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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장. 빛이 말을 걸어올 때

조용히 문을 두드리는 빛

by MUZE



2011.1 로마에서 만난 빛

빛은 어둠을 물러나게 해주는 유일한 존재다.

빛과 우리는 뗄 수 없는 관계 속에 살아간다.

조용히 문을 두드리듯,

빛은 말없이 우리 곁에 스며든다.

눈부신 아침도 빛이 없으면 시작되지 않는다.

우리는 빛으로 하루를 열고,

빛이 저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노을은 그런 빛의 마지막 인사처럼 매일

다채로운 색으로 물든다.

화려하거나 은은하거나,

혹은 흐린 날은 흐린 대로.

다만 우리는 자각하지 못한 채,

그 모든 빛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요즘 나는 아침마다 종종 숲길을 달린다.

나뭇잎 사이로 베어드는 빛줄기는 얼마나 영롱한지, 매일 새롭게 감탄하게 된다.

그 빛은 나를 비추고, 너를 비추고,

세상의 모든 존재를 비춘다.

모두에게 생명을 주고, 새롭게 깨어나게 한다.

빛은 늘 우리 곁에 머물며 조용히 다정하다.

말없이 존재하지만,

그 따뜻함은 언제나 먼저 다가온다.


맑은 하늘을 붉고 화려한 노을을 때론 흐린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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