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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경미 Dec 28. 2023

퇴고, 어떻게 할까

실전 퇴고 방법


책 한 권을 출판하고 난 뒤 전 과정을 다 거치고 나면 어느 단계든 수월하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될 것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퇴고도 초고를 쓰는 것만큼 어렵습니다. 겁을 주기 위해 하는 말은 아니지만 미리 마음을 단단히 먹고 마음이 한결 편해질 것입니다.

산 넘어 산이라고, 어렵게 초고를 썼는데 다시 가야 할 길을 멉니다. 그러나 맨땅에 헤딩하는 건 아니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그동안 써 놓은 초고를 ‘잘’ 수정하면 멋진 글이 또 한 편 완성되는 건 매우 멋진 일입니다.   

  

퇴고를 꼭 해야 할까요?     

초고 쓰기를 마치고 나면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종종 글쓰기 강의에서 만난 분들도 이렇게 말합니다. 초고를 잘 쓰면 굳이 퇴고할 필요는 없지 않나요? 라고요. 출판사마다 다르겠지만, 어떤 편집자는 퇴고하지 않은 초고의 날 것 그대로의 상태를 선호한다는 말을 들은 적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 취향만을 믿고, 혹은 나의 글쓰기 실력만을 믿고 퇴고하지 않는 건 충분한 이유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퇴고를 꼭 해야 하는 분들게 이렇게 말합니다.

네! 물론이지요! 퇴고는 꼭 해야 합니다.


그동안 써온 원고는 초고입니다. 말 그대로 아직 잘 다듬어지지 않은 글입니다. 맛있는 고깃집에 갔다고 생각해보세요. 초벌로 구워진 고기를 그냥 먹지는 않습니다. 먹기 좋은 굽기로 구운 뒤 저마다의 취향에 따라 무언가를 곁들여 먹지요. 그게 고기의 맛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니까요.

글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고를 쓰는 동안 뱉어낸 날 것 그대로의 생각을 다듬어야 합니다. 우리가 쓰려는 글은 나만 읽고 끝낼 일기가 아닙니다. 책이라는 매체를 통해, 내가 아닌 타인에게 전달되어 읽힐 글입니다. 초고를 출간에 적합한 형태로 변화하는 과정, 퇴고의 과정을 거쳐 원고 한 편을 탄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초고의 날 것 같은 느낌을 좋아하는 편집자가 세상에 몇 명이나 될까요? 어딘가 이상한 부분을 품고 있을 글을 세상에 내놓을 용기를 가진 분들이 몇 분이나 될까요? 작가를 꿈꾼다면 이왕이면 잘 쓴 글을 세상에 내놓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그 마음을 따라 퇴고에 임하면 좋겠습니다. 책은, 블로그나 SNS 같은 비공식적인 매체가 아니니 말입니다.         



 

퇴고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여기서는 실전 방법에 대해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물론 제가 하는 방법일 뿐이고, 이 방법이 정답은 아니니 필요에 따라 취사선택하시기 바랍니다.)         


 

step 1. 숲 보는 단계

원고를 자세히, 꼼꼼히 보지 않고 빠르게 훑어보며 퇴고하는 과정입니다. 먼저 초고를 빠르게 읽으며 글의 주제를 찾는 것으로 퇴고를 시작합니다.

   

1-1. 주제 파악하기

원고 한 편을 처음부터 끝까지 읽으며 주제를 파악합니다. 본래 쓰려고 했던 주제와 쓰고 난 뒤 느껴지는 주제가 다른 경우가 있습니다. 글을 쓰다보니 다른 쪽에 마음을 뺏겨 계획했던 주제가 아닌 다른 주제의 글을 쓰게 된 것이지요. 이럴 때를 대비해 다시 한번 글을 읽고 글의 주제를 파악한 뒤 페이지 상단에 주제를 적어둡니다.     


1-2. 내용 분류 및 문단별 주제 찾기

적어놓은 주제를 떠올리며 다시 글을 읽습니다. 두 번째 읽을 때는 주제와 상관없는 부분은 X, 애매한 부분은 △ 표시를 합니다. 그리고 각 문단의 주제가 무엇인지 파악하여 간략하게 메모해 둡니다.     


