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은 내 안에 있겠지.
외부와 단절된 채 주로 집에만 있는 나는 가끔씩 이런 생각을 한다.
'나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지? 잘 살고 있는 걸까?'
누군가가 명확히 설명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다. 누가 설명해준다고 해도 나는 쉽게 동의하지 않을 거다(의심이 많다).
집에서 살림하고 애 키우고 책이나 읽으면서 지내도 되는 걸까. 시간이 흘러서 지금을 돌아볼 때 나는 이 시간을 뭐라고 말할 수 있을까. 후회할까. 그때 더 열심히 살지 않은 것을.
어떤 행동을 할 때마다 마음속에서 '이거 옳은 일이야? 잘하고 있는 거야?'라는 물음이 따라온다. 내 안의 평가자가 자꾸 나를 평가하려고 든다. 며칠 전 12년을 입어 구멍이 난 실내복 바지를 버리면서 몇 번을 고민했다. 구멍 난 채로 그냥 입어야 하나. 결국 버리고 집 근처 쇼핑몰의 할인하는 매장에 가서 또 고민한다. 다른 곳에 더 싼 제품이 있는데 괜히 비싸게 사는 게 아닐까. 그래서 나는 쇼핑을 못한다. 이 물건을 사는 게 맞는지, 가성비 좋은 제품이 맞는지 묻고 확인하느라 쇼핑 전부터 지친다.
요즘은 남과 비교한다. 우연히 알게 된 칠레에 사는 지인의 블로그를 봤다. 쇼핑, 여행, 외식했던 사진을 잔뜩 올려놓은 글을 보고 잠깐 마음이 우울해졌다. '쟤는 저렇게 쇼핑 다니는데 나만 집에서 이게 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SNS 안 하길 다행이다. 매일 남의 행복을 훔쳐보며 불행해했을지도 모르겠다.
책과 글쓰기에 집착한다. 책을 읽어서 똑똑해지고 싶고 글쓰기 실력도 늘었으면 좋겠다. 책이 재미있어서 읽기도 하지만 어떤 날은 의무감에 책을 붙들고 있다. 글쓰기도 그렇다.
비교, 집착, 걱정, 고민 등이 요즘 내 생활의 주된 내용이다. 하지 말아야 할 것들만 모아놓은 종합 선물세트 같다. 내가 점점 작아지는 것 같다. 분명 한국에서와 같은 일상인데 왜 여기 와서 이런 마음이 드는 걸까. 내게 지금 필요한 건 무엇일까. 나는 무엇을 원하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