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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향 Jan 23. 2023

필하모니 음악당에서 공연을 보게 되다니

베를린 필하모닉의 전당에 오다.

# 본론에 앞서 너무 오랜만에 글을 쓰게 된 그간의 사정과 현재 상황을 간단히 말씀드려요. 12월에 보름이 넘는 기간 동안 외부와 단절된 출장을 다녀왔고요. 12월 말부터 1월 초 종업식까지 학기말 업무처리에 코로나 걸린 선생님 반의 부담임 역할까지 하느라 매일 야근의 연속이었답니다.

 그리고, 드디어 8개월간의 대장정이었던 어느 연수의 마지막 과정인 글로벌 스터디를 오게 되었습니다. 팀별로 직접 해외 기관을 컨택하여 계획서를 내고, 기관 탐방 후 보고서를 비롯하여 참으로 험난하고 복잡한 과정이었습니다. 우리 팀은 네덜란드와 독일을 오게 되었고, 일정이 끝나고 팀원들은 모두 귀국하고 저는 혼자 남아 조금 더 체류하고 있어요.


# 그간의 일들은 다음에 나누고, 오늘 다녀온 필하모니 음악당 이야기를 살짝 공유할게요. (핸드폰으로 작성하려니 불편한 게 많아서 짧게 쓸게요.)


  베를린에 왔는데 베를린 필하모닉의 음악회는 보고 가야 하지 않나 생각했지만, 막상 갈 시간도 고 온라인 예매 또한 쉽지 않았다. 그냥 포기하려 했는데, 베를린 기관 탐방을 하고 간 다른 팀의 친한 샘이 기관 탐방을 마치고 베를린 필하모니 음악당에서 공연을 보고 왔다며 추천하여 나도 다시 도전! 머리로 안 되면, 몸이 조금 고생하면 되는 법. 공연 이틀 전에 필하모니 음악당에 직접 와서 표를 예매했다. 현장구매하니 오히려 인터넷 예매보다 3유로나 저렴했다.


  1/22(일) 오전 11시 공연. 느긋하게 30분 미리 도착해서 가방과 옷을 맡기고, 자리를 찾아 앉았다. 근사하게 차려입은 멋쟁이도 있었고, 가족이나 연인들과 함께 온 많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꽉 채우고 있었다. 드디어 베를린 필하모닉의 연주를 베를린에서 직접 듣는 건가. 너무 설레고 마음이 들떴다. 

  '어? 근데 뭔가 이상하네. 관현악단 자리가 좀 이상한데, 가운데 놓여 있는 저것은 뭐지? 피아노도 아니고 특이하게 생겼네. 지휘자석은 왜 없지?'

 티켓과 함께 받아 온 리플릿을 보니 한 사람에 대한 소개만 나와 있고,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필하모니 음악당 내부 모습과 오르간>


  11시가 되자 사람들의 박수 소리에 맞춰 깔끔한 슈트 차림의 호리호리한 남성이 나왔다. 지휘자인가 싶었는데, 그는 당당하게 저기 가운데 놓인 특이한 것 앞에 턱 앉았다. 그가 가볍게 터치를 하여 소리를 듣고 보니 오르간이었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유럽의 수많은 성당에서 봤던 오르간과는 그 모습이 전혀 달라서 몰랐다. 내가 예매한 음악회가 베를린 필하모닉의 관현악 연주가 아닌 오르간 독주 연주회였다는 것도 그제야 깨달았다. 온라인 예매를 시도했을 때 독일어를 아는 지인이 베를린필 공연이라고 확인해 주었고, 현장에서 구입할 때도 한국 유학생의 도움을 받으면서 확인까지 했는데... 결국 베를린필 공연이 아니었다.


  아쉬운 마음을 누르고 연주를 들었다. 그래도 오르간 연주회는 처음이라 새롭고 독특했다. 베를린필을 보지 못해 실망스러운 마음을 다잡고, 내가 언제 또 오르간 연주를 듣겠나 생각하며 집중해서 감상했다. 하지만, 인터미션 없이 1시간 20분 동안 오르간 연주만을 듣고 있자니 슬슬 졸음이 밀려왔다. 내 자리 근처의 어디에 선가는 코 고는 소리도 들렸기에 조금은 덜 민망하게 잠깐잠깐 졸다가 중간중간 박수도 치고 그렇게 긴 연주회가 끝났다. 관객들의 기립박수에 앙코르 연주가 시작되는데, 안쪽 자리라 나갈 수도 없어서 할 수 없이 야무지게 다 듣고 나왔다. 

  베를린 필하모닉 공연이 아니면 뭐 어떠랴. 필하모니 음악당에서 연주를 들었으면 됐지.

<왼쪽 연주를 마친 오르가니스트, 오른쪽 이틀 전 예매하러 와서 찍은 필하모니 음악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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