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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열음 Feb 27. 2024

불순한 찬양

찬양 솔로를 망쳤다!


아무튼 시작이 그랬다. 이상하게 떨렸다. 원래도 숨이 짧아서 금방 고갈되는데 이번엔 달랐다. 마음의 문제였다. 평소에는 가사라도 겨우 끝마쳤었는데 솔로를 하려니까 중간에 툭- 하고 끊길까 너무 두려워지는 것이다. 가진 숨이 문제가 아니라 어이 없게 떨려서 가사에 집중도 못 했다. 텅 빈 찬양을 하고 나니 그냥 망했다, 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예배 드리는 내내 호달달 떨리던 내 손가락만 생각했다. 그리고 여쭈었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나야 했을까요.

예배에 방해 되고 싶지 않다고 기도하지 않았었나요.

이런 실패를 허락하시는 이유가 있나요.


찬양이 끝나고 자리에 앉자마자 억울해서 눈물이 나왔다. 친한 사람들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나를 불쌍한 눈으로 바라보면 어쩌지. 끝나고 사람들을 보기 애매하면 어쩌지. 온갖 걱정을 하며 사람들이 이걸로 장난을 치면 가볍게 받아칠 수 있을까... 전부 자신이 없었다.


맨 앞자리에서 목사님의 메시지를 주워담아보려고 노력했다. 걱정과 말씀을 분리하려고 했다. 순간순간 타오르는 마음을 억누르며 말씀을 살폈다. 목사님은 이미 말씀을 이어가고 계셨다. 제목은 <영원한 삶을 향한 여정>, 마가복음 8장 31~38절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고난 받으실 것과,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실 것을 말씀하시는 장면이다.


막 8:32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붙들고 항변하매


예수님께 나아가는 베드로는 분노에 가득 차 있다. 당최 예수님이 왜 죽으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어 소리를 친다. 앞으로 우리에게는 꽃길만 펼쳐지는 것 아니었나요. 왜 성공을 앞두고 그런 말씀을 하세요. 정신 차리세요!


예수님은 사탄아 물러가라고 말씀하신다. 베드로의 실패와 사탄으로의 변모를 엿본다.


베드로와 같이 실패를 허락하시는 이유는 우리의 잘못된 방향 때문이다. 하나님의 이름을 위해서라는 위대한 명목 아래, 진짜 속마음은 어떠한지. 하나님 앞에 투명하지 못한 속내는 결국 드러난다. 하나님이 드러나게 하신다.


그러니까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찬양한다고 해놓고 사람들 앞에서 민망해지기 싫어서, 그저 노래를 잘하고 싶어서 꿈틀댔던 나의 마음을 하나님은 이미 알고 계셨을 테다. 누가 꼬집어주지 않는다면 더 오랜 시간 불순한 찬양을 했을 것이다. 어쩌면 그게 진짜 방해 아닌가.


나의 영광을 위해서, 나의 빛을 위해서, 나의 만족을 위해서 찬양한 날들이었다. 하나님이 멈추라고 하시면 멈출 수 있는지. 버리라고 하시면 버릴 수 있는지. 언제든 기꺼이 충분히, 버릴 수 있나. 방향을 바로잡기만 하면 느려도 직선으로 나아갈 수 있다. 언제 도착할 지는 몰라도 어디로 가는지는 아니까, 그게 무엇이든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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