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
이제는 포르투라는 이름만 들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에요. 몇 번이고 돌아가고 싶은 여행지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저희는 포르투에서 일주일을 보내기로 했습니다. 프랑스 남부에서 휴양을 하려고 했는데, 숙소도 물가도 너무 비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국인들이 한달살이를 많이 한다는 포르투로 왔습니다. 런던에서 포르투, 그리고 다시 파리를 가게 됐어요. 그래서 누군가 여행 코스를 물어보면 조금 곤란해졌어요. 왜 런던에서 포르투를 갔다가 파리를 가는지, 경로상으로는 이해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넉넉하지 않은 여행에선 갖가지 일이 있기 마련이니까요.
포르투갈이 에그타르트의 성지잖아요. 몇 대 맛집 이런 것도 있는데, 그냥 어딜 가도 맛있어서 매일 두 개씩 먹었어요. 사실 더 먹을 수 있는데 참은 거였어요. 매일 아침, 에그타르트를 생각하면서 일어나곤 했습니다. 숙소 주변에는 ‘만테가리아’라는 유명 에그타르트 맛집이 있었어요. 첫날에 도착하자마자 짐을 풀고 이곳으로 달려갔습니다. 늦게 도착했다고 하루치 에그타르트를 포기할 수는 없으니까요. ‘만테가리아’는 아주 달달한 데다가 시나몬 맛이 강했어요. 가격도 저렴해서 되게 놀랐어요. 에그타르트 하나에 1.2유로(한화 약 1500원) 정도 했던 것 같아요.
사실 제 최애는 이곳입니다. 이제 포르투에서 단골 에그타르트 집을 소개할 수 있을 정도로 글로벌한 사람이 된 것 같아서 기쁘네요. 숙소에서 나와 코너만 돌면 있는 곳이었어요. 가장 바삭하고, 덜 달고, 맛도 다양했거든요. 포르투 와인맛도 있었고, 각종 과일맛, 미트 파이류도 있었어요. 몇 개를 사도 박스에 정성껏 포장을 해줬는데요. 사실 주인 언니는 되게 시크했거든요. 어딘가 어긋난 친절도 매력적이었어요. 혹은 그냥 맛있어서 다 좋았던 걸지도 몰라요.
포르투에서는 거의 혼자 지냈는데요. 친구가 축구를 보러 스페인 마요르카로 떠났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혼자만의 루틴을 정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에그타르트를 두 개 사 먹고, 카페로 가서 글을 씁니다. 점심을 먹고 근처 구경을 하거나 숙소에서 조금 쉬어줘요. 저녁을 먹고는 그냥 쉬었는데요. 숙소에서 한국인 동행들을 만나서 시간을 같이 보내기도 했어요. 마음도 잘 맞고 너무 웃긴 사람들이라 같이 있는 동안은 꽤 행복했던 것 같아요. 역시 여행은 음식도 글도 아닌 사람이라는 생각을 자주 하면서요.
포르투는 커피도 꽤 유명한데요. 그래서 제가 좋아할 수밖에 없는 도시였어요. 따뜻하고, 바다도 있는 데다가, 밥도 맛있고, 커피와 에그타르트가 유명하잖아요. 이 카페는 피팅룸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편집샵 같은 곳이었는데요. 옷들 사이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큰 책상이 두 개 정도 있었어요. 사람은 많지 않아서 제가 갔을 때는 사장님이 쉬고 계셨거든요. 손님인지 사장님인지 헷갈릴 만큼 편하게 계시더라고요. 이곳에서 혼자 글을 쓰다가 친구와 긴 통화를 했는데요. 라떼가 너무 예쁘고 맛있어서 내내 좋았던 것 같아요.
사고 싶은 것들이 더 많아지기 전에 밖으로 나왔어요. 이미 빈티지샵에서 거하게 쇼핑을 하고 온 참이었거든요. 거리를 걷는데 너-무 덥고 뜨거워서 곤란했던 기억이 나네요. 안 그래도 뜨순 라떼를 먹고 나와서 속이 데워져 버렸거든요. 포르투는 길이 모두 언덕이에요. 바다 쪽에 가깝게 내려가면 올라오는 데 많은 힘을 써야 하더라고요. 이날 거리를 구경하며 알게 됐어요. 뭐든 일단 한번 내려가면 올라오는 건 몇 배로 힘들다는 걸요.
혼자 보내는 첫 저녁은 아주 간소했어요. 방이 넓긴 했는데 개미도 나오고, 엄청 깨끗하지는 않아서 소파에 앉아 샌드위치와 요거트를 먹었거든요. 이때까지는 옆 방에 살고 있는 사람들이 모두 한국인 여자들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방문도 열심히 잠그고, 화장실 갈 때만 문을 열고 잽싸게 다녀왔거든요. 혼자인 게 심심하면서도 외롭고 자유롭고 그렇더라고요. 제 상태에 어떤 부연 설명이 필요하지 않다는 게 가장 편했던 것 같아요. 동시에 그만큼 말을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기도 했고요.
