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완벽한 줄 알았지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이 주는 질문

by 필승작가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방식, 하물며 성적 기호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나중에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래 같이 살 수가 있지?'로 변해갔지만.

- 임경선, '평범한 결혼생활'중에서 -




다른 사람이 자신의 결혼생활을 어떻게 정의하든 나는 나만의 정의를 내리면 될 텐데,

반감부터 올라왔다. 대뜸,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라고 중얼거린다.

나는 남편과 내가 '다르다'는 것을 별로 인지하지 못하고 살고 있을뿐더러, '참 잘 맞는 우리'라는 생각에 자부심이 있다. 물론 남편은 나와 생각이 다를 것이지만. 이 책을 붙잡고 처음 한동안은 꽤나 우월감에 사로잡혀 있었다. (그리고 이 얼마나 쓸데없는 비교인지, 한심하고 부끄럽기가 참 그래서 굳이 이런 말을 써야 하는지 한참을 고민했다. 누군가 나를 이러쿵저러쿵 평가할 것을 겁내는 것이 아주 고질적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는 같은가?' 하니 그렇지 않다. 생활 패턴, 식성, 취향, 습관과 버릇, 더위추위 민감도, 여행방식 그 어느 것 하나 같지 않다. 하나하나 뜯어놓고 보니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닮았다고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다. 나는 살면서 남편에게 특별히 맞추려고 애쓴 기억이 없는데, 갑자기 이 사람이 감내했던 것들이 무엇이었을까, 싶다. 내가 쏟아냈던 그 잔소리, 불평들, 애정을 호소하던 때부터 섭섭함을 토로하던 그 순간들까지 어쩌면 다 우리의 '맞지 않음'이었겠구나. '당신은 왜 말하지 않냐'라고 다그쳤던 그것까지도.


작가의 남편은 박물관에서 역사를 논하고 싶어 했고, 작가 본인은 미술관에서 예술을 음미하고 싶었단다.

이에 나도 우리 부부의 맞지 않았던 순간을 생각해 본다. 남편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쉬고 싶었고, 나는 남편과 대화하고 싶었다. 남편은 나와 함께 있고 싶었고, 나는 내가 하는 알을 남편이 좋아해 주길 바랐다. 이렇게 몇 줄 적어놓고 보니 우리 둘 다 잘 못 된 것은 없어 보인다. 그냥 그랬던 것이다.






그리고 아이들과의 삶은 어떤가?

'이 아이들과 나는 또 얼마나 다른가'를 생각하니, 뜨끔하다 못해 아프다.

내 속으로 낳은 아이들이라고, 나와 닮은 구석이 있다고 해서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는커녕, 다른 것이 있다는 걸 보기는 했는지.


남편에게 그랬듯 나는 아이들에게도 맞춰 준 기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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