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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 1일차: 달려라 푸르공, 몽골 투어의 시작

by 누비


달려라 푸르공! 몽골 투어의 시작


땅덩어리 넓은 몽골에서의 여행은 키미테를 귀 뒤에 붙인 채 시작됐다. 앞으로 일주일 동안 우리의 발이 되어줄 차량은 옛 소련의 군용차인 푸르공. 투박한 외관만큼 강력해보였고, 어떤 길이든 개척해 갈 수 있을 것 같은 든든함이 느껴졌다.

(흰 천과 푸르공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우리는 푸르공을 타고 첫날부터 서울~부산 거리를 달렸다. 오전 10시반에 출발해서 오후 4시반에 몽골의 그랜드캐니언이라 불리는 '차강소브라가'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8년전 미국 서부 여행을 할 때처럼 몽골에서도 같은 뷰가 6시간동안 펼쳐졌다.


조금 다른 점은 데이터가 안터져서 네비게이션이 안된다는 점과, 표지판도 없는 비포장 초원 위를 달린다는 점이었다. 기사님은 대체 방향을 어떻게 알고 운전하는 걸까. 초능력같은 방향감각으로 비포장도로를 100키로로 달리는 기사님이 신기했다.



시야를 넓혀주는 몽골 여행

광활한 광야



태어나서 처음 보는 광활한 광야가 눈앞에 끝없이 펼쳐졌다. 여행은 시야를 넓혀준다고 했던가(expand my horizions), 중의적 의미로 몽골여행은 정말 나의 시야를 넓혀줬다. 이렇게 멀리까지 바라본 적은 없었다. 나도 여기서 자랐으면 시력 좋았을텐데. 몽골사람들 시력이 좋은 이유를 단번에 이해했다.


몽골의 초원에는 말, 양, 소, 염소와 낙타 뿐이었다. ‘사파리 여행이 이러려나?’ 심심할 때쯤 동물들이 계속 등장했다. 동물들이 무리를 지어 풀을 뜯고 있는 걸 보고 어릴 때 듣던 동요가 떠올랐다.


'파란 하늘~ 파란 하늘꿈이~ 드리운 푸른 언덕에~'

'아기 염소 여럿이 풀을 뜯고 놀아요 해처럼 밝은 얼굴로~'


드넓은 초원에서 다같이 뛰어 놀다가 배가 고프면 풀 뜯어먹고, 힘들면 앉아서 쉬는 동물들. 자연 그대로 살아가는 동물들을 보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이렇게 많은 수를 어떻게 풀어 놓고 관리하는거지?’ 대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몽골 유목민들의 모습도 깊은 경이로움을 주었다.


그렇게 한동안 멍하니 창밖에 펼쳐진 풍경을 바라봤다. 아름다운 경치와 키미테 덕에 이동시간이 힘들지 않았다.


몽골 시골마을


몽골 소도시에서


푸르공을 타고 열심히 달리다 화장실도 가고 장도 볼겸 한 마을에 들렸다. 첫인상은 시골 마을 같았지만 소도시라고 한다. 이곳에서 시골에 사는 몽골 아이들의 삶을 보게 되었다. 비포장된 도로, 모래 위에 지어진 마을, 그곳에서 해맑게 뛰어노는 아이들…. 나도 같이 뛰어 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아이들은 행복해보였다.


우리 엄마아빠 세대가 이랬을까? 시골에서 자란 아빠의 어린 시절을 상상해본다.

잠시 시간 여행을 하는 기분이었다.


낙타축제


특별한 점심


도심과 멀지 않은 곳에서 작은 경기장 같은 건물이 나타났다. 이곳에서 우리는 잠깐 낙타축제를 구경하고 점심도 먹기로 했다. 여행할 때 그 나라 로컬마켓을 구경하는 걸 좋아하는데 마침 지역축제가 열렸다니 그야말로 행운이었다. 축제에서 몽골전통의상, 낙타양말, 승마용품을 구경하고, 몽골 전통주인 마유주와 낙타 젖 치즈를 맛봤다. 시큼한 유제품이었는데 처음 먹어보는 신기한 맛이었다.



점심으로는 호쇼르(몽골식 튀김만두)를 먹었다. 우리나라 만두와는 다르게 야채 하나없이 고기만 있고 조금 기름져서 내 스타일은 아니었다. 기사님 친구분이 양고기를 구워주셔서 나눠먹었는데 이때 먹은 양고기가 정말 맛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대접해준 친구분께 몽골어로 ‘감사합니다’라는 뜻의 ‘바얄랄라’라는 말을 처음 써봤다. 바얄랄라~


호쇼르
바얄랄라 소리가 절로 나왔던 양고기


차강소브리가

몽골의 그랜드캐니언


몽골투어의 첫 관광지, 차강소브라가에 도착했다. 차강소브라가는 옛날 몽골사람들이 멀리서 볼 때 흰 탑처럼 생겼다고 해서 몽골어로 ‘흰 탑’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생대에 바다였던 곳이라 바다속 지층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곳이다. 실제로 푸른 초원에 갑자기 솟은 지형과 퇴적층이 눈에 띈다.



여행할 때 지질학적으로 유서 깊은 곳을 좋아하는 나지만 미국의 그랜드캐니언을 다녀와서 그런지 이곳에서 큰 감명은 받지 못했다.


그래도 사진은 그랜드캐니언 비슷하게 나온다. 우리의 가이드, Duki가 사진을 잘 찍어줘서 이곳에서 멋진 단체사진이 나왔다. 고마워 두키.



첫 게르

로망 성취


기나긴 여정을 끝내고 우리의 첫 게르에 도착했다. 몽골에서 딱 하나 로망이 있다면 몽골 전통가옥인 게르에서 자보는 것이었다. 하지만 로망은 로망일 뿐, 현실은 생각보다 열악했다.



전기는 저녁 10시에 끊기고, 침대는 딱딱했다. 초원 위에 덩그러니 놓인 게르. 바람을 막아줄 건물도 산도 없어서 찬바람이 슝슝 무서운 소리를 내며 불었다. 화장실은 불빛 하나 없는 푸세식에 물도 쫄쫄 나오고, 따뜻한 물은 왜 안나오는지 얼음장 같았다.


‘춥지만 않았어도 필리핀에서처럼 잘 살 수 있는데’ 하루에 4계절이 다있는 몽골, 한 살이라도 젊을 때 여행해야한다는 말에 격히 공감이 됐다. 하지만 이게 대자연이고 우리에게 주어진 환경인데 어쩌겠어. HJ가 알려준 마법의 주문 '우야겠노. What can I do' 를 외쳤더니 불평불만이 사라졌고 몽골인들처럼 대자연에 순응하는 마음이 생겼다.


도파민이 뿜뿜나오지만 물은 쫄쫄 나왔던 찬물 샤워를 하고, Duki가 해주는 맛난 쌀밥과 삼겹살, 몽골맥주를 저녁으로 먹었다. 배불리 먹었더니 잠이 솔솔 왔다. 친구들도 피곤했는지 약속이라도 한듯 다같이 10시에 잠들었다. 자는데 밖에서 어떤 남자가 '게르팅 하실 분~'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고요한 우리 게르앞을 지나면서 '바이브 꺼졌고요~'라고 했다는데 웃긴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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