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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여행 2일차: 나랑 별보러 가지 않을래?

by 누비
친구들이 먹은 맛난 아침: 몽골식 카이막 ‘우름’


게르에서의 첫 아침이 밝았다. 전날 10시에 잠들었지만 피곤이 가시지 않은 느낌이다. 여러 차례 해외여행을 다니면서 나는 한국에서 쌓인 독소(?)가 빠지기까지 3일이 걸린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직장인은 여행하는 것도 쉽지 않구나. 아직 이튿날이라 피곤한거라며 아침도 안먹고 푹 잤다.


그리곤 약속시간이 임박해서야 정신없이 짐을 싸고 오늘의 여행을 떠나러 푸르공에 올랐다.


가는 길에 들린 주유소에서 본 풍경


오늘은 욜링암에 가는 일정이다. 어제와 같은 초원뷰를 보며 달렸다. 멍하니 자연을 바라볼 수 있는 몽골여행은 도시생활에 지친 내게 안성맞춤이었다.


열심히 달리다 점심을 먹으러 식당에 들렀는데, 양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소고기로 구성된 모듬꼬치였다. 육식이 주식인 몽골답게 먹을만 했다. 그리고 처음으로 수테차를 마셨다. 수테는 소, 염소, 말, 낙타 등 동물 젖으로 만든 몽골 전통차이다. 식당마다 맛이 다르다고 하던데 여기는 후추를 넣어서 맛이 양송이스프 같았고 생각보다 맛있었다. 나름 몽골음식이 내 입에 잘 맞는다.


나의 첫 수테차


미신에서 시작한 문화


식사를 마치고 SY이가 식당을 나가는데 문턱에 걸려 넘어질 뻔했다. 가이드가 몽골에서는 이럴 때 다시 가게에 들어갔다가 멀쩡히 걸어 나와야한다고 했다. 손님이 문턱에 걸려 넘어지면 가게에 복이 나간다는 미신 때문이라고 한다. 어리둥절한 표정의 SY이는 우리의 등쌀에 떠밀려 가게 주인의 복을 빌어주러 다시 들어갔다 나왔다.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몽골에서는 몽골 법을 따르는거지’


여행할 때 나라별로 이런 문화를 알아가는 게 내게는 또 하나의 재미다. 어제는 낙타축제에서 누가 두키(가이드)에게 발을 밟고 갔는데, 두키가 갑자기 그 사람에게 악수를 청했다. 무슨 상황인가 했는데 몽골에서는 발을 밟으면 악수를 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악수를 하지 않으면 큰 싸움이 일어난다는 미신에서 온 문화라는데… 몽골에는 미신이 참 많은 것 같다.


자유로운 낙타


낙타에게 첫 눈에 반하다


욜링암으로 가는 길에 웅덩이에 옹기종기 모여 물을 마시고 있는 낙타들을 발견했다. 코뚜레는 안하고 귀걸이는 하고 있는 걸 봐서 주인이 야생낙타처럼 풀어놓고 키우는 듯했다. 우리 푸르공바로 앞에 있어서 가이드가 차 문을 열고 구경시켜줬다. 내 인생에서 낙타를 처음 본 순간이었다.낙타들은 우리를 신기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중 나는 맨 앞에 있던 낙타에게 첫눈에 반했다. 친구들도 이 낙타를 유독 귀여워했다. 맨 앞에서 우리랑 아이컨택을 오래하기도 했고, ㅇ0ㅇ? < 이 멍청한 표정이 치명적인 매력 포인트였다. 움직일 때 말랑말랑 흔들리는 혹이 또 귀여움 포인트다.


‘낙타가 이렇게 귀여운 동물이었구나.’

강렬한 첫인상이었다.



욜링암


몽골투어 2일차의 목적지, 욜링암에 도착했다. 스위스를 아직 가보지 않았지만 아시아의 스위스 느낌이었다. 완전 내 취향! 이 날 날씨도 맑고 풍경이 너무 예뻐서 이곳을 걷는 것 자체가 힐링이었다. 여름에도 눈이 녹지 않는 곳이라 했는데 지구온난화 때문인지 우리가 갔을 때는 물이 졸졸 흐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웠다.


욜링암 뜻은 독수리의 계곡이라고 하는데, 하늘에 실제로 독수리가 날라다녔다. 땅속에 사는 쥐를 잡아먹기 위해 날아다니는 듯 했다. 마침 운 좋게도 집 밖에 잠깐 나온 땅다람쥐를 보고 영상에 담을 수 있었다. 몽골 쥐들은 다 귀엽게 생겼다.



나랑 별보러 갈래?✨


맛난 저녁을 먹고 캠프파이어를 하면서 별을 봤다. 별구경은 꽤나 낭만적이었다. 주변에 빛이 없어 어둡다보니 별들이 유독 밝아 보였고, 평지라서 수평선에 낮게 떠있는 별들도 한 눈에 보였다. 우리는 모닥불 앞에서 다같이 밤하늘을 보며 북두칠성도 찾고, 카시오페아도 찾고, 쌍둥이 자리도 찾았다.


플레이리스트에서 ‘나랑 별보러 가지 않을래~’ 노래가 흘러나왔다. 두키가 이거 몽골에서는 야한 말이라고 한국의 ‘라면 먹고 갈래?’가 몽골에서는 ‘나랑 별보러 갈래?’ 라고 알려줬다. 나라별 플러팅에서도 그 나라의 문화를 느낄 수 있는게 재밌다고 생각했다.


패키지여행이라 기대안했는데 생각보다 몽골문화를 많이 배워서 좋다. 불멍도 하고 별멍(?)도 하고, 야한 몽골말도 배우고 몽골에서의 둘째날 밤은 그렇게 장작이 다 탈 때까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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