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임경미 Feb 01. 2024

쓰작쓰작. 알면 더 돋보이는 소소한 팁

문장 부호 편


노트, 혹은 노트북 어딘가에 저장된 글과 원고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차이를 만드는 요소는 다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겠지만, 오늘은 형식 혹은 규범의 관점에서 둘의 차이를 알아보려고 합니다. 어렵게 말씀드린 것 같지만, 쉽습니다. 바로 문장 부호에 관한 것입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필요로 쓰는 글은 문장 부호를 의식하지 않고 써도 됩니다. 쓰는 사람은 나, 읽는 사람도 나일 뿐이니 문장 부호를 제대로 쓰지 않았다고 크게 문제 될 건 없습니다. 그러나 책의 형태로 실릴 원고는 다릅니다. 책이라는 보다 공식적인 매체를 통해, 내가 아닌 독자에게 전달될 글이므로 규범을 지키는 것이 좋겠지요. 글 쓰는 사람이라면 맞춤법을 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장 부호에 대해서는 인식이 부족합니다. ‘굳이 신경 써야 할까, 그냥 쓰면 되는 거 아닌가’라고 생각하기 쉽죠. 작가가 원고를 작성해서 출판사에 보내면 출판사에서 알아서 수정해주는 거 아닌가 싶을 수도 있습니다.


물론 출판사에서 각자의 규칙에 따라 수정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책을 관심 있게 살펴보신 분이라면 책의 앞 혹은 뒷부분에 '본 책의 문장 부호는… 맞춤법은… 외래어 표기는… ' 하면서 어떻게 통일해 작업했는지 설명된 부분을 보았을 것입니다. 물론 출판사별 규칙에 따라서 원고를 작성하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한글 맞춤법에서 규정하는 문장 부호에 대해 알아보고, 어떤 문장 부호를 어느 때에 쓸 수 있는지 알아둠으로써 이를 글쓰기에 활용해보시라는 취지로 이번 편을 마련했습니다. 우선 자주 사용하는 문장 부호 위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쓰작쓰작 12편의 연재를 마치고, 끝까지 함께 해 오신 분들을 위해 작은 팁입니다^^

잘 알고 있는 마침표(.), 쉼표(,), 물음표(?), 느낌표(!), 가운뎃점(·), 쌍점(:)에 대한 설명은 생략합니다.]          



1. “ ”

- 이름: 큰따옴표(“ ”)

직접 대화를 표시하거나 말이나 글을 직접 인용할 때 사용합니다.

직접 인용이 낯선 분들을 위해 설명드리면, 직접 인용이란 말이나 글, 대화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는 경우를 말합니다. 작가의 스타일대로 고치지 않고 그대로 쓰는 것이지요.  우선 큰따옴표를 쓰는 예를 찾아보겠습니다.      


“어머니, 제가 가겠어요.”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들을 보면서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헬 듯합니다.”라는 시구를 떠올렸다.


이 예문을 보면 문장 속에 시 <별 헤는 밤>의 한 줄을 통째로 옮긴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러니 직접 인용했음을 나타내기 위해 큰따옴표(“ ”)를 사용한 것입니다.         


 

2. ‘  ’

- 이름: 작은따옴표(‘ ’)

작은따옴표는 앞서 잠깐 말씀드렸지만 간접 인용했을 때 사용합니다. 뿐만 아니라 인용한 말 안에 있는 인용한 말을 나타낼 때, 마음속으로 한 말을 적을 때도 사용합니다. 영화나 드라마, 방송 프로그램의 이름을 쓸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그는 “여러분! ‘시작이 반이다.’라는 말 들어 보셨죠?”라고 말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나는 ‘일이 다 틀렸나 보군.’ 하고 생각하였다.     


     

3. (  )

- 이름: 소괄호[(  )]

소괄호는 보충 내용을 덧붙이거나 주석을 달 때 주로 씁니다. 우리말 표기와 원어 표기를 아울러 보일 때 혹은 생략할 수 있는 요소임을 드러낼 때 쓰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문인화의 대표적인 소재인 사군자(매화, 난초, 국화, 대나무)는 고결한 선비 정신을 상징한다.

자세(姿勢), 커피(coffee)

학교에서 동료 교사를 부를 때는 이름 뒤에 ‘선생(님)’이라는 말을 덧붙인다.     


※ 한자의 경우, 우리말과 한자의 발음이 다를 때는 소괄호가 아닌, 대괄호를 씁니다.

자세(姿勢): 우리말과 한자의 발음이 같으므로 소괄호 사용

차[茶]: 우리말 발음은 ‘차’이지만, 한자 발음은 ‘다’로 둘의 발음이 다르므로 대괄호를 씀     


     

4. 『 』, ≪  ≫

- 이름: 겹낫표(『 』),  겹화살괄호(≪  ≫)

아마 많이 쓰게 될 문장 부호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바로 겹낫표와 겹화살괄호인데요. 이 두 문장 부호는 책의 제목이나 신문 이름 등을 나타날 때 씁니다. 글을 쓰다가 인용한 책의 이름을 밝힐 때, 신문의 이름을 밝힐 때 쓰는 거죠. 키보드에 있는 홑화살괄호를 두 번 쳐서 쓰는 게 아니라 문자표에 있는 기호에 들어가서 써야 합니다. 한글의 경우 ctrl+F10을 눌러서 입력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이 방법이 번거로워서 수월한 방법을 쓰고 싶다면 키보드에 있는 큰따옴표를 대신 쓸 수 있습니다.     


