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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Feb 27. 2023

포르투갈 거리의 예술가들

멋진 예술가들을 만나면 여행이 풍성해진다

  포르투갈 곳곳에서 만난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다. 여행을 다니면서 우연히 만난 예술가들 덕분에 때로는 감동을 받기도 하고,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으며, 때로는 미소를 지을 수도 있었다. 예술이 여행을, 아니 우리 삶을 얼마나 풍성하게 해 주는지 여실히 느끼는 시간이었다. 


  리스본에서 기차로 40분 거리에 있는 해변의 휴양 도시 카스카이스. 신트라 여행 후 카스카이스로 향했다. 자전거를 타고 해안가를 누비는 기분도 짜릿했지만, 가장 감동적인 순간은 바로 해변에 울려 퍼진 바이올린 선율을 들었을 때였다. 자전거를 세워 두고, 바이올린 연주에 넋을 놓고 한 동안 취해 있었다. 무엇보다 연주에 몰두한 바이올리니스트의 표정과 몸짓에서 진정한 예술가의 면모가 느껴졌다. 너무나도 아름다운 바이올린 연주를 선사해 준 예술가에게 기꺼이 가지고 있던 유로를 내어 드렸다. 이때 음악을 통해 느낀 뭉클한 감동의 여운은 한 동안 가시지 않았다.     


<카스카이스-해변의 바이올리니스트>

  포르투갈에서 또 기억나는 예술가는 포르투의 세라두 필라르 전망대에서 만난 첼리스트이다. 포르투의 노을 명당인 곳에서 아름다운 석양을 바라보며 들었던 첼로 연주를 잊을 수가 없다. 한 시간도 넘게 전망대에서 혼신의 연주를 들려준 첼리스트의 모습에서 음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포르투의 노을이 더 아름답게 보인 것은 깊고 중후한 첼로 선율이 깔려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왼쪽 포르투-세라두 필라르 전망대의 첼리스트, 오른쪽 전망대에서 보이는 포르투의 석양>


  리스본의 거리 곳곳에서 만난 예술가들도 기억에 남는다. 유리구슬 두 개를 자유자재로 굴리며 멋진 쇼를 보여 준 예술가, 불이 붙은 막대기를 가지고 나비처럼 아름다운 몸짓으로 춤을 춘 예술가, 조화로운 화음으로 올드 팝을 잔잔하게 불러 준 듀오 등. 곳곳에서 만났던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었기에 포르투갈이 가슴으로 다가왔고, 그 순간을 마음으로 깊이 느낄 수 있었다.   



<리스본 거리에서 만난 예술가들. 오른쪽 아래는 큰 웃음을 준 행위 예술가>


  나에게 웃음을 주었던 거리의 예술가는 버건디 색 양복에 스카프를 두르고, 선글라스를 낀 행위예술가이다. 사진 속 모습처럼 그는 한 손에는 전화기를 들고, 한 손에는 서류가방을 든 채 꼼짝도 하지 않고 리스본 쇼핑 거리에서 행위 예술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쓰레기를 치우는 커다란 트럭이 인정사정없이 돌진해 오자, 조형물처럼 움직이지 않고 서 있던 그가 정신없이 바닥에 놓은 돈 가방을 챙기고 매장 쪽으로 몸을 날쌔게 돌려 트럭을 피했다. 그의 행위예술을 감상하고 있던 나를 비롯한 수많은 관객들은, 표정도 없이 진지했던 행위예술가 보여 준 생명을 지키려는 날렵한 몸짓에 예상치 못한 큰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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