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갯벌, 짙은 소금밭의 유혹

전남 신안군 증도 트레킹

by 박상준

봄볕이 가루처럼 쏟아지는 화사한 주말 섬 트레킹으로 전남 신안군 증도로 가기로 했을 때 대체 어느 코스를 가야 하나 고민했다.

‘1004의 섬’으로도 불리는 증도엔 5개 코스 48km의 걷기 길이 있다. 완도^청산도와 함께 2007년 아시아에서 가장 먼저 슬로시티로 지정된 증도의 진면목을 속속들이 보기 위해선 다 걸어야 했다.

하지만 2박 3일이라면 몰라도 당일치기로 전 구간을 걸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론은 기존 코스를 무시하고 증도의 진면목을 볼 수 있는 나만의 코스를 만들었다.

증도면사무소를 출발해 상정봉(해발 124m)을 오른 뒤 짱뚱어다리를 건너 우전해수욕장을 바라보며 천년숲길, 망각의 숲길, 철학의 숲길을 걷는 것이다.

여기에 ‘모세의 기적’처럼 물이 빠지면 1.2km의 노두길이 열리는 ‘화도’를 추가하고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태평염전에서 마무리했다.

다만 철학의 숲길 끝에서 화도로 연결되는 노두길 들머리와 태평염전으로 가는 길은 차가 달리는 좁은 아스팔트 길이라 걷기에 썩 좋지는 않다는 점은 유념해야 한다.

이 길에 증도를 상징하는 ‘갯벌. 소금, 해송 숲’이 모두 포함된다. 물론 갯벌은 증도의 전유물은 아니다. 전남 순천만 갯벌, 전북 고창갯벌, 충남 서천갯벌도 널리 알려졌다.

하지만 이곳 갯벌은 람사르 습지,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승인될 만큼 청정할 뿐 아니라 갯벌 염전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다. 그래서 이곳 아니면 볼 수 없는 색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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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도의 광활한 갯벌)


짱뚱어다리와 노두길, 태평염전은 바로 ‘갯벌’이라는 키워드로 연결된 증도의 트레이드 마크다.

여기에 서해의 거친 모래바람을 막기 위해 조림한 10만여 그루의 해송 숲은 백사장 길이 4km의 우전해변과 나란히 이어져 걷는 내내 바다 트레킹의 거부할 수 없는 즐거움을 듬뿍 안겨주었다.

소금만큼은 아니지만 증도에선 짱뚱어를 빼놓을 수 없다.

“빛깔은 검고 눈이 튀어나와 물에서 잘 헤엄치지 못한다.

즐겨 흙탕물 위에서 잘 뛰어놀며 물을 스쳐간다"

정약전이 자산어보(慈山魚譜)에 쓴 ‘짱퉁어’에 대한 기록이다.

짱뚱어는 청정 갯벌에서만 살 수 있는데 증도 갯벌은 바로 짱뚱어의 서식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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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송 숲에서 바라본 우전해수욕장)


그곳에 국내 유일의 짱뚱어다리가 있다.

470m의 목교(木橋) 아래 물이 들면 마치 바다 위를 거니는 것 같은 기분으로 다리를 건널 수 있다. 우리 일행이 갔을 때는 썰물 때라 물이 빠진 대신 광활하고 질퍽한 갯벌이 펼쳐졌다.

갯벌은 뭍에서 유입된 오염물질의 정화조 역할을 하고 각종 어패류의 서식지와 산란장이며 그 자체가 빼어난 관광자원이 된다.

갯벌 위에 길게 이어진 목교는 단순한 다리가 아니라 멋진 조형물을 보는 듯하다. 화창한 봄날 그 다리를 건널 때는 괜스레 발걸음을 느려진다. 목교, 하늘, 갯벌이 캔버스에 그려진 거대한 그림 같았기 때문이다.

짱뚱어다리를 벗어나 해변으로 발길을 옮기면서 풍경화는 수채화로 이어졌다. 솔향이 짙은 해송 숲은 우전해변과 나란히 이어졌다.

모노톤 수채화처럼 흐릿하게 채색된 평온한 우전해변은 단단한 모래길이라 걷기도 좋지만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된다. 숲의 종착지에 갯벌생태공원 박물관이 자리 잡고 있다.

이곳에서 화도 방향으로 가는 길은 차가 지나는 아스팔트 길이다. 신안군에서 기왕에 트레킹 코스를 정해 놓았다면 논으로 가로질러가는 조붓한 논두렁길이라도 만들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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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모양의 해변 조형물)


차길을 30분가량 걸어 증도와 화도를 연결하는 1.2km의 ‘노두길’ 입구에 도착했다.

마침 길은 ‘모세의 기적처럼 열려있었다. 길 옆 갯벌에선 아낙네가 ’ 참게‘와 ’ 짱뚱어‘를 잡고 있었다. 짱뚱어다리 밑 갯벌이 외지인들에게 관광과 체험의 현장이라면 이곳 화도로 가는 갯벌은 주민들에게 ’ 삶의 현장‘이다.

길의 끝은 60년 전통의 태평염전이다. 일몰 때라면 소금밭 낙조전망대에서 염전을 붉게 물들이는 황금빛 해넘이를 볼 수 있겠지만 이날은 시간이 너무 일렀다. 대신 메마른 넝쿨이 벽을 감싸 고풍스러운 소금박물관 뒤편의 드넒은 유채밭이 연둣빛 물결을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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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전경)


태평염전을 떠나며 류시화 시인의 ‘소금’이라는 시가 떠올랐다.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 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이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이 낸다는 것을‘


*코스 / 증도면사무소~삼정봉~짱뚱어다리~천년의 숲길~ 우전해수욕장~갯벌생태공원 박물관~화도~태평염전(약 14km, 4시간 30분 소요)


*tip / 증도 모실길은 전체 42.7km에 1코스 천년의 숲길(4.6km), 2코스 갯벌공원길(10.3km), 3코스 천일염 길(10.8km), 4코스 노을이 아름다운 사색길(10km), 5코스 보물선 순교자 발자취길(7km)등 모두 5개 코스로 이뤄졌다. 풀코스를 걸으면 섬 한 바퀴를 돌게 된다. 이중 1, 2코스가 가장 풍광이 좋고 찻길이 없어 걷기가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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