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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클로버 Oct 11. 2022

시누의 프사가 슬픈 이유


시누의 생일이었다.

1년에 몇 번 안보는 사이라 어색하지만 생일에는 카톡 선물하기로 편하게 적당한 금액대의 선물을 주고받는다. 올해도 어김없이 카톡 선물하기를 하려고 시누 프사를 보는데 결혼하고 처음 보는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미역국!



시누는 결혼 5년 차에 딸 1명을 낳아 기르는 전업주부다. 시댁이 보수적인 분위기인데 시누는 그보다 더 보수적인 집안의 남자와 결혼을 해 남편에게 밥상 한번 받아본 적 없다고 했다.


시누는 출산 막달까지 일을 했고 출산 후에도 복직할 계획이었으나 '아이가 아프다'라는 부부 공동의 문제에서 '엄마니까' 자연스럽게 커리어를 포기하고 주부가 되었다. 그리고 흔히 있는 이러한 케이스의 부부들처럼 전업주부가 된 시누가 자연스럽게 집안일과 육아를 혼자 도맡아 하게 되었다.






시누가 출산을 했던 해에도 미역국은 시어머니가 직접 끓여다 가져다주셨고, 시누의 시부모는 막 출산한 며느리에게 첫 째는 딸이니  바로 둘째 가질 준비를 하라는 말을 하셨다 들었다.


그런 시누의 프사에 #결혼 5년 만에 처음 #고마워♡ #남편이 끓여준 미역국 이라며 세세하게 설명이 불여진 미역국 사진이 올라와있었다. 은근히 여린 성격의 시누 성격에 엄청 울었겠구나 싶어 왠지 짠한 마음이 들었다.






요즘 명절에 시누를 보면 예전의 나를 보는 것 같다.


지금 우리 시부모님은 나와의 몇 번의 전쟁(?)을 통해 친척들에게 각자 가족들끼리 간소하게 명절을 보내자고 오지 말라고 하시고는 차례도 없애셨다. 그리고 명절 전날 저녁은 외식을 하고 전망 좋은 카페 투어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코스를 끝으로 시가로 돌아가는 중이면 시어머니에게 시누의 전화가 걸려온다.


[시누] 엄마~
[시어머니] 어~와~?
[시누].... 그냥~ 이제 음식하고 집에 가는 길에 해봤다~
[시어머니] 어.. 그래.. 고생했네~
[시누] 응.. 이제 내일 형님 오시면 또 가야지~



예전에 시어머니가 시누 시집을 보내고 나니 "과거에 너한테 했던 사소한 말과 행동들이 서운했겠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고 하신 적이 있다. 본인은 아들만 장가를 보내 놓고 딸은 출가외인이니 당연시 여겼던 것들이, 막상 본인 딸을 시집보내고 나니 마음에 걸리는 것들이 생각나셨다고.






나는 아직 부모가 아닌 자식의 입장일 뿐이고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달랐던 지라 시부모님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으면서 동시에 상처를 드리기도 했다.


초등학교 도덕 시간에 배우는 아주 기본적인 개념인 역지사지.

하지만 실제로 그 누구도 상대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으면 모를 수 있다.


그리고 지금 20,30대를 흔히 끼 인세 대라고 하는 것처럼 '삼강오륜'을 뼛속 깊이 배운 세대와, '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나야!'라는 사고방식이 많아진, 일명 MZ세대 사이는 끊임없이 삐걱거릴 수밖에 없지 않을까 싶다.







학교에는 명확한 선후배 개념이 있고 직장엔 직급이 있다. 하지만 가정에는 각 역할에 대한 명확한 정의는 없지만, 사회적으로 은연중에 깔려있는 '서열'이 있다.


며느리를 백년손님이라고 칭하지 않는 것처럼.

드라마에서 사위가 처가댁에서 밥 먹고 설거지하는 장면이 나오면 어색한 것처럼.


남자와 여자 누가 더 고생하냐를 따지며

'남자들이 임신해봐라, 여자들은 군대 가봐라' 의미 없는 싸움을 하자는 게 아니다.



그저 남자와 여자.. 어쩔 수 없는 신체적 차이는 인정하되, 그 외에 차별을 두지 않는 게 당연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집값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월급은 그대로인, 실제로 IMF 만큼이나 경제적으로 살기 힘들어서 연애도 결혼도 애도 포기하는 3포 세대라고 한다. 거기에 일조하는 게 여성에게 비합리적으로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적인 결혼문화라는 건 누가 반박할 수 있을까?


최근 기사에도 비혼, 비출산이 늘어났다는 기사가 나왔다. 재미있는 건 기사에 따르면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남. 녀를 대상으로 조사했을 때, 남자의 70% 이상은 결혼을 하고 싶어 하고, 여자의 70% 이상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아마 잘못된 관습에 얽매인, 불편한 상황들이 오랫동안 반복되어 만들어진 결과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긴 세월 몸에 밴 가치관과 생활환경 등은 이미 나이 드신 어른들 입장에서는 고치기 어려운 부분일 것이다. 하지만 가족 모두와 스스로를 위해서라도 이해하고 노력할 수는 없을까? 구체적으로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하는 성 평등 인식 개선 대책도 있었으면 좋겠다.

성차별은 사라지지 않았고, 특히 가장 가까운 곳에서 존재한다는 사실에 꽤나 충격적인 명절 후유증을 앓고 있다. 다만 이러한 성차별적인 마인드가 대물림되는 것은 아닐까, 그것이 가장 걱정된다.

그나마 아이가 없었을 때는 그저 인내하고 맞춰가는 것이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지만, 이제 우리 아이들이 지켜보고 있지 않은가! 불평등한 호칭만 바꿀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 그리고 각 가정 내 성 평등 의식이 향상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칼럼니스트 여상미 '시댁-친정' 호칭만 바꾼다고 평등해질까요?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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