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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현 Aug 26. 2021

유령의 피난

단편 소설 (2)

2. 금수정에서               


 

  “실패했나?”

  준엄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가 말할 때, 경청하면서 듣고 있는 이들도 감히 그에게 대적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그는 일이 잘 안 풀려서 그런지 약간의 화가 나 있었다. 그의 이름은 이익배였다. 그는 키가 그다지 크지 않았으며, 거만함이 주된 무기처럼, 오만이라는 짙은 냄새가 배어있는 느낌이 나는 인물이었다. 그는 가죽을 좋아해서 입는 옷들도 모두 가죽제품이었다. 그의 말이 두려워서 부하들은 말할 때마다 무슨 불똥이 뛸지 몰라 떨고 있었다. 그들의 하는 일이 틀어진다는 것이 결국에는 죽음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고 늘 생각했다.

  “저희들에게 한 번 더 기회를 주신다면......”

  앞을 똑바로 보지 못하고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며 애절하게 애원하며 말하였다. 그의 이름은 백기수였다. 그는 혜주를 미행했던 사람으로 유령의 피난의 중간정도 역할을 하는 인물이었다. 눈썹이 짙은 것이 특징이고, 피부는 까무잡잡하며 힘 꽤나 쓰게 생긴 사람이었다. 

  “좋아 그럼. 지금 당장 거길 가봐. 금수정 말이야. 이미 내가 한 말들은 그 놈이 엿 들었을 거야. 아마 금수정으로 향했겠지. 거기에 매복하고 있다가 놈들이 오면 처리를 하도록 해. 이렇게까지 알려주는 데 실패한다면 각오를 해야겠지.” 

  이익배는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네. 맡겨주십시오!”

   그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그는 밖으로 나가더니만 혜주를 미행했던 인물들을 불러 모으더니 금수정으로 향했다. 금수정에 도착한 그들은 매복을 하기 위해 금수정 주변을 살피고, 더 좋은 자리를 찾기 위해 애를 썼다. 그들은 매복하기 좋은 자리를 찾아서 각자 자리에 몸을 숨겼다.

   “헌데, 조직에 대해서 너무 많이 알 필요가 없는 사람이 있지. 시키면 시키는 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되는데, 왜 그리 많이 알려고만 할까요? 그냥 시키면 시키는 대로, 돈을 받고, 하루하루 살면 그만인 것을 말입니다.” 부하들 중 한명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지금까지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알게 된다면 그 자식이 우리를 가만히 두겠냐?” 

  기수는 부하에게 말했다.

  “가만히 있지 않겠죠.” 

  부하는 빠르게 대답했다.           





  “정서야, 이제 조금 있으면 도착하겠네, 금수정에 말야. 금수정이라고 불리기 전에는 우두정이었다는데,”

  혜주는 마차안에서 정서하고 같이 어딜 간다는 것 자체가 기쁨이었는지 마냥 행복해했다. 마차 안에서도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우두정이라면 나도 알고 있어.” 

  정서는 혜주의 손을 더욱 꽉 잡았다.

  “아야! 아프다. 너무 세게 잡지 마!”

  정서는 혜주를 보고는 크게 웃었다. 둘이서 보내는 마차에서의 시간도 금세 사라져버렸을까 둘은 마침내 금수정에 도착했고 마차를 세웠다.

  “잠시 여기서 기다리시죠.” 

  정서가 마부에게 말했다.

  “네, 알겠습니다.”               

   금수정 앞에는 영평천이 흐르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오면서, 날이 약간 어두워졌을까. 정서는 청풍명월을 생각했다. 금수정이야말로 청풍명월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니겠는가! 정서는 바로 금수정의 정자로 가지 않았고, 그 주변의 지리를 살펴보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했다. 근처에 말발굽의 흔적들이 보였다. 이상했다. 분명 여기는 말이 다니는 자리가 아니었다. 순간 뭔가가 스쳐지나가더니만, 누군가가 먼저 와서 뭔가를 꾸미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지금 바로 금수정으로 가면 누군가에게 표적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금수정에서 거래를 한다고 들었고, 그 시간은 지금이다. 정서는 때맞추어 금수정에 온 것이다. 헌데 거래를 하는 장소치고는 말발굽 자국이 너무 많고, 한쪽 방향으로 오던가 해야 하는데 말발굽의 위치들이 너무 사방으로 퍼져있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주변을 샅샅이 살펴보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그것으로 보아 여기에는 누군가가 잠복해 있을 가능성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서야! 여기 좀 봐 ! 너무 멋진데 이런 게 청풍명월 아니겠어?” 

  혜주는 즐겁게 말했다. 

