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예쁜 방' 타령이다

by 필승작가

"엄마, 나는 내 방에 예쁜 침대랑 하얀 책상이 있었으면 좋겠어."

아, 또 시작이다.

우리 집에는 방이 세 개, 식구는 다섯이다.

아이들이 크면서 각자 방을 원하는 것은, 아니 당연히 그렇게 해줘야지 싶었다.

그런데 이 집에서 벗어나는 게 우선이었다가

그냥 여기서 이렇게 저렇게 바꿔가며 사는 것이 더 나을까 하면서,

이런저런 변덕을 부리다 보니 항상 우리 집은 그대로다.


한창 사춘기인 첫째 아들 챙겨줘야지 하는 사이,

초등학생이 되자마자 자기 방이 갖고 싶다는 셋째 아이.

그리고 나는 왜 고려하지 않냐는 둘째 아이까지.

어쩌다 나름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라 이 방 저 방 사이즈를 재고

나름의 인테리어 계획에 설레발을 치다 보면, 꼭 방 사이즈가 안 맞는다.

침대, 책상이 겨우 들어간다고 해도, 책상 의자를 뺄 수 없을 그런 상황 말이다.

(이래저래 조율하고 생각만 하느라 바꾸지 못하고 늘 제자리인 것이 어디 집 문제뿐이랴.)

그리고 어쩌다 보니 우리 집에서 제대로 된 공간 딱 차지하고 있는 것은

부끄럽게도 '내'가 유일하다. 나름 할 일이 있고 필요한 상황이라 그리 된 것인데

이런 생각 끝에는 이 자리가 또 왜 이리 불편한지 모르겠다.


어쨌든 그런 와중에 잠잠했던 우리 아이의 '예쁜 방 타령'이 또 시작된 것이다.

'휴우'라는 한숨을 감추고 '그래 그렇구나...'라고 받아 주었다.

"그리고 창문이 아주 컸으면 좋겠어."

손 잡고 가던 길에 멈춰 서서, 잠시 아이를 안았다.

미안했고 부끄러웠다.


"그럼 창문 밖에는 뭐가 있었으면 좋겠어?"

"자연이 있었으면 좋겠어."

"정말 그러면 너무 좋겠다. 엄마가 잘 알았어.

그리고 미안해. 네가 방을 갖고 싶다고 말할 때마다 지금 당장 만들어 달라고 한 것이 아닌데

엄마는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항상 '당장 어떡하지?'라고 생각했어. 정말 미안해.
그리고 엄마랑 아빠가 집이나 방에 대해 생각할 때마다 고민이 되거든.

우리가 여기서 뭘 바꾸려고 하는 것보다 그냥 어떻게든 빨리 이사하는 것이 좋으려나 하는..

네 생각은 어때?"

초등학교 2학년 아이에게 내 고민의 일부를 털어놨다.

멋진 해결책이 나올 것을 조금은 기대하면서.


"엄마 나는 차근차근 급하지 않게 천천히 갔으면 좋겠어."




그동안 아이가 하는 말을 그대로 듣지 않고 내 생각만 들었다.

그러느라 우리가 할 수 있는 신나는 대화를 몇 번이나 놓쳤는지 모르겠다.

또 과연 누구하고 어떤 순간들을 놓쳤을까?

이번엔 또 이 생각에 빠져서, 또다시 놓친 말들이 더 늘어나지나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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