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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Oct 28. 2022

꿔바로우에는 그리운 맛이 난다

'샤츄'의 꿔바로우와 중국에서의 추억

  소중한 추억처럼 기억 속에 오래도록 남아있는 음식이 있다. 미각의 기억이란 돌판에 새긴 글씨처럼 흐릿해질지언정 사라지지 않는 질긴 생명력이 있는 듯하다.  


  중국에서 살던 동네에는 가성비 좋은 맛있는 음식점이 참 많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이 생각나는 음식점은 '샤츄(傻厨, 어리석은 주방장이라는 뜻)'라는 이름의 중식당이다. 현지인 맛집으로 삼층 건물을 모두 식당으로 사용한 큰 식당이었는데도 평일이나 주말에 이삼십분씩 대기해야 자리가 나는 식당이었다. 1층에는 창과 벽을 따라 쭈욱 놓여 있는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적당한 높이로 있었고, 2,3층에는 다양한 크기의 룸이 많아서 가족 모임이나 회식하기에도 딱이었다. 규모가 꽤 큰 식당이다보니 일하는 직원들도 많았다. 유니폼을 갖춰입은 남녀 직원들이 바쁘게 카트를 밀고 무겁고 커다란 접시를 옮기며 활기차게 서빙했던 모습도 떠오른다.


  '샤츄'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꿔바로우'였다. 납작한 모양으로 썬 돼지고기를 어떻게 튀기면 이렇게 쫄깃쫄깃하고 바삭할까, 거기에 새콤달콤한 소스는 어쩜 이리도 달짝지근한지. 그야말로 환상적인 맛이었다. 꿔바로우는 탕수육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더 쫄깃한 것이 무언가 색다른 맛이 있었다. '샤츄'에는 꿔바로우 말고도 인기 메뉴가 많았다. 가지 볶음을 비롯한 각종 채소 요리나 냉채 요리, 직접 만든 두부로 끓인 순두부탕, 그 밖에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 많은 음식들은 아주 푸짐했고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한국에서 오는 손님들을 모시고 가면, 중국 본토의 제대로 된 음식을 맛보았다며 만족스러워했다. 



  중국을 떠나기 전날, 저녁으로 무엇을 먹어야 아쉬움이 덜할까 생각했을 때 고민없이 가장 먼저  생각난 곳도 '샤츄'였다. 그곳에서 먹은 마지막 만찬 속에는 중국에서 보낸 추억과 그리움도 가득 담겨 있었다. 낯선 언어와 문화를 체험하며 당황스럽기도 하고 해외에서 일하는 삶이 녹록지 않았지만, 타국에서 지내는 색다른 생활과 남다른 경험이 새롭고 즐거울 때도 많았다. 


  발음도 성조도 정확하게 구사하지 못하는 내 서툰 중국어를 현지인이 알아듣고 답변을 해 주었을 때 느낀 쾌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스마트폰으로 다른 사람의 도움없이 '띠디(우버 택시와 비슷함.)'를 불러 탈 수 있었을 때 비로소 중국어에 대한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다. 


  동네 카페에서 일하는 대학생 '팅팅'과 알게 되어 가끔 만나 서로의 언어를 가르쳐 주고 친분을 이어나가며 외국인 친구가 생긴 것에 마냥 들뜨기도 했다. 혼자 여행하다가 우연히 만난 중국인들과 짧은 동행 속에서 그들이 낯선 이방인에게 베풀어 준 크고 작은 호의가 떠올라 한없이 고마웠다.

  

  중국생활을 마무리하는 것이 다른 한편으로 아쉽기도 했다. 매주 나의 스트레스를 풀어주고 최고의 휴식을 선사해 준 깔끔한 마사지샵도, 답답할 때 자주 가서 바람을 쐬곤 했던 바닷가 옆 예쁜 카페와 테라스도, 대학생 '푸다오(과외 선생)'와의 중국어 수업도, 중국생활의 소소한 즐거움이었던 많은 것들에 대한 미련이 남아 만찬을 즐기면서도 조금은 쓸쓸해졌었다. 

  

  그날 저녁, 한 일년 정도는 꿔바로우를 떠올리지 않을만큼 배가 빵빵하게 잔뜩 먹고 왔지만, 귀국한지 얼마 안 되어 그 꿔바로우가 또다시 생각나 입맛만 다셨다. 한국에서 가끔 꿔바로우를 먹을 일이 있었지만, '샤츄'의 꿔바로우 맛은 어느 곳에서도 맛볼 수 없었다. 꿔바로우와 함께 중국에서의 생활이 잔잔한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가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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