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몽골여행 3일차: 고비사막을 오르다

by 누비


오늘은 고비사막으로 가는 일정이다.

이제 양보다 낙타가 많이 보이고, 초원의 풀들도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막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사막의 초원에서는 무덤같이 생긴 걸 흔하게 볼 수 있다. 가짜무덤(?)은 모래 위에 듬성듬성 풀이 나있으며, 풀들이 뿌리로 모래를 꽉 쥐고 있기 때문에 거기만 바람이 불어도 쓸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자연적으로 무덤 모양이 됐다. 처음에는 낙타무덤인줄 알았다.


신난 기사님과 가을피크닉


12시가 되자 기사님이 도시락을 먹고 가자며 차를 세웠다. 아름다운 돌산이 아래로는 알록달록한 땅과 위로는 푸른 하늘을 둘러싼 곳이었다. 우리는 볕이 잘 드는 따뜻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상쾌한 바람과 단풍같은 풍경덕에 가을 느낌이 물씬 났다. 이런 대자연에서 피크닉이라니. 얼떨떨하면서도 기분 좋게 도시락을 먹었다.


고비에서 머문 게르


2시반에 숙소에 도착했다. 오늘 묵을 숙소는 고비가 눈 앞에 보이는 게르다. 말로만 들었던 고비사막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했던 풍경과는 달랐다. 척박한 땅에 유일한 생물은 선인장뿐인, 그런 황량한 모습을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소와 말이 강가에서 물을 마시며 평화롭게 풀을 뜯고 있었고, 그 뒤로 모래언덕(Dune)이 길게 띠를 두른 듯 형성되어 있었다. 초원과 모래언덕은 조화로우면서도 선을 그은 듯 구분되어 있었다.


‘이런게 대자연의 힘이구나’ 운수대통 고비사막의 첫인상이었다.*


*선인장은 기온차가 큰 곳에서 살 수 없고 주로 아메리카대륙 사막에서 서식한다고 한다. 따라서 세계에서 가장 기온차가 큰 사막인 고비에는 선인장이 없다.



고비 사막에 사는 고양이


사막에 또다른 생명체가 나타났다. 숙소 구경을 하고 있는데 웬 고양이가 뚱땅뚱땅 사막 위를 걸어다니고 있었다.


“??? 사막에서 고양이가 살 수 있나?”


또 다른 예상 밖 생물체에 물음표가 들었지만, 고양이는 조상이 북아프리카 사막 출신이라 고비에서도 잘 지낸다고 한다. 야생고양이처럼 풀어놓고 키우던데, 몽골에서는 사람도 고양이도 대자연에 순응하며 산다. 행복해보였던 귀여운 고비 고양이. 사막하면 낙타와 선인장이 떠올랐는데 이제는 고양이도 떠오를 것 같다.


뚱땅뚱땅


낙타를 타다


낙타체험 시간이 됐다. 낙타들은 불편한 코뚜레를 하고 있었고, 끈이 돌에 묶여서 옴짝달싹 못하고 있었다. 어제 길가다가 본 야생낙타들은 행복해보였는데. 이 친구들은 예민해보여서 살짝 겁이 났다.


낙타


낙타 눈치를 보며 조심조심 혹을 잡고 올라탔다. 낙타는 앞발로 먼저 일어서고 뒷발을 일으켰다. 일어섰을 땐 생각보다 높아서 놀랐다. 절대 떨어지면 안된다는 생각으로 혹을 붙잡고 있었다. 그래도 몽골 낙타는 앞뒤로 혹이 있어서 승차감은 좋았다. 걷다가 낙타가 눈물을 흘리고 토악질을 해댈 수도 있다했는데 다행히 그러지도 않았다. 다만 낙타가 코뚜레가 불편했는지 앞사람 다리에 코를 계속 부비적 거렸다. 얼굴을 들이대는 낙타 그리고 긴장해서 찡그러진 친구의 표정이 사진에 그대로 나와서 또 하나의 에피소드를 남겼다.


낙타체험이 끝나고, 왔던 곳으로 돌아가려는데 숙소가 개미만하게 보였다. 요만큼 걸은 것 같은데 이만큼이나 멀리 온 걸 보고 ‘사막에서 가장 훌륭한 교통은 낙타’라는 몽골 유목민의 말에 공감했다.



고비사막 모래썰매는 재밌어


이번 몽골투어의 하이라이트, 고비사막에 올랐다. 사막 액티비티인 모래썰매를 타기 위해 썰매를 끌며 푹푹 꺼지는 모래 위를 올랐다. 땡볕에 사막을 오르는 건 쉽진 않았지만 선선한 9월이라 무사히 등반할 수 있었다. 정상에 올라 모래썰매를 타려는데 생각보다 가팔라서 흠칫했다. 용감한 오래오즈의 맏언니 고유SJ가 먼저 타기로 했고, 우리는 나는 법을 처음 배우는 아기새들처럼 어미새의 날개짓을 기다렸다.

썰매를 끌고 고비를 오르는 우리


‘간다~’ 어느 순간 모래 위에 멈춰있는 사람들 사이로 그녀의 썰매가 빛의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고비올림픽이라도 열린 듯 사막 위의 사람들이 모두 그녀를 향해 박수와 환호성을 보냈다. (이 날 고비는 SJ가 씹어 먹었다.) 이후로 언니만큼 썰매를 잘 타는 사람이 없어서 언니에게 썰매칸이라는 별명을 붙여줬다.


어미새가 시범도 보였겠다, 친구들은 하나둘 모래썰매를 탔고 내 차례가 됐지만 나는 여전히 내려가지 못했다. 겁이 나서 썰매를 즐길 수가 없었던 것이다. 용기를 내서 좀 더 안전한 곳에서 도전해봤는데 썰매가 꽝인지 움직이질 않았다. 그래서 두키가 질질 끌어다 내려줬다.



‘이렇게 고비에서 실패경험만 쌓고 돌아갈 수 없어.’


썰매칸의 썰매를 빌려 다시 도전해보기로 했다. 썰매는 슝슝 잘 내려갔고, 성공경험을 얻은 나는 너무 재밌었다. 이럴꺼면 처음부터 겁내지 말고 탈 껄! 신나서 모래 언덕을 오르락 내리락하며 다섯번은 더 탔다. 재밌으니까 어린아이처럼 지치지도 않았다.


고작 모래썰매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결국 용기있게 도전해서 고비를 넘는데 성공한 나를 칭찬해주고 싶다. 고비에서의 값진 경험이었다.


그리고 맛난 저녁


몽골전통음식 허르헉


사막에서 우리가 너무 잘 놀아서 숙소에 늦게 왔다. 그래서 저녁을 8시 넘어서 먹게 됐고 배가 많이 고팠다. 셋째날 저녁은 몽골전통음식 허르헉이었다. 허르헉은 뜨겁게 달궈진 돌과 함께 구운 양고기인데 워낙 유명해서 궁금했었다. 어려운 요리라고 들었는데 에기(기사님)가 돌을 아낌없이 넣은 덕분에 잡내가 안났다. 무거웠을텐데 힘도 쎈 에기. 덕분에 찐몽골의 맛을 경험할 수 있었다. 감자도 맛있었다. 몽골은 감자가 정말 맛있다.


낙타도 타고 썰매도 타고, 기다려온 고비사막을 만날 수 있었던 3일차.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무슨 일이든 3일차가 고비인데(?), 고비에서 한국 생각이 나지 않을 정도로 좋았던 것 같다. 아이러브몽골!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03화몽골여행 2일차: 나랑 별보러 가지 않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