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인력의 면접질문
국가공인 자격증은 너무도 오랬만이였다.
그래서였을까?
처음으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나온 날 뭐라도 하고 싶은 열정이 뿜뿜 하던 날이었다.
드디어 코로나 기간 동안 열심히 준비했던 사회복지사 자격증이 나오니 왠지 자격증을 써먹고 싶은 욕구가 올라왔다.
워크넷에 들어가 키워드란에 '사회복지사'라고 넣으니 우리 동네에서 가장 많이 뽑는 곳은 노인주간보호센터였다. 아직은 생소한 노인주간보호센터에 가서 일을 하자니 덜컥 무서운 마음부터 갖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으로 많이 나온 곳이 '사회적 협동조합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센터'가 있었다.
평소 발달장애인에 대한 관심이 많은 터라 눈길이 자연스레 주간활동서비스에 눈길이 갔다.
아무 생각 없이 집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있는 사회적 협동조합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서비스 센터에 덜컥 지원을 했다.
이곳에서는 성인은 물론이고 청소년 발달장애인 방과 후 수업도 연계하여 서비스를 진행하는 곳이었다.
말 그대로 14년 동안 아이들만 키워온 경단녀인 나에게 사회복지사로서 지원했다는 것이 뿌듯하였다.
며칠 뒤 면접을 보자는 연락이 왔다.
경력이 하나도 없더차라 연락을 기대하지 않았기에 가슴이 덜컥 내려앉는 듯하였다.
첫 지원에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과 아직 초등학교 1학년인 막내가 있어서 떨어져도 좋겠다는 양가감정이 뒤섞였다.
면접을 보기 위해 옷장을 열어보니 면접에서 입을 만한 참한 정장 한 벌이 없었다.
정말 일과는 멀리 떨어져서 살았구나 생각이 들었다.
급하게 동네 옷가게에서 참한정장하나를 구매했다.
보세가게였는데 가격이 사악했다.
이 정장은 이날 면접 이후에 입을 일이 없었는데 일의 특성상 정장을 입고 일하기엔 어려움이 많이 있었기 때문이다. 사실 일하러 간 첫날 나만 정장을 입고 다른 모든 사람들은 운동복이나 청바지의 차림으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돌발적인 사건, 사고가 끊임없는 곳에서 정장은 사치라는 것이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나 또한 깨달았기 때문이다.
참한 정장을 입고 면접장에서 센터장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며칠간 잠 못 이룬 피부와 표정, 노메이크업으로 나타난 센터장님의 얼굴은 이곳의 피곤함과 지침을 한 번에 대변해 주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면접이라고 나는 때 빼고 광내고 옷도 사 입고 왔건만 조금 민만 하였다.
면접의 질문은 이러하였다.
첫째 남자성인발달장애인의 대소변을 처리할 수 있는가?
둘째 도전적 행위 즉 폭력적 성향의 친구가 있는데 맞을 각오가 있는가?
셋째 지적장애 중 그중 지능이 높은 친구들은 심각한 품행장애가 있는데 예를 들어 도벽, 욕설등을 할 수 있는데 감당할 수 있는가?
어마무시한 질문들은 선뜻 대답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성인남자의 대소변을 처리할 자신이 없었고, 맞으면서 일할 각오는 더더욱 없었다.
그나마 경계성지능의 아이들의 품행장애가 있는 것을 참을 용의 정도가 있을까 말까 했다.
답변은 이일을 사회복지사 취득 후 처음하는 일이라 발달장애인의 대소변을 처리할 자신을 없다고 했다.
센터장님은 처음은 본인이 도와주겠다고 하셨다.
두 번째 맞으면서 일을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센터장님은 본인이 장애인들에게 두들겨 맞은 이야기를 하시면서 이런 일도 있을 것이라고 하였다.
그러시면서 "그런 상황이 되면 맞서지 않고 잘 피하시면 맞지는 않을 거예요."
일을 하면서 그 말은 많은 상황에 접목되는 부분이 많았다.
마지막으로 품행장애를 가진 친구들이 여기 센터에서는 많다고 하였다.
기본적으로 본인이 발달장애인이라서 함부로 굴어도 많은 이해와 배려로 인성교육을 받지 못한 친구들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어필하였다.
아들 셋을 키워냈고 그중 첫째 아들이 느린 학습자로서 부단히 도 열심히 키워 냈음을 경력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사랑과 헌신으로 아이가 잘 성장했음을 피력하였다.
센터장님과의 어마무시한 면접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마음이 너무나 무거웠다.
면접을 보고 사실 면접에서 떨어졌으면 하는 생각이 더욱 컸던 적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가 너무나도 답답하게 하였다.
다음날 관련서류를 가지고 다음 주까지 출근하라는 반갑지만은 않은 답변을 받았다.
면접에서 붙었다기보다는 그냥 일할 사람이 없어서 뽑았나?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첫날 부원장님께서 "선생님은 제공인력이라서 주간활동서비스교육이수를 해야 합니다."라고 말씀하시기에 "제공인력은 뭘까요?"라고 질문하였다.
"아 발달장애인에게 제공인력으로 일하려면 사회복지사 2급 자격증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발달장애인 관련관목 10개를 이수하시고 시험에서 패스하셔야 하니까 빨리 시작하셔야 합니다."
나는 속으로 '에잉? 이게 무슨 말이지?' 하였다.
"부원장님 그럼 저는 사회복지사가 아닌가요? 사회복지사로서 경력을 인정받긴 어려운 거 가요?"
"네 맞아요. 저희는 사회복지사를 채용하는 기관이 아니고 바우처기관으로서 제공인력을 채용하는 겁니다."
'아...'
그날 이후 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사이트를 소개받고 다시 사회복지사를 따듯 급하게 10개 과목을 이수하고 시험에 패스하였다.
자격은 사회복지사로서의 자격을 원하면서 왜 제공인력이라는 딱지를 붙이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적 협동조합의 급여체계는 보건보지부 사회복지사 급여가이드라인을 따르지 않는다.
최저시급의 인상정도가 호봉에 따라 올라갈 뿐이다.
한마디로 호봉체계 없다. 센터장님 마음이다.
중소기업 사장님 마음대로인 듯 여기도 그러하다.
사회복지사들이 박봉인 것을 감안하여 만들어진 처우개선비라던지, 복지포인트는 없다는 뜻이다.
국가적으로 급여를 안정적으로 제공해 주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용인들이 줄어들면 언제든지 제공인력은 사라져야 한다는 뜻이다. 사실 우리 센터에서도 이용인이 줄어들어 2명의 선생님들이 나가셨다.
사회복지사들보다 더 박봉인 것이 제공인력이다.
고용이 불안한 최저시급자라고 말해도 딱히 다르지 않다.
제공인력과 사회복지사의 차이점을 알고 시작하는 경단녀들이 얼마나 있을까?
사실 사회복지사라는 직업도 생소한데 말이다.
혹시나 나처럼 처음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이라면 이 차이점을 잘 알고 시작하시길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공인력으로 일한 경력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회복지기관은 많기는 하다.
아직 발달장애인 주간활동센터가 생긴 지 3년이 아직 안되었기에 인정을 못 받은 것인 부분이 많기 때문이다.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에서는 사회복지사로 인정을 받는다.
물론 일적인 부분이 다름이 있지만 그래도 직접서비스를 제공하여 교육을 하는 부분은 일맥상통하다.
결국 경력이 없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경력을 쌓기에 좋은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