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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만소 Dec 14. 2022

[6] 고양이의 보은1

" 그래서 이 고양이가 어제부터 오빠를 따라다닌다는 그 고양이예요?"

 과 후배가 고양이의 머리를 잔뜩 쓰다듬으며 물었다. 데려온 건 아니지만 그래도 날 따라온 건데 나를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응. 어제 위험해 보이길래... 구해줬는데 그때부터 따라오네."

 내가 그녀의 등에다가 대답했다. 그녀는 아예 쪼그려 앉아 검은 고양이의 전신을 양손으로 비벼대고 있었다. 약간은 윤기 나는 털이었기에 살짝 손을 떼면 정전기가 올라와 털이 곤두섰다. 나는 관심 없는 척 그 행위를 지켜보며 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 어응, 그렇구나? 그랬어? 그런 일이 있었어?"

 그녀는 고양이를 쓰다듬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 얘가 그러는데, 오빠한테 정말 고맙대요. 어제는 죽을 뻔했다고 그러는데요?"

 그렇다고 그 정도까지야, 싶었다.

" 그래서 이 빚은 갚고야 말겠다고, 오빠를 따라다니다가 오빠가 무슨 일이 생기면 도와주겠다고 그러네요."

 고양이는 맞다-.라는 듯 초승달 눈 모양을 하며 야옹거렸다.

" 너 고양이 말도 알아?"

 내가 물었다.

" 아, 그럼요. 교양 시간에 배웠죠? 오빠는 안 배웠나 봐요."

그런 수업이 있었던가, 기억을 더듬어 봐도 그런 과목은 없었다.

" 오빠는 맨날 잠만 자니까 모르죠. 학점, 위험하지 않아요?"

 쪼그려 앉은 그녀가 고개를 뒤로 꺾어 나를 쳐다봤다. 목이 꽤 아플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고양이도 야옹-. 하며 나를 한심하다는 듯 쳐다봤다.

" 그건 맞지."

 나는 조금 쑥스러웠고 딱히 맞는 말이라 부정하지 않았다.

" 아무튼. 오빠 조금은 다시 봤어요. 동물 좋아하는 사람 중에 나쁜 사람은 없대요."

 그녀가 자신의 청바지에 손을 털고 일어나며 말했다. 노랗게 탈색한 머리가 나풀거렸다.

" 뭐, 야옹이가 이렇게 말하기도 하고, 계속 따라다니는 건 오빠도 부담스러울 테니까, 그 빚은 제가 대신 갚을게요. 가죠! 밥 살게요!"

 뜬금없이 저녁 약속이 생겨버렸다. 웃는 그녀 얼굴에 또 한 번 설렜다. 그녀는 뻘쭘하게 서 있는 나의 등을 가볍게 치곤, 앞장섰고 고양이는 빚을 갚았다는 듯 연신 야옹 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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