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경미 Dec 14. 2023

어떤 글이 잘 쓴 글일까


글을 쓸 때 자꾸 욕심이 생깁니다. 글을 잘 쓰고 싶고, 멋진 글을 쓰고 싶고, 세상 어디에도 없을 참신한 표현을 담은 글을 쓰고 싶습니다. 좋은 욕심입니다. 덕분에 더 많이 노력하고 그 결과 글을 잘 쓰게 된다면 도움이 되는 욕심이지요. 그래서인지 글을 잘 쓰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하냐는 질문을 종종 받습니다. 물론, 저 역시도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합니다.    

 

그날도 여전히 글을 잘 쓰고 싶다는 말을 들었고, 글을 잘 쓸 수 있는 방법을 공유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들여 글을 쓰다 보면 글을 잘 쓰게 된다는 말은 여전히 비겁한 조언처럼 느껴집니다. 얼마나, 어느 정도를 투자하면 글을 잘 쓰게 되는지 명확하지 않으니까요.     

꾸준히 글을 써온 시간이 축적되면 멋진 글쓰기 실력의 성을 쌓을 수 있겠지만, 이 성이 멋지고 견고하게 쌓아 올려진 성인지, 풍전등화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운 성인지 확인하고 싶어집니다. 그럴 때, 답을 찾을 질문은 이것입니다. 

“당신이 말하는 잘 쓴 글이란 어떤 글인가요?”

  

잘 쓴 글에 대한 정의는 사람의 취향마다 다를 것입니다.

통찰력 있는 깊이 있는 글을 좋아하는 사람은 내가 생각하지 못한 참신한 생각이 담긴 글을 잘 쓴 글이라 할 것이고, 미스터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사람은 진부하지 않으면서도 반전 있는 박진감 넘치는 스토리 구조를 갖춘 글을 잘 썼다고 할 것입니다. 책을 통해 지식을 얻길 원하는 사람은 풍부한 지식이 가득 담겨 있는 글을 잘 쓴 글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취향 차이를 모두 아우를 수 있는 잘 쓴 글의 조건은 분명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작가가 하려는 말을 독자가 오해하지 않도록 명확하게 전달하고, 읽는 이로 하여금 설득력 있다는 느낌을 주는 글입니다.     




이제 막 글을 쓰기 시작한 사람들에게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다양한 방법을 알려주고 나면 모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쳐다봅니다. 내 생각을 풀어내는 것도 어려운데 어떻게 저런 걸 다 하냐는 원망이 담겨 있습니다. 그래서 말미에 항상 강조하는 말이 있습니다.     


“자, 겁먹지 마세요. 지금부터는 이전 것은 다 잊으시고, 이것만 기억하고 쓰면 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꼭 이것을 기억하고 쓰세요.

내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식하고, 설득력 있게 쓴다.’”     


잘 쓴 글은, 적당한 근거를 들어 설득력 있게 주제를 전달하는 글입니다. 문장이 화려한 글, 통찰력이 있는 글, 은유와 비유가 풍부한 글, 위트가 넘치는 글. 이런 글들은 가장 기본적인,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잘 전달하게 되었을 때 그때 도전해도 늦지 않습니다.     



우선 내가 하고 싶은 말, 즉 주제가 정해졌다면 그것을 종이 상단에 적어놓고 글을 써보세요. 글을 쓰다가 자꾸 딴 길로 새는 걸 막아줄 것입니다. 생각을 전개할 때는 꼭 설득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를 충분히 말하고, 독자가 동의할 수 있는 관련 있는 근거, 데이터, 사례 등을 제시해서 내용을 보완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여러모로 좋기 때문입니다. 이제 새해를 맞은 당신께 미라클 모닝을 추천합니다.     


라고 쓴 글보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합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그만큼 하루를 일찍 시작하게 되고, 추가로 주어진 시간동안 운동을 하거나 독서를 하거나 영어 공부를 하는 등 자기계발의 시간을 가질 수 있습니다. 그러면 무언가를 했다는 성취감이 당신의 삶의 만족도를 높여줄 것이고, 이는 당신이 더 적극적으로 살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줄 것입니다. 이제 새해를 맞은 당신께 미라클 모닝을 추천합니다.     


라고 쓴 글이 더 설득력이 있습니다.     


여기에 아침에 일찍 일어남으로써 일어난 유의미한 변화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써도 좋습니다. 저자의 사례도 좋은 근거가 됩니다. 그러나 조금 더 신빙성을 높이고 싶다면 타인의 사례, 전문가의 이야기, 연구 데이터 등을 곁들이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위의 예시의 경우 《나의 하루는 4시 30분에 시작된다》에 나오는 저자의 사례나 《하버드 새벽 4시 반》에 나온 구절을 인용한다면 더 설득력을 높일 수 있습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다는 이미 익숙한 말을 써도 좋겠지만요.



마지막으로 글을 다 썼다면, 근거로 제시한 내용과 주제 사이에 모순은 없는지, 억지스러운 연결은 없는지, 주제와 근거가 서로 어울리는지 살펴보아야 합니다. 근거를 제시할 땐 주제와 관련이 없거나 빈약한 내용을 넣는다면 그 글은 좋은 글이 될 수 없습니다. 논리적 비약이 있지는 않았는지도 확인하고요. 그리고 언제든 보다 나은, 적합한 사례가 생긴다면 수정·보완해야 합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우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제대로 전달하는 것과 근거를 제시해 설득력을 높이는 것에 집중해보세요. 그리고 글을 다시 읽으며 독자의 입장에서 설득력이 떨어지거나 부연설명이 필요한 부분은 없는지 확인하고 보완해보세요. 그거면 이미 충분히 잘 쓴 글이 됩니다. 이런 글쓰기가 몸에 밴 후에 노력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쓰는 단계에 이르면, 이후에 또 다른 잘 쓴 글의 조건을 갖춰도 늦지 않습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이전 05화 글, 어떻게 쓸까_실전 글쓰기 방법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