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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Jan 31. 2022

함께 먹는 밥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의 즐거움

  혼밥을 자주 한다고 해서 내가 늘 혼자서 밥을 먹는 것은 아니다. 낯선 사람들과의 식사를 꺼릴 뿐이지, 나의 식습관을 잘 알고 친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식사는 언제라도 환영한다. 친한 지인들은 자신들이 식사를 끝내고 나서도 내가 편하게 충분히 먹을 수 있게끔 세심하게 배려해준다. “우리들은 얘기하면서 소화시키고 있는 거니까, 천천히 맘껏 먹어.”라고 말하며 내가 미안해 하지 않도록, 그리고 충분히 음식을 만끽할 수 있게 해 준다. 계속 씹어야 하는 내가 대답하지 않아도 되는 이야기를 그들끼리 주도적으로 나누며, 나에게도 종종 눈빛을 보내며 대화에 동참하고 있다는 안정감을 주기도 한다. 

사실 음식을 천천히 오래 씹다보니 먹는 속도가 두 배 이상 느리다 뿐이지 내가 먹는 양은 남들과 비슷하다. 그런 것을 알고 있는 친한 지인들은 여러 가지 음식을 시켜 나누어 먹을 때에는 속도에 뒤쳐진 내가 미처 못 먹은 음식을 중간에 확보해 주기도 한다. 별거 아닌 듯한 세심한 마음 씀씀이가 가슴 찡하게 고맙게 느껴진다. 


지난 크리스마스는 DK의 집에서 1박을 하면서 스테이크와 와인을 즐기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DK와는 함께 쌓아 온 시간만큼 같이 먹고 마시고, 무엇을 하든 마음이 참 편한 친구이다. DK는 한우를 준비하고, 우리와 친한 P언니도 집에 초대했다. 내가 만든 샐러드를 아주아주 좋아하는 DK를 위해 감자 샐러드와 고구마 샐러드를 만들고, 간단한 안주거리와 와인을 준비해 갔다. P언니는 화이트 와인과 깜짝 선물까지 준비해 왔다. 


채소를 썰고 함께 고기를 구우면서 준비하는 시간에도 이런 저런 대화 속에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알맞게 익은 스테이크와 곁들인 와인은 산도가 적당하고 과일향도 풍부해서 분위기를 한껏 끌어올려 주었다. 한참동안 먹고 마신 후, 카드에 서로를 응원하고 축복하는 글을 썼다. 무엇을 하든지 진심으로 진지하게 하는 P언니는 작은 카드 하나를 쓸 때에도 온 마음을 담아 정성껏 썼다. 좋은 글귀가 담긴 마인드업 스티커와 예쁜 하트 스티커도 붙여가며 카드를 꾸몄다. 서로에게 진심이 담긴 카드를 주고받으니, 우리 사이에 더 끈끈하고 따뜻한 무언가가 채워지는 듯한 느낌까지 들었다. 


사람과 사람이 만나 서로의 특성을 이해하고, 인정해주고 배려하기까지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식사를 편하게 함께 할 수 사람들은 오랜 시간 동안 서로 속마음을 나누고 신뢰하는 관계에 이른 사람들이다. 어찌보면 나에게 친밀함의 기준은 그 사람과 편히 식사할 수 있는지의 여부이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오래도록 함께 먹으며 삶을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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