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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파 Feb 24. 2022

첫 화상 면접을 보며

나는 면접을 많이 보진 않았다. 대학 입시 때 두 번, 취업 때문에 두 번 면접을 봤다.


대학 입시 때는 학교마다 면접 스타일이 달랐는데 한 곳은 질문 세 가지 중 하나를 내가 선택해 답하는 형식이었다. 대답 속의 얼마큼 지식이 있는지 내가 어떤 가치관인지, 뭐 시험 문제를 푸는 거 같은 면접이었다.


다른 한 곳은 이 학교, 이 학과에 지원하는 이유 같은 무난한 면접이었다.


면접을 앞둔 내가 준비했던 예상 질문과 답변 외에도 옷과 신발이 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지만 복장이나 머리 스타일도 면접 준비 중 신경 쓰이는 요소 중 하나다.


나는 발 부분이 불편해 딱딱한 신발을 잘 신지 못해서 그 당시 내 발에 구두를 맞췄다.


나처럼 발이 불편한 장애인들에게 맞춤 신발을 만들어주는 곳이 있었는데 서울에 있었다.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 가족 모두가 방학 때 찾아가 신발을 맞췄다.

그 신발은 주로 면접용 신발이 되었다. 또 평소 입지 않는 빳빳한 재질의 바지와 셔츠를 입었다.


보이는 것은 참 중요하니까.

몸에 불편하지만 최대한 정장처럼 보이기 위해 불편한 옷을 꾸역꾸역 입었던 기억이 난다.


처음이니까, 요령이 없어서 그랬던 거 같다. 언제부턴가 그 구두는 신지 않았고, 몸을 불편하게 하는 옷보다 단정한 옷에 초점을 맞춰 입었다.


그렇게 하나씩 나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 나가지만 여전히 면접은 부담스럽고 긴장된다. 특히 취업 면접은 더욱. 하지만 이 취업 면접 자체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다행이라고 여겨야 할 순간이 있다.


장애인인 나한테는.


일단 일자리가 없다. 나처럼 지방에 산다면 더욱. 그래서 나는 재택근무를 찾았다. 집에서 일하면 회사가 서울에 있든, 제주도에 있든 상관 없을 테니.


실제로 약 1년 정도 미국에 있는 해외직구 회사에서 재택근무로 일하기도 했다.


하지만 재택근무를 구하는데에도 난관은 존재한다.


면접이야 당연하니 난관이라고 보기도 그렇지만, 합격 후 며칠 동안 본사 교육을 해야 한다거나 주 1회 또는 한 달에 한 번 출근이라는 말만 있어도 포기를 하게 된다.


면접 한번 가는 것도 장거리를 가야 하니 무리가 되는 편이라 주기적으로 가야 할 일이 있다면 포기를 하는 게 낫기 때문이다.


그렇게 이것저것 고려를 해서 지원할 곳을 찾는데 요즘은 반가운 문구를 종종 발견한다.


*화상 면접*


비대면, 재택근무처럼 코로나 시대에 생겨난 산물 중 하나.


면접을 보러 가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여러 가지 부담이 사라진다.


하루를 소비해서 장거리를 다녀오지 않아도 된다. 어딜 갈 때마다 엄마의 동행이 필요하기에 면접을 보려면 엄마 일정도 맞춰야 한다. 내비게이션을 켜고 온 신경을 바짝 세우고 가지 않아도 된다. 오고 가는 길, 점심, 화장실 등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진작 이랬으면 참 좋았을 텐데.


코로나로 인해 생긴 현상이니 좋은 점이라고 할 순 없으나 생각지 못한 편의를 받은 셈이다.


장거리 면접에 대한 부담이 사라지고, 재택근무가 많아지니 지역적인 문제가 사라진다.


장애인인 나 혼자만 나가지 못할 때는 받을 수 없는 혜택이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나도 그 기회를 잡을 수 있게 된다.


문득 씁쓸하면서도 부정할 수 없는 변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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