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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이호이 Aug 11. 2021

연애 회고록

시간이 흘러 되돌아보는 연애

오랜 시간 해온 연애가 끝난 지도 일 년이 넘어간다. 길다면 길 수 있는 시간이 흘렀지만 연애를 한 기간에 비하면 아직 다 아물기에는 부족한 시간이다. 미운 감정으로 헤어진 게 아니라서 그런지 이별은 아픔을 내포하고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무의식적으로 과거 기억이 떠오르면 마음을 쿡쿡 찌르는 것 같았다. 그래도 시간이 흐르면서 아픔은 조금씩 희석되어갔다. 시간이 아픔을 희석시켜주지만 아픔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아서 가끔씩은 마음 한 편이 저려오기도 한다.

그래도 이제는 조금씩 되돌아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 회고록을 쓴다. 앞으로 저지를 실수나 무례를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서.


연애는 나의 경험이기도 하지만 상대방의 경험이라 구체적인 사건을 나열하기보단 부족했고 아직도 많이 부족한 나의 모습을 작성할 생각이다.


예전 연애를 펼쳐서 나를 바라보면 무례하고 편견에 찌들어 있는 모습이다. 상대방의 의견이 내 생각과 다르면 받아들일 생각 없이 원하는 결론이 나올 때까지 밀어붙였다. 대화라는 포장지를 씌운 강압이었다. 나와 이야기하면서 조금씩 포기했을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아직도 미안하고 죄송하다. 그때의 난 누군가의 인생을 받아들이기엔 모자라고 어리석었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연애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건 상대방의 인생을 이해하지 않다는 뜻이다.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이유로 공부를 하게 되었고 다행히도 어느 정도 두각을 드러냈던 인생. 비슷한 경로를 밟으며 대학교까지 진학한 상황에서 우리는 서로 동질감을 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 늘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인생에 있었고 무시하기에는 너무나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호감을 느끼면 그 자체로 즐거웠다. 그런데 그녀는 상대방이 나의 호감을 이용해서 신체적으로 접근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나는 꿈을 꾸고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실력과 돈을 제외하고 다른 것들로 힘들어한 기억이 없다. 하지만 그녀는 다른 사회적 편견이 지인의 탈을 쓰고 가로막는 경험을 한다. 내 인생은 단순한데 그녀의 인생은 단순하지 않았다. 그건 너무 큰 간극이었다.


이해하고 싶었다.


강의를 들어보기도 하고 모임이 열린다고 하면 찾아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듣고 처음에 든 생각은 무서움이었다. 참가할 때마다 나라는 사람의 잘못을 듣고 말해야 했다. 게다가 앞으로도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부끄러웠다. 세상을 다 아는 것처럼 행동하고 다녔던 내 과거가 부끄러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고 나서는 무력감을 느꼈다. 이야기를 받아들이는 것 이외에 어떤 역할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물론 받아들이는 행위 자체가 어려워서 노력해도 완벽하게 해낼 수 없겠지만.


부끄럽게도 사실 이 고민은 큰 의미가 없었다. 애초에 내가 실천하지 않는 사람이라서.

살아오면서 많은 사회문제를 맞닥뜨렸고 취할 수 있는 행동들도 많았다. 하지만 나를 챙기기도 벅차고 귀찮다는 이유로 행동에 옮긴 적이 없다. 어리석은지라 이해하는 것조차 끝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그런 내 모습은 어디 가지 않는지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왜 이런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 모르겠다. 평생 걸음마를 떼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올림픽에 나가 메달을 딸 수 없다고 한탄하는 꼴이었다.


대신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내가 겪지 않은 세상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 사회적 편견이나 시선에 구태여 나를 보태지 않는 것. 이해할 수 없다면 그들이 겪는 감정에 공감하는 것. 그러면서도 계속해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

사실 연애를 떠나 사람으로서 해야 하는 일인데 이제야 겨우 깨달았다.


누군가가 연애는 서로의 세상이 합쳐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세상이 합쳐지는 건 즐거운 일이지만 한 편으로는 괴로운 일이다. 누군가의 세상을 온전히 받아들이고자 하는 노력과 내 세상을 드러낼 수 있는 자존감을 갖추고 유지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문장을 깊게 받아들이려 한다. 내 연애는 이러길 바라니까.


'연애는 타인의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연애가 아름다운 이유는 불가능을 계속해서 시도하려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노력하는 건 불편한 일이다. 하지만 약간의 불편함 조차 받아들일 수 없는 상태라면 그 연애는 끝난 것과 다름없다.’


(- 쓰다 보니 생각난 별개의 이야기 -

1. 사람들 사이에는 벽이 있는 것 같다. 인터넷이 발달하고 누군가의 소식을 핸드폰으로 바로 볼 수 있는 지금, 사람들은 프라이버시를 침해당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각자의 인생을 담은 책들이 서점에 전시되어 있어서 타인의 세상을 편하게 경험할 수 있다. 하지만 어느 때보다 타인에 대해 이해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가십은 쉽게 퍼지지만 타인의 인생에 대해서는 꽉 잠가놓은 수도꼭지처럼 이해하지 않으려 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외롭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다.

2. 사랑하면서 범하게 되는 오류는 상대방의 세상에 마음대로  디딜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누구도 그럴 자격은 없다. 누군가를 사랑하면서 가질  있는 특권은 상대방의 세상을 바라볼  있고  세상이 무너지려고   힘을 보탤  있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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