그럼에도 아침이 밝으면 에그타르트를 사러 나왔어요. 혼자일수록, 시간이 많을수록, 더 부지런히 살고 싶은 마음이었거든요. 부지런히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파브리카 나타’도 꽤 유명한 곳이었는데, 가장 달고 비싸서 다시 가지는 않았어요. 더 맛있고 저렴한 곳들이 널려 있으니까요. 그래도 아주 달콤한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할 수는 있었어요.
아, 너무 예쁘고 맛있는데 아쉬웠던 카페. 이곳은 와이파이가 없었거든요. 글을 업로드해야 하는데, 무려 와이파이가 없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버려서 아주 실망을 했었죠. 다시 오고 싶은데 그럴 수 있을지 모르겠어서요. 공간은 되게 넓고 밝은 나무 의자와 책상이 정갈한 곳이었어요. 엉덩이가 아플 만큼 딱딱했지만 다른 공간들과는 구조도 다르고, 집중도 잘 되는 편이라서 좋았는데요. 예상대로 다시 가보지는 못했어요.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사진도 꽤 찍었었는데, 모두 별로였던 기억도 있네요.
카페나 빵집 이름을 모두 기억하기는 어려워서, 저장해 둔 구글맵 장소들을 자주 들여다보는데요. 아직도 포르투에 관한 기억이 살아 있어요. 숙소 근처 에그타르트 가게들, 가보고 싶었던 카페들 모두 금방 금방 찾아지네요. 그래서 더 슬픈 것 같아요. 지금은 비가 오는 동네의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다는 게 너무 아득하게 느껴져서요. 지금 한국은 장마잖아요. 그래서인지 몰라도 더 축축 처지는 느낌이 들어요. 어제는 친구들을 만났는데 모두 비슷한 상태더라고요. 비슷한 상태인 채로 같이 있어서 더 까라졌는지도 모르겠네요.
장마가 끝나면 매미도 울고 더 쨍쨍하게 더워지겠죠. 포르투의 그 건조하고 뜨거운 날씨와 비슷해질지도 몰라요. 그전까지 여행 말고도 다양한 글을 쓸 수 있다면 좋겠네요. 기억을 되짚는 일이 조금 성가실 때도 있거든요. 당장 돌아가기 어려운 곳을 그리워하는 것도 슬프고요. 제가 몇 달간 너무 낯선 곳과 너무 익숙한 곳을 오가면서 조금 지친 것도 같아요. 그 간극에서 중심을 잡고 글을 쓰는 게 꽤 버겁기도 합니다. 어떤 환경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저만의 글을 쓸 수 있다면 좋을 텐데요.
이 드넓은 곳이 무려 스타벅스입니다. 어쩌면 유럽에서 갔던 카페들 중에 가장 공부하기 좋은 곳이었달까요. 스타벅스도 스타벅스 나름이잖아요, 되게 좁고 시끄럽고 더러운 곳도 있는데 이렇게 쾌적하고 넓고 조용한 곳도 있더라고요. 포르투 시내에서 걸어서 30분 정도 갔던 것 같아요. 진짜 현지인들만 올 법한 곳이라 더 설렜어요. 2층까지 모두 스타벅스인데, 쇼핑몰에 있는 곳이라 관리도 잘 되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항상 먹던 솔티드 크림 콜드브루가 진짜 맛이 없더라고요. 당황스러웠어요.
맛이 이렇게나 다를 수 있나, 싶었어요. 너무 단짠스럽지 못했달까요. 크림은 짭짤하고, 콜드브루에서는 살짝 시럽향이 나야 하는데 둘 다 그렇지 않아서 아쉬웠어요. 그럼에도 공간이 너-무 좋아서 괜찮았어요. 안 그래도 스타벅스는 자주 가고 좋아하는데, 이만한 곳이 한국에도 있다면 아주 사람이 미어터질 것 같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래도 있었으면 좋겠네요. 지금은 멜로망스의 ‘다시 또 널 사랑하게 되었네’를 들으며 글을 쓰고 있습니다. 친구가 여행 중에 소개해 준 노래라서 그때의 기억을 더 선명하게 하는데요.
노래와 배경 모두 남프랑스에 대한 이야기라고 들었습니다. 듣기만 해도 여유로운 이 노래가 저를 자주 이동시켜주는 것 같아요. 얼마 전 제주도에 한달살이를 다녀온 친구와 이야기를 했는데, 저나 그 친구나 여행도 여행이지만 그냥 독립을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거든요. 둘 다 혼자 살아본 적이 없기 때문인데요. 둘 다 머지않아 하게 될 독립을 미리 경험하고 싶었던 걸까요. 독립할 만한 자질을 시험해 봤을지도요. 아마 그건 포르투에서 가장 본격적으로 확인한 것 같아요. 제대로 혼자 지내본 건 이곳이 처음이니까요.
