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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화. 인연이 머무는 탑

선녀가 남긴 기억의 매듭

by MU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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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뮤와 몽몽이는 서로 눈을 마주 보고 결심에 찬 눈빛을 교환했다. 둘은 북한산의 깊은 계곡을 벗어나, 몽몽이의 포털 이동 능력을 이용해 눈 깜짝할 새에 서울의 상징적인 탑, 남산타워 근처에 도착했다. 웅장한 타워는 하늘을 찌를 듯 솟아 있었고, 주변은 가을 단풍을 즐기러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와! 몽몽아, 여기가 수많은 연인들이 자물쇠를 걸어두는 곳인 남산타워구나!"

뮤뮤는 눈을 반짝였다. 월영 여신이 준 특별한 빛 덕분에 사람들의 시선은 뮤뮤와 몽몽이를 스쳐 지나갔다. 뮤뮤는 주변의 모든 것을 놓치지 않았다. 맑은 공기와 함께 수많은 연인들의 설렘과 행복한 기운이 느껴졌다.

두 사람도 가을을 만끽했고, 이윽고 어두운 밤이 찾아왔다. 밤에도 야경을 보러 온 사람들로 북쩍이는 가운데

두 사람은 타워의 명물인 '사랑의 자물쇠'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자물쇠가 촘촘히 걸려 있었다. 형형색색의 자물쇠들은 저마다 수많은 사람들의 소원과 약속, 그리고 간절한 마음을 담고 있었다.

"몽몽아, 가이드북에 나온 매듭 부적은 어디에 있을까? 자물쇠가 너무 많아!"

뮤뮤의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자물쇠의 향연은 압도적이었다. 이 모든 자물쇠 속에서 오색실로 엮인 작은 매듭 부적을 찾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뮤뮤, 매듭 부적은 '인연과 기억의 끈'이랬잖아. 우리에게 필요한 건 지도가 아니라, '끈'을 볼 수 있는 힘일 거야!" 몽몽이가 뮤뮤의 다리를 톡톡 치며 말했다.

뮤뮤는 몽몽이의 말에 무릎을 탁 쳤다. '인연의 끈!'

뮤뮤는 품에서 자개거울을 꺼냈다. 자개거울을 든 채 붓을 그 위에 갖다 대고, '매듭 부적'에 담긴 힘을 집중했다. '선녀와 나무꾼'이 잃어버렸던 기억의 끈, 그리고 다시 만나게 해 준 운명의 실타래.

붓의 빛이 거울을 감싸자, 거울에서 신비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이번에는 거울이 매듭이 있는 곳을 직접 안내해 주는 듯했다. 눈앞에는 수많은 자물쇠들이 얽히고설켜 있었지만, 거울을 천천히 자물쇠 쪽으로 비추니 빛이 한 줄기가 되어 한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찾았다, 몽몽아! 저기야!"

뮤뮤는 빛이 가리키는 쪽으로 달려갔다. 그곳에는 수많은 자물쇠들 사이에 낡고 오래된 자물쇠 하나가 걸려 있었다. 그리고 그 자물쇠의 고리에 작은 오색실이 엮여 매듭 부적 형태로 매달려 있었다. 세월의 흔적으로 색이 바래 보였지만, 붓이 비추는 빛 아래에서는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뮤뮤가 조심스럽게 매듭 부적에 손을 대려는 순간이었다.

"쉬이익..."

갑자기 차가운 바람이 불어오더니, 주변의 가로등 불빛이 파르르 떨렸다. 도깨비들의 장난스러운 기운과는 차원이 다른, 끈적하고 불길한 강한 검은 기운이 난간 아래 그림자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몽몽아, 뭔가 이상해. 도깨비들이랑은 느낌이 달라!"

뮤뮤가 뒤를 돌아보자, 바닥에 드리워진 사람들의 그림자가 비정상적으로 길게 늘어지더니, 서로 엉겨 붙어 하나의 거대한 검은 형체를 만들어냈다. 눈코입도 없이 오로지 일렁이는 검은 연기 같은 존재, 바로 '흑영(黑影)'이라 불리는 어둠의 그림자였다.

"쓸모없는 도깨비 녀석들... 결국 실패했군."

그림자 속에서 쇠를 긁는 듯한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것은 대장 도깨비가 말했던 '어둠 속의 속삭임'의 주인임이 틀림없었다.

"그 부적은 내 것이다. 끊어진 인연의 절망을 모아야 하는데, 그 부적의 힘이 방해가 돼."

그림자는 검은손을 뻗어 매듭 부적을 낚아채려 했다. 동시에 그림자의 일부가 주변 사람들의 발목을 휘감으려 했다. 사람들은 영문도 모른 채 갑자기 몸이 무거워지거나 기분이 우울해지는 것을 느끼며 웅성거렸다.

"안 돼! 이건 사람들의 소중한 마음을 지켜주는 물건이야!"

뮤뮤는 용기를 내어 그림자 앞을 막아섰다. 도깨비들보다 훨씬 강력하고 사악한 적의 등장에 몽몽이도 바짝 긴장하여 털을 세웠다. 과연 뮤뮤는 이 무시무시한 그림자로부터 매듭 부적을 지켜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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