1-3. X, △ 정리하기

원고를 다시 읽어보며 X 표시된 부분은 삭제합니다. 문장과 문장, 혹은 문단과 문단이 매끄럽게 연결되도록 수정합니다.

△ 표시된 부분을 어떻게 활용할지 생각해봅니다. 사례로 활용할 수 있다면 적절히 녹아들도록 글을 수정합니다. 만약 글 어딘가에서 기능을 할 수 있다면 위치를 옮기고 마찬가지로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글을 수정합니다. 그밖에 활용이 불가하다고 판단된 부분은 미련을 버리고 삭제합니다.    


       

step 2. 나무 보는 단계

나무를 보는 단계에선 글을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읽으며 세부적인 내용을 수정합니다.     


2-1. 내용 보완

글을 읽으며 사례, 인용,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에 해당 내용을 추가해서 씁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잘 쓴 글은 충분한 설득력과 논리력을 갖춘 글입니다. 독자의 입장이 되어 충분히 이해가 되는 글인지 확인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합니다.     


2-2. 문단 정리

글의 문단을 정리합니다. 문단은 어디서 바뀌어야 할까요? 보통 내용이나 화제가 바뀌는 시점에 엔터를 쳐서 단락을 나눕니다. 그러고 난 뒤 문단의 길이를 확인합니다. 너무 짧은 문장으로 줄바꿈하거나 단락을 나누면 글의 흐름이 끊깁니다. 반면 한 문단을 너무 길게 하면 가독성이 떨어집니다. 한 문단에 5~7 문장 정도가 부담없이 읽을 수 있으니 문단을 확인한 뒤 적절하게 문단을 나눕니다.

다음엔 앞에서 적어놓은 각 문단의 주제를 보면서 글의 흐름이 괜찮은지, 독자에게 호기심을 줄 수 있는 구조인지 확인하고, 필요하면 문단의 위치를 옮겨봅니다.     


2-3. 내용 오류 점검

어색하거나 틀린 부분을 확인합니다. 글을 전개해나가면서 논리적으로 비약이 있거나 오류가 있는 부분을 찾아 수정합니다.

책에서 인용한 문구, 뉴스 내용, 설문조사 결과 등에 오류가 없는지도 확인합니다. 책 이름, 저자 이름을 종종 틀릴 수 있으니 그것도 다시 한번 꼭! 확인해야 합니다. 직함을 썼다면 해당 직함이 바뀌진 않았는지 확인하고 업데이트해야 합니다.     




글을 끝내기 전 한 가지를 더 말씀드리면, 퇴고할 때는 프린트해서 하시길 추천합니다. 텍스트는 모니터를 통해 봤을 때와 인쇄물로 보았을 때 느낌이 다릅니다. 오타가 더 잘 보일 뿐만 아니라, 퇴고하면서 지우거나 추가될 내용을 적어둘 수 있습니다. 인쇄물을 펴놓고 한눈에 원고 한 꼭지를 파악해서 볼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번거롭더라도 꼭 인쇄해서 퇴고한 뒤 워드 프로그램에 옮기시길 바랍니다. 그 과정에서 퇴고하면서 고친 내용을 다시 한번 판단할 수 있는 여지도 남겨둘 수 있습니다.     


세상에 정도는 없습니다. 내게 편하고 맞는 방법을 찾으시길 바랍니다. 퇴고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퇴고할 때 무엇을 봐야 하는지 몰라서 어려움을 겪고 계시다면 이 방법을 활용해보시기 바랍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나에게 맞는 퇴고 방법을 찾게 될 것입니다.     


퇴고하는 동안 초고를 쓰는 과정만큼이나 많이 쓰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을 충실히 해내면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능력이 향상되고, 글을 쓰는 능력도 더 좋아질 것입니다. 뼈를 깎는 것 같은 고통의 순간을 잘 이겨내면 세상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사실, 종종 부끄러워지지만) 글이 되어 있을 것입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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