다시 빵으로 넘어와서, 이건 브리오슈라는 빵입니다. 스타벅스를 찾아가다가 냄새를 맡고 들어가 본 곳인데요. 저도 빵에서만큼은 즉흥이 허용되는 것 같아요. 길거리에서 투명한 유리창으로 제빵사들의 모습이 보였어요. 하얀 유니폼을 입은 그들이 너무 믿음직스러웠는데요. 빵들도 되게 소담하고 클래식한 종류들이 많았어요. 봉긋한 모양의 빵들은 모두 브리오슈라고 했는데요. 그중에 가장 기본인 녀석으로 하나 구매해 봤어요. 엄청 촉촉하지도 않고 퍽퍽하지도 않은 중간쯤의 식감이었는데, 살짝 새콤한 맛도 났어요. 먹어보니 특별하진 않았지만, 너무 탐스러워 보여서 사지 않을 수 없었어요.
지금은 뒤에 진열된 하드빵이나 식빵을 한번 사 먹어보고 싶어요. 장인정신으로 빚어진 빵 같아서요. 누군가 정성껏 구워낸 빵을 먹고 저도 정성껏 글을 써 내려가고 싶네요. 지구 반대편의 누군가 장인정신으로 빵을 구울 때, 저는 어떤 정신으로 글을 쓰고 있을까요……
요가원과 비건 식당을 같이 하는 집이 있더라고요. 콘셉트가 너무 독특하고 정서가 마음에 들어서 숙소 동행들과 함께 왔어요. 제대로 된 비건 음식점은 처음이라 되게 신기했는데, 사람이 진짜 많더라구요. 음식에 들어가는 재료는 거의 비슷했는데요. 호박 퓨레 같은 걸 많이 쓰고, 김치도 있더라고요. 감칠맛을 주기 위해서일까요. 샌드위치가 너무 아름다워서 먹기 아까웠지만, 4명이 나눠먹으려면 산산조각을 내야 했습니다. 네 명 중 두 명은 커피에 미쳐있고, 두 명은 커피를 마시지 않았어요. 게다가 저를 제외한 세 명이 모두 선생님이더라고요. 비슷한 것도 다른 것도 너무 많은 사람들의 모임이었달까요.
브런치를 시작으로 빈티지샵에서 쇼핑도 하고, 아주 크고 높은 다리도 건너고, 카공도 하고, 축구도 보고, 저녁도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숙소에 와서 과자파티까지 하고 하루가 끝났어요. 이 날이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날이었던 친구들도 있었거든요. 후회가 남지 않게 하려고 가능한 모든 걸 했던 저녁이었습니다. 전부 쏟아냈다고 할까요.
두 친구가 떠나고 숙소에는 새로운 외국인 손님들이 들어왔어요. 어쩐지 친구들의 자리를 뺏은 사람 같아서 미워 보이기도 하더라고요. 짧은 새 정이 많이 들어서였을까요. 그 애들이 없는 포르투가 꽤 허전하게 느껴졌습니다. 저희도 머지않아 포르투를 떠날 계획이라 차라리 다행이었던 것 같아요. 포르투에서의 마지막 날, 역시 에그타르트를 먹고 카공을 하기 위해 움직였습니다. 생각보다 더 많이 선물도 샀고요. 포르투에서 유명하다는 와인과 잼을 사 왔는데, 이후에도 그 선물이 보일 때마다 포르투의 추억까지 함께 환기되곤 했어요.
일주일을 보낸 탓에 먹은 것도, 가본 곳도 꽤 많았던 포르투였습니다. 혼자 여행의 즐거움을 알게 해 준 고마운 곳이에요. 언젠가 다시 혼자 여행할 수 있다면 포르투와 비슷한 곳으로 가고 싶다고 생각해요. 이탈리아나 포르투가 제게는 가장 풍요로운 도시였던 것 같아요. 오랜 시간에 걸쳐 쌓아 올린 것들이 가장 대단하게 보이는 요즘이기 때문일까요. 그곳에 다녀온 제가 쌓아 올릴 수 있는 건 무얼지 생각해 봐요. 글에 있어서 농축과 축적이 가장 어렵다고 느끼거든요. 그런 건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내 안에서 꺼내야 하는 것들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에요… 풍요로운 글감 같은 건 모두 내면으로부터 오니까요. 그럴듯한 말로 끝내고 싶은데 너무 어렵네요. 요즘 제가 그럴듯하지 못하다고 느끼거든요. 지금은 그저 이 여행 특집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