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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Mar 28. 2022

면접에 떨어진 후에 든 생각

지난번 본 화상 면접 결과가 나왔다. 떨어졌다.


결과를 기다리며 떨어질 수도 있다고 생각했기에 크게 실망하진 않았지만 기분이 좋을 리도 없다.

그런데 기분이 나쁜 와중에도 상반된 감정이 든다.


다행이다.

왜?

붙으면 걱정 하나가 있었다. 화상 면접 덕분에 서울까지 면접을 보러 가지 않은 건 좋았지만 만약 합격한다면 본사에 가서 한번은 교육을 받아야 한다는 거였다.

내가 사는 곳에서 서울이 엄청 먼 곳은 아니지만 가기 쉬운 것도 아니었다.


나를 어릴 때부터 쭉 엄마 차를 타고 다녔다. 특수학교에 다닐 때는 학교 버스가 있었지만 대학 입학 후부터는 언제나 엄마와 함께였다. 대학 생활, 첫 직장 출퇴근, 그 후에 장거리 면접이나 워크숍 등. 언제나 엄마의 차로 이동했다.


엄마는 내가 어릴 때부터 나를 안아 들어서 옆좌석에 태우고, 뒷좌석엔 휠체어를 실었다. 휠체어 무게도, 내 무게도 항상 감당해야 했기에 우리 엄마 팔이, 어깨가 멀쩡할 리 없었다.


그래서 작년부터는 엄마 차가 아닌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엄마가 나를 들지 않도록.


이제는 익숙하게 외출할 때 장애인 콜택시를 탄다. 가까운 병원을 가거나 쇼핑이나 볼 일이 있을 때는 장애인 콜택시를 부른다.


그런데 문제는 장거리였다. 장애인 콜택시는 각 시마다 운영하기에 자신이 사는 곳만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 전에는 관외 이용이 가능했다고 하는데, 내가 이용했을 때는 병원 이외에는 다른 지역으로 갈 수 없는 상태였다.     


그러니 만약 채용이 붙어도 서울 갈 일이 막막한 상태였다. 코로나 확진자는 더 많이 나오니 장애인 콜택시는 계속 관외 지역까진 이동할 수 없는 상태였다. 엄마는 내가 붙으면 다시 한번 장애인 콜택시에 문의를 해보겠다고 했지만 규정상 안 되는 걸 해달라고 할 수 있나 싶어 괜히 서로 감정만 상하는 건 아닐까 걱정했다.

    

‘다행이다’라는 감정은 그런 트러블을 만들지 않아도 된다는 안심에서 온 것이다. 서울에 갈 방법을 굳이 찾지 않아도 되니까. 오히려 떨어진 게 마음이 편하다는 아이러니가 발생한다.


이런 이동문제는 나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하철에서 장애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장애인들이 이기적이라는 기사가 뜨고 한 뮤지컬 배우는 SNS에 장애인 시위에 대한 불평을 올렸다가 논란이 되자 삭제 후 사과문을 올렸다.


이번 대선에서 앞으로 여당이 될 당의 나와 동갑내기 당대표는 약자에 대한 혐오를 아무렇지 않게 내뱉으며 장애인 시위를 제지한다고 말한다.


내가 가진 일상의 불편과 고민은, ‘다행이다’라고 생각하는 아이러니한 감정과 익숙하게 습관처럼 찾아오는 단념은 이런 사람들에게서 비롯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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