  정서는 갑자기 팔을 잡더니만 혜주를 껴안아 버렸다. 그리고는 입을 귓가에 대고는 말했다.

  ‘여기 지금 매복이 있어. 조심해야겠어. 일단 아무것도 아닌 척 주변을 탐색해야 될 것 같은데 눈치 채지 못하게...... 움직일 수 있겠어?’

  ‘응, 뭔지 알아들었어.’ 

  혜주도 정서의 귓가에 대고 말했다.

  일단 정서는 금수정에서 매복할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살펴보고는 가장 좋은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곳이 어디인지를 알아보았다. 아마 영평천 아래로 내려가는 길일 것이다. 그 곳에 매복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였고, 또 다른 곳은 아예 바깥에서 지켜보고 있다가 덮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은 영평천 아래를 살펴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평천으로 가는 길은 금수정 앞으로 가는 방향으로 간다면 매복에 바로 걸릴 수 있기 때문에, 돌아서 가는 방향으로 걸어가서 금수정 앞으로 나오면 금수정 앞에 있는 매복한 사람들을 잡을 수 있을 거라는 답이 나온다. 정서는 돌아가는 방향으로 가기 위해 금수정에서는 조금 떨어진 곳으로 갔다. 물론 누군가가 그곳에서 자신을 보았다고 하더라도 눈치 채지 못하게 말이다. 정서는 혜주의 손을 잡고 영평천 아래 길을 가는 척 마는 척 하다가 둘은 영평천 아랫길로 내려가 버렸다. 둘은 내려와서 갈대가 많은 곳에 몸을 숨기기도 하며 조금씩, 조금씩 매복될 수 있는 지점으로 숨을 죽이고는 살금살금 접근해갔다. 물론 혜주도 주위를 살피며 조심조심 다가갔다. 정서가 가는 길 뒤를 혜주는 밀착해서 따랐다. 둘이 손을 잡고는 매복하는 곳까지 다다를 수는 없다. 

  “없어.” 

  정서가 숨을 내쉬었다.

  “어디일까?” 

  혜주도 숨을 내쉬었다.

  “아마 숲속 쪽일 것 같아.” 

  정서는 긴장하며 머리에 땀을 닦았다.

  “내 생각도 그래.” 

  혜주가 대답했다.








   둘은 다시 돌아서 나와야만 했다. 만약 이대로 정면에서 금수정으로 나온다면 아마 숲속에 매복 하고 있던 놈들에게 발각되기 십상이었다. 기습을 받으면 목숨까지 위태로울 가능성이 충분했다. 둘은 다시 돌아서 나왔고, 숲을 앞이 아니라 뒤쪽으로 찾아가기 위해 강변 뒤쪽으로 피해서 숲 속 뒤편을 찾아갔다. 역시나 살금살금 조금씩 다가가다 보니 매복해 있는 사람들이 발견할 수 있었다. 어림잡아 세 네 명의 얼굴이 살짝 보이기 시작했다.

  “백기수가 틀림없어. 저 자는 틀림없이 백기수야.” 

  정서는 한 눈에 알아보고는 말했다.

  “아는 사람이야?” 

  혜주가 물었다.

  “유령의 피난 백기수다.” 

  정서가 답했다.

  “뭐? 유령의 피난? 가만 저 사람 나를 미행했던 사람 같은데......” 

  혜주는 기억을 더듬어서 생각하더니만, 며칠 전에 집 앞에서 미행당한 것을 기억해냈다.

  “아니! 미행이라니?” 정서가 놀라서 물었다.

  “너 다쳤던 날, 밖에 나가서 도현이 만났었거든. 그 날 미행당했었어.”

  “뭐! 그런 얘기를 왜 이제야 하는 거야?” 정서는 화를 냈다. 

  “그냥 네가...... 걱정할까봐......” 

  혜주는 목소리가 점점 작아졌다. 

  “그렇다면, 이익배가 나를 이미 뒷조사를 다했다는 소린데...... 너를 안다면......” 정서는 혜주의 안전이 걱정됐다. “일단 네 명을 잡아봐야 알겠어.”

  “어떤 방법으로?” 

  혜주는 자신의 머리를 손으로 만졌다.

  “혜주, 네가 저기 보이는 저 사람, 그러니까 백기수의 목을 잡고 나머지 놈들의 시선을 너에게 고정시켜 그 틈에 내가 세 명을 처리할게!!” 

  정서는 혜주의 허벅지에 있는 칼을 보면서 말했다.

  “알았어!” 

  혜주는 칼을 잡았다. 

  “정말 할 수 있겠어?” 

  정서는 걱정이 돼서 물었다.

