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하는 습관
처음 손으로 독서노트를 쓰기 시작한 건 2016년이었다.
당시 내가 속한 독서모임에서 '도대체, 읽기 후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근방 1킬로미터 이내에 사는 당근(당신 근처)인, 어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은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정말 끝내주는 걸 발견했어요!"
그때 그 화제의 물꼬를 튼 사람이 <그 끝내주는 걸 발견하면서> 마지막으로 물을 잠그는 꼴이 되었는데
그(녀)가 보여준 것은 이른바, 100개의 독서 저널을 작성할 수 있는 노트였다. (5년이 지난 노트라 많이 닳고 헤진 부분이 있음에 주의!)
특정 플랫폼의 링크를 타고 타고 가면 판매처에 도달한다는 전설을 따라 나는 매우 유별스럽게 이 노트를 구했다.
노트의 가격은 일반 노트의 10배에 다다를 정도로 고가였는데 내 주머니를 털어간 녀석을 영접한 순간, 나는 꼭 이 노트를 다 채우리라 마음먹었다. 양장 표지의 고급스러움과 어떤 면을 펼쳐도 부드럽게 쩍 펴지는 아우라가 최고였기 때문이다.
처음 노트를 쓸 때는 "무조건 많이 담아라"라는 주의로 빼곡하게 내용을 채웠다.
그러다가 비주얼 씽킹(글과 그림을 함께 표현하여 정보를 기록)을 접하고 나서 못 그리는 그림을 그려가며 정리를 하기 시작했다. 좋은 점이 있다면 다시 노트를 펼쳤을 때, 한눈에 정보가 쏙 들어온다는 것이다.
과정과 노력이라는 품이 더 들긴 하지만 여러 가지를 내 독서 노트에 적용해 봤다는 점에서 좋았다.
이후, 처음 설렜던 마음 그대로 백 북은 아니었지만 육십 북 정도를 다 채우고 나서 나는 다음 독서노트로 이동했다.
3년 후!
새롭게 만난 독서노트이다.
<도쿄대 교수가 제자들에게 주는 쓴소리>라는 책을 읽었는데 다른 내용은 다 제쳐 두고 이 책에서 그 말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하루 1권 읽기를 시도하면서 저자는 다음 세 가지를 염두에 두면 아무리 빠른 속도로 읽더라도 절대 길을 잃을 염려가 없다고 강조했다.
1. 저자는 왜 이야기를 하려 하는가?
2.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결론은 무엇인가?
3. 나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가?
이 중에서 가장 마지막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새 노트를 시작하면서 두 가지 원칙을 세웠다.
첫째, 노트를 위한 노트 정리 사양! (예쁘게 정리하고 꾸미고.. 지양함)
둘째, 내용 정리는 간단하게 하되 반드시 나에게 적용할 점 위주로 상세하게 적을 것!
이 두 가지 원칙은 바로 '책을 통한 나의 성장'에 방점을 두는 것이었다. 그래서 본질적으로 나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 즉 이 책을 통해 내가 어떻게 이해하고, 실천하고 노력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는 <나에게 적용할 점>이 가장 중요했다.
예를 들어,
하루 30분 혼자 읽기의 힘을 읽고, 내용을 간단하게 정리한 후, 아예 한 페이지 정도를 독서수업 구상안이라고 하여 <나에게 적용할 점>으로 채웠다. 이렇게 정리를 하다 보니 실제로 나의 독서 수업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었다.
<나에게 적용할 점을 적음>
아직도 나의 독서노트는 진화 중이다. 앞으로 또 3년 후에는 어떤 노트로 변신할지는 모르겠다. 최근에 아이패드를 사서 굿 노트를 들여다보는 중이니 어쩌면 아날로그형 노트와 이별을 고할지도 말이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지금도 계속 쓰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형편없는 글이든 상관없이 책을 통해 성장하기 위해 무언가를 기록하고 갈망하고 변용하다는 것이다. 메모가 삶을 점진적으로 변화시켰다는 메모의 달인, 신정철 씨의 말처럼 때로는 평범해 보이고 비루해 보이는 나의 독서노트이지만 내 삶이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걸어가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