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싶은 게 너무 많아.
남편이 아팠다. 아이들로부터 감기가 전염되어 고열과 몸살에 시달렸다. 며칠 누워 있었다. 우리 가족은 칠레에 와서 병원에 가지 않았다. 아픈 적도 있었지만 한국에서 가져온 약으로 버텼다. 칠레 병원 시스템도 파악할 겸 남편이 용기를 내어 병원에 다녀왔다. 병원에 간지 3시간 만에 지친 모습으로 남편이 집에 왔다.
"아! 한국 가고 싶다."
병원 시스템이 한국과 달라 접수, 수납 처리가 늦어져 화가 난 남편은 씩씩대며 말했다. 타지에서 몸까지 아프니 서러웠던 모양이다. 남편은 이곳에 와서 한 달에 한 번씩 아팠다며 칠레는 자기랑 안 맞단다.
아파서 누워 있느라 제대로 먹지 못했던 남편은 치킨이 먹고 싶다고 했다. 나는 얼른 한인타운에 치킨을 파는 식당을 알아보았다. 다행히 있었다. 아이들과 3개월 만에 치킨을 먹었다. 식당에서 치킨을 주문하고 30분을 기다려 먹었다. 식당에 주문이 많아 오래 기다렸다.
"한국에서는 치킨 먹고 싶으면 자기한테 말만 하면 됐는데..."
남편이 말했다. 이곳에서는 뭐든 쉽지 않다는 뜻이다.
고향이 그립다는 말을 매일 실감한다. 이곳에 적응했다고 해도 한국이 자주 생각난다. 나는 여기서 아프지 않아서 서럽진 않았다. 먹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한국 음식이 먹고 싶을 때 한국에 가고 싶다.
마른 오징어, 진미채, 추어탕, 배추김치, 깻잎김치...... 다 나열하기 어렵다. 이들 중 칠레에서 먹을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가격이 비싸다. 그 가격에 사 먹기 아깝다.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고 음식을 그리워하는 내가 웃기다. 보통 가족을 그리워하거나 친했던 사람을 그리워하지 않나. 나는 사람은 그립지 않다. 음식만 당긴다.
역시 사람은 나에게 유해한 존재인가 보다. 여기에서는 집에만 있어서 평온한 날이 많다. 가끔 심심할 때도 있지만. 현재는 책과 친하게 지내고 있다. 아니 의지하고 있다. 믿을 게 책 밖에 없다.
그립다고 말하고 글로 쓰면 덜 그리울 줄 알았는데. 그리운 채로 다가오는 하루를 성실하게 살아야겠지. 오늘도 마른 오징어가 내 머리에 스치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