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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이호이 Aug 24. 2021

별은 너무 반짝여서

별을 바라보며 위로받는 이야기

고대 그리스에 살던 철학자들은 밤이 되면 하늘에 반짝이는 별과 행성을 바라보며 우주는 반짝이는 수정으로 이루어졌으리라 생각했다. 갈릴레오가 망원경을 하늘로 향하고 뉴턴이 우주와 지구의 물리계를 하나로 합칠 때까지 그 생각은 유효했다.


고등학생이 되고 희망하는 학교와 과를 작성하는 시간이었다. 늘 목표를 크게 잡는 습관이 있는 나는 당당하게 서울대 의예과를 적어냈다. 1시간쯤 지나서였을까 선생님의 기분을 나타내듯 쿵쾅거리는 발걸음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그 발걸음은 우리 반 앞에서 멈췄고 이내 내 이름이 반에 울려 퍼졌다.


반 친구들 모두 앞에서 난 분수를 모르는 학생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에는 부모님을 불러오라는 외침까지 내뱉으셨고 그러고서는 반을 나가셨다.

며칠 후, 결국 부모님께서 학교를 찾아오셨다. 다행히도 내 생각을 존중해주시는 부모님은 선생님 앞에서 내 아이가 원하는 대로 하게 해 줄 거라고 말씀하셨다.


부모님이 학교에 찾아오신 날, 어느 날과 같이 야자 시간이 끝났다.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문득 이 상황이 벅차게 느껴졌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길을 꺾어서 운동장에 가 털썩 드러누웠다.

누워서 바라본 하늘에는 모든 생각을 잊을 만큼 강렬하게 별이 반짝이고 있었다. 온갖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다시 일어나서 시간을 바라보니 1시간이 지나있었다.

신기하게도 마음이 한결 가벼워져있었다.


그 이후로 위로받고 싶은 일이 있거나 스스로 해결하기 벅찬 감정에 괴로울 때 별을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이 글을 쓰기 전에 별을 바라볼 때 위로받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어쩔 때는 나와 별 사이의 거리가 너무 멀어서 오는 아찔한 감각이, 어쩔 때는 내가 지금 보고 있는 별의 모습이 적어도 몇 년 전의 모습이라는 데서 시간을 초월한 느낌이 위로가 된다. 별을 통하 인간을 하찮게 만들어버리는 듯한 우주의 광활함을 느끼는 것도 위로가 되는 이유가 된다.

하지만 그것은 위로가 되는 이유의 일부이다.

근본적으로 별이 나를 위로해 줄 수 있는 건 별이 너무 이쁘게 반짝여서이다.


우주와 지구를 다른 세계로 바라본 철학자들의 이야기를 처음 듣고는 어리석다며 콧방귀를 뀌었다.

하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 내가 바라본 하늘을 그들도 바라봤다면 이처럼 아름다운 별이 지구와 다른 물질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었을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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