언니의 시어머니는 여자 조카와 남자 조카를 대놓고 차별하는 발언을 하고, 훨씬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남자 조카가 야위었다며 언니에게 잘 먹이라며 은근히 나무랐다고 한다.


아이들은 어리지만 다 느낀다.

어렸을 적 "네가 고추 달고 태어났으면 참 좋았을 텐데~" 라던 할머니의 말에 어린 동생이 펑펑 울던 모습이 눈에 선한 것처럼, 나의 여자 조카는 친할머니보다 외할머니를 더 좋아한다.



어느 날 남자 조카가 늦잠을 잔 동생에게 얘기했다.


"이모는 여잔데 잠이 많네~우리 엄마랑 누나는 일찍 일어나는데~"


동생은 "야! 여자도 늦잠 잘 수도 있지~너네 엄마랑 누나가 특이한 거야!" 웃음을 터뜨리며 조카에게 얘기했고 어린 조카는 여전히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했다.

착한 언니와 형부 밑에서 잘 자란 조카들이 유독 성역할 부분에서 어린 시절의 나처럼 혼란스러워할까 걱정이 되어 물어본 적이 있다.



[나] 언니, XX(여자 조카)가 커서 언니처럼 결혼 생활했으면 좋겠어?
[언니]..... XX는 그럴 리 없어. 당차고 신여성처럼 키울 거야.



물론 나의 여자 조카는 외탁했는지 무서우리만큼 나를 많이 닮아서 그럴 리 없다고 생각은 한다.


사실 동생 입장에서 '언니가 지금보다 혼자 덜 희생했으면, 덜 고생했으면...' 하는 마음에, 어떤 말도 듣지 않으니 자식사랑을 이용한 자극요법을 사용하려는 나름의 계획도 있었다 (효과는 없었지만)








같은 가정환경에서 자란 언니와 내가 결혼제도에서 여성에게 강요되는 희생에 전혀 상반되게 반응하고 있지만 같은 시대를 살아온 우리 세대의 솔직한 마음은 같다.


가정 내에서 성에 따라 역할을 구분 짓거나 차별적인 언행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



'엄마는 딸의 인생을 지배한다'거나,

'엄마는 딸의 미래다'라는 말을 싫어한다.


영향은 받지만 얼마든지 다른 삶을 살 수 있다고 믿는다.

단 그러려면 엄마들도 변해야 하지 않을까?



불편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미래세대 아니 내 아이를 위해서라도 우리가 솔직하게 바라는 동등한 성역할의 모습을 보여주는 용기가 필요하지 않을까?


개인의 노력은 한계가 있으니 사회적으로 호칭 개선뿐만 아니라 적극적으로 성평등 교육 개선부터 은연중에 사회 전반에 만연해 있는 차별적인 표현 개선, 관련 콘텐츠 생산으로 자연스러운 사회 분위기 조성 등 초반에는 불편하고 힘이 들 수 있지만, 한쪽으로 기울어진 시소의 수평을 맞추듯 처음엔 힘을 조금 더 들여도 되지 않을까?






나는 내가 '페미니스트'라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꾸미는 것도 좋아하고 실제로 여성스러운 취향인지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러한 말을 들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브런치에 '이 죽일 놈의 아들'을 연재하면서 처음으로 페미니스트냐는 질문을 받았다.



페미니즘의 의미가 여성과 남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운동이라고 하면 나는 페미니스트가 맞다.


하지만 내가 말하고자 하는 건 정치적, 경제적, 사상적으로 하는 거창한 운동을 말하는 게 아니라 그저 '역지사지' 하자는 것뿐이다.


본인의 부모가 남자와 여자로 구성된 것처럼 사회는 남성과 여성으로 구성되어있으니, 태생적으로 존재하는 신체적 특성 외에 다른 기준으로 분류하지는 말자는 것이다. 어느 책의 이야기처럼 다른 행성에서 온 신체구조가 다른 생물일 뿐이니까.




두 성별은 한쪽이 열등하거나 우월하지 않으며,
단순히 다를 뿐이다.

- 그레고리오 마 라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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