  “그럼, 나 경찰인거 잊었어? 나 승진도 빠른 사람이야. 저기 보이는 쟤 말하는 거지.” 혜주는 손가락으로 사람을 가리켰다.

  “맞아. 그럼 가자고!!”

  혜주와 정서는 서로 반대로 움직였다. 백기수를 잡으려면 반대쪽에서 치고 들어가야 하고, 나머지 세 사람을 치기 위해서는 그 세 사람의 뒤를 치기 위해서 따로 움직여야만 했다. 혜주는 백기수의 뒤를 잡기 위해 조금씩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숨소리도 죽인 채로 다가가고 있었다. 마치 사자가 사냥할 때 다가가는 듯한 발자국을 떠올릴 만큼 걸음걸이는 소리조차 나지 않았다. 

  “모두 꼼짝마!! 조금만 움직이면 이자의 목을 베어버리겠다!!” 

  혜주는 갑자기 풀 숲에서 튀어나와서 뒤에서 백기수의 목을 덮쳐버리고는 크게 고함을 질렀다. 

  “모두 움직이지 마라!” 

  백기수는 겁에 질려서 자신의 목이 달아날까봐 부하들에게 말했다.

  “아니, 형님!” 

  부하들은 일제히 소리를 질렀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모두 손을 들어라.” 

  혜주는 아주 앙칼지게 명령했다. 

  부하들은 조용히 손을 들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는 여자 혼자서 네 명을 다 상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속으로는 자만심도 들었으리라. 일단 여자 혼자이고, 언제까지 백기수의 목을 잡고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들은 이내 혜주에게 이런 일을 당하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처음엔 백기수가 목을 잡혀서 엉겁결에 손을 들었지만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보니, 여자 혼자서 우리 네 명을 상대하기란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네가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수 있을까?”

  “만의 하나 그 분에게 털끝만큼이라도 상처를 입힌다면, 너도 살아남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냥 칼을 조용히 내려놓는 게 낫지 않을까? 목숨만은 살려주마!!” 

  세 명의 부하는 협박이라도 하듯이 혀를 내뱉었다. 

  그 때였다. 그렇게 시선이 빼앗기고 있을 때, 갑자기 뒤에서 정서가 나타났다. 순식간에 두 명에게 발차기와 주먹으로 한 대씩 먹이자 기절해버렸다. 나머지 한명의 부하가 정서를 쳐다보았지만, 옆에 있던 동료 두 명이 기절한 것을 지켜보는 순간 잔뜩 겁에 질려 버렸다. 그 나머지 한 명도 박정서의 발차기 한방에 기절해버렸다.

  “됐군!” 

  정서는 손을 툭툭 털면서 미소를 지었다. 

  백기수는 정서가 등장하기 전까지만 해도 아니, 부하 세 명이 협박이라도 할 때는 희망이라도 보이는가 싶더니만 세 명의 부하가 순식간에 기절해 쓰러지니,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나를 알고 있겠지! 백기수” 정서는 웃으면서 말했다. “혜주야, 이제 놓아도 돼!” 

  “으......응.” 

  혜주는 신음하는 기수를 놓아주었다. 

  기수는 혜주가 놓아주자마자 도망가려고 애썼지만, 몇 발짝도 못 도망가서 그만 넘어지고 말았다. 정서가 이미 기수의 오른쪽 발에 밧줄을 채워놓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이미 나머지 한명을 쓰러뜨릴 때 기수의 발밑에다가 재빠르게 밧줄을 깔아 놓았다.

  “하하하하! 그래봐야 소용없다!” 정서가 소리쳤다. “부하들은 너를 위해 손까지 들었는데, 너는 도망가기 바쁘구나!” 

  정서에게 꼼짝없이 잡혀버린 기수는 겁에 질렸다. 

  “이제 더 이상 움직일 수도 없고, 그러면 얘기를 조금 해볼까.” 정서는 흐뭇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권지현이 누구냐? 대답해, 허튼 소리를 하면 유령의 피난에서의 고문 방식을 똑같이 맛보게 해줄 테니까.” 정서는 기수의 멱살을 잡았다.

  기수는 정서의 말에 너무나 겁이 났고, 자신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자 얼굴이 하얗게 질려서 조직을 버리는 선택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권지현은...... 네가 들은 대로 혹은 네가 생각한대로 너에게 약10년 전에 마약을 건네주고 범죄를 뒤집어씌운 놈이지...... 처음부터 넌 조직에 이용되고 있었어. 네가 조직에 들어온 것도 다 계획적이었지.” 

  기수는 떨리는 입으로 말했다. 

