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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빛과 붓 그리고 시간은 흐른다.

by MUZE


겨울의 노을 파리 퐁피두센터에서


그림을 전공했고, 사진 찍는 걸 좋아했다.

그러다 문득, 글을 쓰기 시작했다.

유려한 글솜씨는 아니지만, 그저 담백하게, 단순하고 진심 어린 문장으로 내 감정을 기록해 보기로 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냥 나를 믿고 써보기로 했다.

하루를 살아내며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조용히 꺼내 본 기억들. 실제로 있었던 일들, 혹은 문득 떠오른 문장들을 무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조용히 붙잡아 보았다.

글을 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이라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글 하나, 사진 한 장, 그림 한 점이 쌓이면서 나는 조금씩 나 자신을 이해하고 위로할 수 있게 되었다.

요즘은 카메라보다 눈으로 장면을 담는 시간이 많아졌지만, 한때는 감정이 진해질수록 셔터를 멈출 수 없었다.

그렇게 담아낸 장면들은 자연스레 그림으로 이어졌고, 그림에 색을 입히며 감정을 정리했다.

어여쁜 색을 담아내기란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담고 또 담아 보았다.

『빛과 붓, 그리고 시간』은 그렇게 스쳐간 감정과 풍경의 조각들을 모은 책이다. 붓끝에 남은 흔적, 셔터 안에 담긴 공기, 시간이 지나도 흐려지지 않는 마음의 결들.

이 책은 나의 감각이자, 나의 마음이다.

자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언제나 그 자리에 조용히 있었다. 이 책을 펼친 당신의 하루 끝에도, 조용한 빛 하나가 머물기를 바랍니다.


그림속 하늘 노을과 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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