윤동주의 유고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는 31편의 시가 실려 있다.

우리나라 최초의 민간 신문은 1896년에 창간된 “독립신문”이다.     


한편 겹화살괄호는 모양이 두 가지입니다. 《》, ≪≫. 이렇게 두 가지 모양 중 하나를 골라 통일해서 쓰면 됩니다.          



5. 「  」, <  >

- 이름: 홑낫표(「  」), 홑화살괄호(<  >)

홑낫표나 홑화살괄호는 소제목, 그림이나 노래 같은 예술 작품의 제목, 상호, 법률, 규정, 등을 나타낼 때 씁니다. 마찬가지로 작은따옴표를 쓸 수 있다. 그렇다면 영화 제목, 드라마나 방송 프로그램 제목, 인용할 가사의 제목 등 모두 홑낫표나 홑화살괄호를 쓰면 됩니다.    

 

이 곡은 베르디가 작곡한 「축배의 노래」이다.

사무실 밖에 「해와 달」이라고 쓴 간판을 달았다.

<한강>은 사진집 ≪아름다운 땅≫에 실린 작품이다.

그는 수요일 밤이면 ‘유퀴즈온더블록’을 시청했다.  


        

6. ……

- 이름: 줄임표(……)

줄임표는 할 말을 줄였을 때, 말이 없음을 나타낼 때, 머뭇거림을 보일 때 씁니다. 주로 사용하는 경우는 문장이나 글의 일부를 생략할 때입니다. 다만 이때에는 앞뒤를 띄어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어디 나하고 한번…….” 하고 민수가 나섰다.

“실은... 저 사람... 우리 아저씨일지 몰라.”

‘고유’라는 말은 문자 그대로 본디부터 있었다는 뜻은 아닙니다. …… 같은 역사적 환경에서 공동의 집단생활을 영위해 오는 동안 공동으로 발견된, 사물에 대한 공동의 사고방식을 우리는 한국의 고유 사상이라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말줄임표 역시 ctrl+F10을 눌러 문자표에 있는 기호를 사용해야 합니다.

다만, 줄임표를 사용할 때도 몇 가지 허용되는 것이 있는데요. 우선 가운데에 찍는 대신 아래쪽에 찍는 것도 허용하며, 여섯 점을 찍는 대신 세 점을 찍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주로 사용하는 문장 기호를 어떨 때 쓰면 좋을지 말씀드렸습니다. 글 쓸 때 주로 사용하는 경우를 바탕으로 다시 한번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책 제목: 《 》,  『 』,  “ ”

- 시집에 수록된 시의 제목, 작품명, 영화, 노래, 방송 프로그램명: 〈 〉, 「 」, ‘ ’

- 직접 인용 및 대화: “아프니까 인생이다”

- 말줄임표: …… ,  … , ...      


윤동주 시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에 수록된 〈서시〉에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 했다.”라는 문장이 있다.           



마지막으로, 같은 역할을 하는 문장 부호가 여러 갠데 이럴 때 뭘 써야 하는지 궁금한 분을 위해 말씀드리면, 내가 원하는 것으로 통일해서 사용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책 제목을 나타내기 위해 겹화살괄호를 썼다면 쭉~ 겹화살괄호를 쓰는 것이지요. 앞에선 겹화살괄호를 썼다가 다음엔 쌍따옴표를 쓰고 어디엔 겹낫표를 쓰지 마시라는 말씀입니다. 한 가지로 기호를 통일해서 역할에 맞게 써주시면 됩니다.     



문장 부호를 제대로 쓰면 뭐가 좋을까요?

우선 편집자는 작가가 문장 부호를 정리해서 원고를 보내준다면 글쓰기에 상당한 배경지식이 있다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입니다. ‘원고에 신경을 쓰고 애정을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작업할 때 번거로움을 줄일 수도 있습니다. 작가가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를 보면’ 이라고 썼다고 가정해봅시다. 편집자는 이게 책 이름인지 영화 이름인지 알 수 없습니다. 작가가 출처에 맞는 문장 부호를 써준다면 바로 알 수 있을 텐데 말입니다.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고 써 있으면 책 이야기를 할 것이고, ‘뻐꾸기 둥지 위로 날아간 새’라고 써 있으면 영화를 말한다는 걸 알 수 있겠지요. 그러니 퇴고할 때에라도 문장 부호를 점검해서 사용해보면 좋겠습니다. 글을 원고답게, 보다 친절하게, 그런 글을 쓰는 작가가 되어 보는 거죠.     


끝으로, 쓰작쓰작 1을 끝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멀지 않은 때에 쓰작쓰작 2로 다시 찾아오겠습니다. 그동안의 집필 생활을 응원합니다.



※ 문장 부호에 관한 정보 및 예시는 한글 맞춤법(문화체육관광부고시 제2017-12호, 2017. 3. 28., 일부개정)에 있는 내용을 참고, 인용했습니다.



(사진 출처: 픽사베이)

이전 12화 에필로그. 처음을 넘어 다음으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