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포대

by MJ말고MZ

요즘 쌀먹는 분들은 마트에서 파는 종이질감의 쌀포대를 주로 생각할 것 같다. 근데 아직도 농가에서 직접 보내지는 쌀은 노끈이라고 해야하나? 플라스틱 섬유 같은 그 옛날에 쓰는것 같은 쌀포대에 종종 보내는 경우가 있었다. 사실 그게 아니더라도 소금(당연히 대용량이다), 비료(화분을 키우시다보니 있었다) 등등에 쓰이는 것과 비슷한 재질이었던 걸로 기억난다. 아, 특수폐기물 버리기 위해 포대자루를 구매해본 사람이라면 이런건가? 라고 이해 할 수 있을 것 같다.

하여튼, 내가 이 얘기를 왜 하냐면 오늘은 그 쌀포대자루를 타고 눈썰매를 탔던 아주 어리고 어렸던 시절을 떠올려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이때의 기억은 내가 언제였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초등학교보다도 더 이전의 기억이고 나보다는 내 가족들이 더 선명하게 기억하는 일이었다. 물론, 나도 부분부분 기억나는 것이 있는데 최근 이렇게 과거를 추억하는 일이 많다보니 이렇게 잊혀진 기억들이 불쑥 솟아나는 경우도 있다.

내가 살던 안양은 옛날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고 한다. 지금에야 평촌학원가를 비롯해 재개발로 아파트들이 즐비하게 들어서 있었지만 우리 부모님이 들어왔을때만 하더라도 허허벌판에 포도나무 농장들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때 땅을 좀 사시지...

하여튼 그런 안양의 지금의 학원가 근처에는 평화공원이라는 조그마한 공원이있다. 지금에야 교통교육을 위한 시설들도 몇개 들어서서 공원같은 모습을 가졌지만 옛날엔 그냥 아무것도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중요한 것은 거기에 양궁장이 작은 동산위에 있는데, 거기에 올라가는 찻길이 울퉁불퉁한 오래된 아스팔트에 적당한 경사로를 가졌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많이들 눈치챘지만, 거기가 바로 내 어릴적 썰매장이었다.


확실히 나도 어느정도 나이가 들어서 꼰대소리를 들을 수도 있는 때다보니 느끼는 거지만, 옛날엔 지금이랑은 날씨가 사뭇 달랐던것 같다. 여름도 에어컨없이 버틸 수 있었지만 겨울에는 확실히 이것이 겨울이다 싶을 정도로 춥고 눈도 종종왔던 것 같다. 내가 겨울을 하얀 이미지로 생각하는건 눈이 많이 보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땐 제설도 지금처럼 잘 하지 않았었으니 눈이 계속 남아있던 영향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겨울철 우리의 그 장소에는 썰매를 타러 가는 사람들이 조금 있었던 것 같다. 이때는 지금과 같이 플라스틱 썰매를 타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었고 모두 손에 큰 비닐 아니면 포대자루를 들고서 언덕을 조심조심 올라갔던 것 같다.

타본 사람은 알겠지만 포대자루를 이용한 눈썰매는 생각보다 빠르고, 생각보다 스릴이 넘쳐서 매우매우 재밌었다. 심지어 바닥의 충격이 고스란히 느껴져도 그 속도감에 취해 코가 새빨개질 정도로 탔었었다. 물론, 부모님은 멀리서 우릴 지켜보셨지만 그 작은 손으로 누나들의 손을 잡고 언덕을 오르던 기억이 가끔 떠오른다.

포대자루는 가볍다. 지금의 썰매는 부모님들이 끌어주시지만 그 옛날의 썰매는 너무나 가벼워서 어린 고사리손으로도 충분히 손에 쥐고 끌며 올라 갈 수 있었다.

포대자루 썰매는 사실 큰 어려움이 없다. 썰매의 앞부분 모서리를 손잡이 마냥 꽉 쥐면 끝인데, 잘못하면 옆으로 샐 수 있으니까 방향조절에 신중하게 다뤄야 했었다. 그러다가 옆으로 떨어지거나, 속도를 못이기고 넘어지거나 그랬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 다치고 피나나고 그러진 않았었다. 그냥 눈속에 파묻히고 눈도 좀 먹고, 조금 더 추워졌을 뿐이었다.


요즘 아이들을 보면 썰매장, 스키장, 스케이트장. 이렇게 무언가를 즐기기 위해 꼭 어딘가를 방문하는 것 같다. 그만큼 시민의식이 성장했고 공공장소에서 부산스럽게 노는 모습이 많이 줄어들었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지만 한편으론 자연에서 흙먹으면서 놀던 추억들은 우리세대의 기억속에서 점점 풍화되는 중인 것 같다.

다음에 기회가 되면 적겠지만 전통썰매를 만들어서 꽝꽝 얼어붙은 안양천 위에서 썰매타던 기억도 있으니.. 어쩌면 나는 옛 세대들과 공감하는 요소가 아직 나에게는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러다보니 MZ세대라고는 하지만 전세대를 이해할 수 있고, 커가면서 급격히 변화하는 세상을 겪으면서 자연스럽게 디지털의 문화에도 적응하는 어떻게 보면 변화기의 과도기적인 경험을 모두 겪은 것 같다.

최근에는 한파가 몰아쳐 많이 춥지만, 이렇게 추운날 혼자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면서 새벽을 맞이하면 가끔 내가 아무것도 모르던 그 어린날들이 머릿속을 스치며 아련한 그리움만 남는 것 같다.

토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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