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끔한 집에 들어가는 건 오랜 소원이었지만 그렇다고 저절로 되는 일은 없다. LH 임대 주택에 들어가기 위해 지난한 서류 작업을 겨우 마치고 이제 진짜 살기만 하면 된다. 살기만 하면 되는데…
원래는 입주 청소를 맡기려고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본격 입주 수속을 밟기 전에 딱 하루, 청소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데 그것도 평일 오전 9시부터 5시까지 가능하다. 열쇠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쪽 직원들 근무 시간에 맞춘 것이다. 그 시간은 역시 내 근무 시간이기도 하다.
결국 집을 보기 전에 믿음으로 수속부터 밟기로 했다. 입주수속 겸 청소를 함께할 메이트는 바로 남자친구. 새집 청소를 위해 월차를 낸 사람과, 남의 새집 청소를 위해 연차를 낸 사람 중 누가 더… 고작 5평 남짓한 방이지만 신축이라 공사의 흔적들이 남아있을 것이었다. 당장은 먼지투성이인 집이지만 단 한번만 제대로 청소한다면, 사는 내내 잔잔바리 청소를 더하기만 하면 될 테다. 겹겹이 귀찮고 설레는 일이다.
5분만에 입주 수속을 마치고 거대한 도마 선물과 열쇠 꾸러미를 챙겨 방으로 향했다. 방이라고 해야 할지 집이라고 해야 할지 아직은 잘 모르겠는 곳으로. 내게 익숙해져야 할 세계가 하나 더 생겼다.
도면과 상상으로만 훔쳐보던 방은 생각보다 쾌적하고도 나른했다. 창밖으로 앞동 아파트와 들판이 조금 보였다. 앞동은 맨몸으로 다닐 만큼 멀진 않지만 커튼을 허겁지겁 달아야 할 만큼 가깝지도 않았다. 주변이 개발 제한 구역이기도 해서 아마도 오랫동안 풀과 함께할 것 같았다. 도시를 좋아하긴 하지만 약간의 풀은 언제나 환영이다.
오빠와 함께 다이소에서 4만 원 어치의 청소 용품을 사들고 우선 배부터 채웠다. 그럭저럭 괜찮은 햄버거를 먹고 비장하게 집으로 돌아와, 졸려서 시들해진 오빠를 위해 30분의 낮잠 시간을 보낸 후… 나쁘지 않게 충전된 상태로 불나는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를 하면서 알았다. 내가 지금까지 얼마나 청소와 거리가 먼 삶을 살아왔는지…
요리에도 아이디어와 요령이 필요하다고 누누이 생각했다. 우리집 사람들에게 없는 그것들에 대해 자주 떠들었는데 청소에 있어서는 내가 그런 사람이었다. 물티슈와 걸레와 정전기 청소포로 온집을 닦는 내내 조금 어색했다. 정전기 청소포는 초면이었고 어쩐지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간 채로 실속 없는 사람이 된 느낌이었다. 오빠가 화장실에서 주방으로, 베란다와 거실 바닥으로 재빠르고 스무스하게 옮겨가는 동안 나는 천장과 벽, 장롱과 신발장, 설거지를 맡았다. 그의 실력은 거의 청소 전문 업체와 같았고, 나는 7교시가 끝난 뒤 과학실을 청소하는 고등학생 같았다.
내집을 쓸고 닦는 일도 당연히 혹은 자연스럽게 되는 일인 줄 알았다. 역시 저절로 되는 일은 없었고 나는 앞으로도 내 앞에 놓인 노동과 습관의 영역들을 하나씩 터득하게 될 것이다. 삶은 터득과 배움의 연속이라는 걸 깨달으면서… 나를 꼭 닮은 공간을 채우고 비우고 꾸리는 동안 어떤 마음을 품었다 버리고 다듬게 될지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