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17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까멜리아 해상공원, 3월의 장사도

by 박상준 Mar 24. 2025

“그곳은 한려수도의 작은 섬이지만 적어도 내겐 추억이 깃든 파라다이스 같은 곳이죠”

지인에게 주말에 경남 통영 장사도(長蛇島)를 간다고 했더니 아련한 추억을 되살리듯 엷은 미소를 띠며 대답했다. 섬 투어에 동행한 회원은  “언젠가 초여름에 방문했을 때 선착장부터 이어진 언덕길에 싱싱하게 물오른 수국이 붉을 밝히듯 활짝 핀 광경을 잊지 못해 또 왔다”고 했다.


지난 주말 까멜리아 해상공원으로 불리는 장사도에 다녀왔다. 따스하고 부드러운 봄볕이 조명처럼 쏟아진 화창한 날이다. 남해의 봄은 확실히 내륙 지방 충청도와 질감이 달랐다. 겨울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지고 완연한 봄기운이 온 섬에 스며들었다.

통영유람선터미널에서 50분간의 뱃길을 달려와 선착장을 밟은 순간부터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선착장에서 코스도를 보니 장사도는 트레킹 코스는 아닌 산책코스다. 해발 108m, 폭 400m, 길이 1.9km의 자연친화적인 공원으로 개발된 ‘미니섬’으로 산책하듯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로처럼 이어진 다양한 코스를 통해 2시간 동안 둘러보았다.


브런치 글 이미지 1


탐방객에 따라서 2시간은 적당할 수도 있고 짧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이상 머물 수는 없다. 출발할 때 인원이 맞아야 배가 통영으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섬 주인의  마케팅 전략인듯하다. 


기록에 따르면 1986년까지 섬 주민이 모두 떠나 한동안 무인도였던 장사도는 중소기업 사업가 김봉렬씨(61)가 섬의 절경에 취해 1996년 12억원에 3명의 소유자로부터 섬을 매입했다. 그는 경영하던 회사를 매각한 뒤 경남도와 통영시의 지원금 30억원을 포함해 200억여원이라는 거액을 들여 해상공원으로 개발했다.

 

장사도는 섬 전체가 동백나무, 후박나무, 야생화로 뒤덮여 사시사철 푸른 숲을 볼 수 있다. 특히 동백나무와 후박나무는 10만여 그루로 섬의 90%에 분포해 섬 이름도 ‘장사도 해상공원 까멜리아(camellia·동백)’로 붙였다.

브런치 글 이미지 2


하지만 까멜리아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온 섬이 붉은색으로 뒤덮여야 할 3월 초에도 동백이 풍성하다는 말은 못 하겠다. 동백터널조차 드문드문 핀 동백을 보며 왜 이섬이 동백의 명소가 됐는지 납득이 안갔다. 

굳이 따져보자면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착시현상이 아닐까 한다. 그때 동백터널과 둘레길에 붉은 융단처럼 떨어진 동백은 대체 어디서 온 것일까 궁금할 정도다.(그래서 초봄  까멜리아해상공원에선 까멜리아를 크게 기대하지 말고 와야 한다)

까멜리아섬에 동백꽃은 귀하다고 실망할 것은 없다. 여러 갈래로 조성된 산책길을 걷다 보면 탐방객들은 그 짧은 시간에 강렬한 인상을 받고 언젠가 기회 되면 계절을 바꿔 다시 한번 방문하고 싶은 마음을 갖게 된다. 

브런치 글 이미지 3

겨울부터 초봄까지 동백나무가 계주할 듯(그 울창한 동백나무가 한꺼번에 피지 않는 것도 신기하다) 꽃망울을 터트리면  여름엔 수국 섬으로 화려하게 변신한다. 그래서 의외로 동행한 많은 회원들이 N차 방문을 했다.


장사도 구석구석을 걸으면서 한 번쯤은 꼭 가봐야 할 매력적인 섬이라고 느꼈다. 장사도 분교, 분재원, 무지개다리, 다도 전망대, 유리온실, 부엉이 전망대, 작은 교회, 야외 갤러리 등이 툭툭 튀어나와 보물 찾기 하듯 재밌다. 


브런치 글 이미지 4


탐방객들은 주로 노란 불빛과 동백꽃이 조화를 이룬 어두운 동백터널에서 인증샷을 많이 찍지만 개인적으론 김정명 작가가 청동으로 만든 12개의 큰머리 군상이 굽어보고 있는 야외음악당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로마시대 원형경기장 유적이 있는 지중해처럼 남해바다를 향해 10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야외음악당은 제법 웅장해 가슴이 탁 트였다.  야외음악당 좌석에 앉아 주말을 맞아 무대에서 홀로 버스커를 하는 무명가수의 주옥같은 노래를 듣는 것은 쉽게 경험하기 힘든 소소하고 확실한 행복이다.  


  

작가의 이전글 함백산, 그 포근하고 우아한 설경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