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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이호이 Aug 18. 2021

서울은 너무나 외로워서

서울로 유학 온 지방학생이 겪는 향수병

※ 여기서 서울은 타지의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읽으시는 분에 따라 서울이 아니라 국내의 다른 도시일 수도 있고 해외가 될 수도 있습니다. 본인이 생각하는 타지로 생각하시고 읽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tv에서 나오는 전형적인 캐릭터가 있다. 평생 시골에서 살다가 서울에 올라와 어리바리하게 이곳저곳을 바라보는 촌놈. 딱 내 꼴이었다.


초중학교에 등교할 때마다 논밭을 지나갔고 문학에서 묘사하듯 사계절을 벼가 자라는 속도로 받아들였다.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별이 나를 위로해줬다. 

성인이 될 때까지 나의 하루하루는 이런 모습이었다.


시골을 사랑했지만 더 이상 있을 수 없었다. 대학교에 진학해서 학업적 성취를 이루고 인정을 받을 만큼 연구를 하기 위해서는 서울에 있는 학교에 가야만 했다.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내 성격은 고려사항이 되기엔 너무 소박한 것이었나 보다.


모든 게 새로웠다. 서울 사람들은 서울의 모습을 한옥마을로 인식한다지만 나에게 서울은 반짝거리는 이미지였다. 누가 더 높은지 경쟁하듯 하늘 높이 솟아있는 건물은 서울 그 자체였고 하루 종일 바라보아도 신기하기만 했다. 서울에서 공부한다는 건 일종의 로망 같은 것이기도 해서 어쩔 때는 뿌듯하기도 하고 그동안 노력했다는 증거처럼 느껴지기도 해서 한동안은 서울생활을 만끽하며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누구나 그러하듯, 이제 막 성인이 된 어린 나는 모든 것이 불안했다. 앞으로의 미래는 걱정되고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길거리에는 모두가 바쁜 발걸음으로 정해진 목표를 향해 걸어가고 있고 그 모습은 방황하고 있는 나를 더 용납할 수 없게 만들었다. 저녁에 산에 올라가 본 서울의 모습은 낮인 것처럼 반짝반짝거렸고 많은 차들이 바쁘게 움직이며 화려한 색을 더하고 있었다. 무언가가 반짝이면 그림자가 생기듯이 서울이 화려할수록 내 마음의 그림자는 짙어져 갔다.


서울에서도 좋은 사람들을 만나고 좋아하는 장소들을 발견하게 되었다. 때로는 정말 빛이 나는 사람들도 있어서 서울에 있다는 게 행운이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서울은 그 어디보다 따스운 도시이면서 차가운 도시였다. 어느 날은 그 누구보다 따뜻한 사람들을 만났고 어느 날은 차디찬 사람들로 가득했다. 때로는 그 온도차가 아찔하기도 했다. 


태어나고 자란 도시보다 서울이 훨씬 더 짧은 시간을 함께 했지만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질적 성장을 할 수 있게 해 준 감사한 도시이다. 

하지만 서울은 내가 힘들 때 위로해주기 위해 별을 선물해주지 못한다. 그래서 참 아쉬운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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