  “역시, 내 생각이 맞았군, 권지현은 지금 어디에 있지? 대답해!” 

  정서는 기수의 멱살을 더 강하게 붙들며 말했다.

  “화적연에 있어! 영평팔경 중 하나인 화적연에 있지.” 

  백기수는 정서의 눈을 보았다.

  “화적연은 뭐하는 곳이지?”

  “너 같은 사람들을 만들어 내는 곳이기도 하고, 밀거래 물건들을 저장해 두는 곳이기도 하지.” 

  “권지현은 화적연 어디에 있지?” 정서는 백기수를 노려보았다.

  “......”

  “대답 안 해!” 정서는 두 손으로 멱살을 쥐며 소리쳤다.

  “알았어, 목숨만 살려주면 다 말할게! 화적연에 가면 거대한 화강암 바위가 있을 거야. 화강암 바위가 있는 언덕이 아닌, 반대쪽 언덕으로 올라가면 산장이 하나 있을 것이다. 거기에 있다.” 

  기수는 체념한 듯 고개를 숙였다. 어차피 이제 자신의 목숨은 정서에게 달려있고, 조직에게는 배신을 한 셈이다. 정서는 순간적으로 흥분하여 기수를 죽이려고 자신의 칼을 꺼냈다. 자신의 인생을 망쳐버렸다고 생각하니 참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칼을 꺼내더니만 기수의 목에 들이대었다.

  “이 개자식이!”

   정서는 분노하여 소리쳤다.

  “그만둬!” 

  혜주는 정서의 칼을 잡은 팔을 황급히 잡아채며 소리쳤다.

  “야, 홍혜주!! 비켜 이 자식을 죽여 버리겠어!” 

  정서는 혜주의 손을 뿌리쳤다. 

  “침착해, 박정서! 지금 이 자식을 죽인다고 해도 달라질 건 없어. 문제는 유령의 피난의 리더 이익배가 문제잖아. 이놈은 경찰에 넘겨. 내가 알아서 처리할게. 어쩌면 이번 일이 잘 풀리면 정서 너의 누명도 벗길 수 있고 더 이상 이렇게 쫒기면서 살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권지현을 잡아서 그놈들의 입으로 네가 지금 이렇게 살게 된 사연만 밝혀지게 되면, 너 지금처럼 살지 않아도 되잖아.” 

  혜주는 정서의 칼을 쥔 손을 다시 잡았다. 

  “이야아아아~~~!” 

  정서는 분을 삭이지 못하고 고함을 크게 지르더니만 백기수를 주먹으로 쳐서 기절시켰다. 

  그사이 혜주는 정서와 함께 네 사람을 밧줄로 단단히 묶었다. 이제 네 사람은 빠져 나올 수 없다. 혜주는 마부에게 자신은 경찰이라고 신분을 밝힌 뒤, 이 네 사람을 경찰서에 넘겨달라고 했고, 도현에게 편지 쓴 것을 전해달라는 부탁도 같이하며, 수고비를 더 많이 챙겨주었다.           

  

편지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다.     

  

  도현아!

  지금 금수정이야. 정서하고 나는 무사해.

  화적연에 단서가 더 있을 것 같아서. 화적연으로 갈려고 해.     

                                

                                       혜주가.           

  




 



   혜주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다. 정서가 자신의 죄를 짊어지고 산 것을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 너무나 기뻤기 때문이다. 혜주는 눈물이 글썽였지만 참았다. 그러는 사이에 날이 저물었고 두 사람은 영평천 근처에서 모닥불을 피워 놓고 잠을 잘 준비를 했다. 영평천 주변에는 자갈들이 많아서 야영하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자갈이 없는 곳을 찾아서 모래가 많은 눕기 편한 곳을 찾아보기로 했다. 둘은 그렇게 야영 준비를 했다. 

  “다행이야......” 

  혜주가 말했다.

  “뭐가?” 

  정서는 혜주를 빤히 쳐다보았다.

  “이제 이렇게 숨어서 지내지 않아도 되니까.” 혜주는 정서 옆에 앉았다. 

  “아직 모두 붙잡은 거 아니잖아, 아직은 다행까지는 아닌 것 같아.” 정서는 혜주의 어깨에 얼굴을 기댔다.    “절망에서 희망을 본 것 같아, 절망이 있는 곳에 희망이 있다. 뭐 이런 건가!”

  “절망에서 희망이라...... 절망에 더 깊은 절망으로 빠져들어 가면서 그 고리가 무엇인지가 밝혀지며 희망이 찾아왔어.” 혜주는 정서를 안아주었다. 

  “내일 화적연으로 가자!” 정서가 혜주의 귓가에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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