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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다사자 Apr 29. 2024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이에요

대신 전화를 걸어 물어봤더니

  어떤 사람은 누군가에게 베푼 호의를 이상하게 해석한다. 특히 당사자가 아니면 더욱 자기 맘대로 해석하고 판단하게 된다. 거기까진 그 사람의 자유다 보니 누구도 뭐라 할 수 없지만 꼭 거기서 한 걸음씩 더 나가는 경우가 생긴다. 


  첫 직장에 들어가고 나서 1년 정도 지났을 무렵, 우리 팀에 새로운 직원들이 입사하였다. 같은 팀이기도 하고 나역시 처음 입사했을 때, 선임으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았기에 신입직원이 불편한 점은 없는지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그 중 한 신입직원(우정이라고 하자)은 적응을 잘 했고, 성격도 밝았고 항상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주변의 평판도 좋았다. 


  나는 우리 팀 안에서 궂은 일을 맡아서 하는 편이었다. 그리고 약간 똑똑한 이미지도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내게 궁금한 것들을 다양하게 물어보았다. 그렇지만 항상 모든 정답을 다 알고 있는 것은 아니어서 너덜너덜하게 찢어진 백과사전 같을 때가 종종 있었다. 


  어느 날, 우정이가 궁금한 것이 있다며 내게 물어본 것이 있었는데 아마도 회사에서 발급해주는 공문서에 대한 것이었던 것 같다. 나는 아는 척을 하면서 내는 아는만큼 이야기해줬지만 결국 회사 내에서 그 일을 담당하는 직원에게 전화를 해서 물어봐야 한다고 대답을 해줬다. 여기까지 대답해주고 멈췄어야 했는데, 나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내가 전화해서 물어보겠다고 하고 직접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담당자와 통화를 하면서 어쩌다보니 당사자가 대답해야 할 내용을 내가 전달해주는 식의 통화가 계속 되고 있었다. 수화기 건너편에서 한숨처럼 들리는 숨소리가 들리더니 그 직원은 당사자가 직접 전화하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뒤에 쓸데없이 한마디를 더 붙인다.


"뭐, 애틋한 건 알겠는데..."


  의도된 말인지, 속마음이 무심코 나온 건지 모르겠지만 여기서 발끈해서 더 뭐라도 한마디 했다가는 상황이 더 우스워질 것 같아서 전화를 끊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지나가던 선배가 왜그러는지 물었다. 나는 방금 있었던 일을 자세하지는 않게 이야기를 해줬는데, 그 선배는 다 이해한다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해줬다. 


"그 사람 원래 그런 사람이야... 여기 사람들 다 알고 있어"


  이 일로 인해 다른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나 호의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아마도 그냥 이상한 사람을 겪은 거라고 인정을 해서 그런 것 같기도 하고, 다행스럽게 내 오지랖이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내가 좋은 마음으로 베푸는 호의와 관심이 다른 사람이 보기에는 다르게 비춰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긴 들었다. 





사진: UnsplashQuino 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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