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친구가 갑자기 결혼 발표를 했다. 나를 포함해서 네 명 중 두 명이 2025년에 시집을 가게 된 것이다. 친구의 결혼 소식에 진심으로 축하했지만, 한편으로는 앞으로 예전처럼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 것 같아 아쉬움이 밀려왔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까. 마지막 싱글을 기념하며 이번 추석에 놀러가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모두 동의했다.
그러다 내가 ‘사주 앱에서 고비사막가면 나 운수 대통이래!’ 라고 했더니, 빠른 실행력으로 우리의 여행지는 몽골로 결정되었다.
몽골 여행이 패키지이기도 하고, 올해는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 여행 준비를 거의 하지 않았다. '그냥 흘러가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즐기지 뭐.'라는 생각이었다. 그렇다 보니 여행에 대한 기대나 설렘이랄 게 없었다. 여행 전날이 돼서야 의무감으로 짐을 쌌고, 당일 인천공항에서도 내가 여행을 간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친구가 이번 여행의 목적이 뭐냐고 물었을 때, 아무 생각이 없었다. 친구들은 고비사막이나 밤하늘의 별처럼 각자 기대하는 것들이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그저 일상을 벗어나는 것 자체를 기대했고 멍하니 자연을 즐기고 싶었다. 어쩌면 내 여행의 목적은 항상 같았다. 쉼과 여유를 갖는 것, 내게 주어진 새로운 환경을 즐기는 것.
몽골여행은 처음부터 쉽지 않았다. 3시간짜리 새벽 비행기었는데 기내식을 줘서 한 숨도 못잤다. 도착해서 호텔에 가지도 못했다. 한 친구가 비엔나에서 오는데, 도착시간이 연착되는 이슈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먼저 도착한 우리는 친구를 기다리며 6시간 동안 공항노숙을 했다. 잠자리는 불편했지만 일주일간 수면 부족이었던 탓에 내가 제일 먼저 곯아떨어졌다.
눈을 떴을 때는 해가 밝아 있었고, 창 밖에는 광활한 초원이 펼쳐져 있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니!’
서둘러 밖에 나갔다. 몽골에 내딛는 첫 걸음, 상쾌한 아침 공기가 나를 가득 채우고 끝없는 대지는 나를 압도했다. 그제서야 비로소 내가 몽골에 왔음을 실감했다. 감동적인 몽골과의 첫만남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