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렉기타는 까다로운 아기 같았다

by 하이라이트릴

“나미야, 이제 넌 우리 식구니까 말 놓을게.”

헤이즐 선배가 말했다. 그 말이 왜 그리 따뜻하게 들렸는지 모른다.


“이거 잡아봐. 일렉기타야. 이건 이펙터.”

잭 선배가 건네준 것은 자주색, 낡고 묵직한 일렉기타와 손바닥만 한 오락기기처럼 생긴 이펙터였다.

“이건 우리 밴드 거야. 이제 네가 써.”


조심스럽게 기타를 잡고 줄을 튕겨보았다. 틱틱—쇠줄이 힘없이 울렸다.


“나도 고등학교 때 클래식 기타 쳤었어.” “근데 일렉은 주법이 전혀 달라. 성격도 완전히 다르지.” “클래식 기타가 남성적인 악기라면, 일렉기타는 여성적인 악기야.”


‘어?’ 순간 멈칫했다. ‘일렉기타가 여성적이라고?’ 강한 디스토션 톤을 뿜어내는 그 소리가?


선배는 엠프에 선을 연결하고 말했다.

“쳐봐. 곧 알게 될 거야.”


징~ 징~

분명히 줄 하나만 쳤는데, 옆줄들까지 동시에 울렸다. 소리가 번졌다.


“일렉은 말이지, 안 쓰는 줄까지 다 ‘관리’해야 돼. 이 손으로 소리가 안 나게 눌러줘야 해. 안 그러면 다 울려 퍼져.” 선배가 손을 가져다 댔다. “나도 이거 익숙해지느라 고생했어.”


그제야 이해가 갔다. 섬세하다는 말의 의미가.


클래식 기타는 털털하다. 손톱과 손가락 살이 닿는 각도에 따라 소리가 다르긴 해도, 내가 치지 않는 줄까지 신경 쓸 필요는 없다. 그에 비해 일렉기타는 까다롭다. 연주하는 줄도, 안 하는 줄도 다 돌봐야 한다. 한마디로 까탈스럽고 예민한 아기 같았다.


그리고 이펙터. 이건 또 뭔가. 사운드를 조합하는 법칙은 전혀 이해되지 않았다. 결국 선배가 만들어주는 톤을 그대로 따라 치는 수밖에.


피크 하나만으로도 톤이 달라졌고, 전자기기의 조합으로 상상도 못한 소리들이 튀어나왔다. 강한 드라이브 톤, 공간감 있는 리버브, 짧고 경쾌한 펑키 톤까지— 사운드는 무궁무진했다.


“하나, 둘, 셋!” 합주가 시작되자, 드럼과 베이스가 울렸다. 그 위로 잭 선배의 기타가 들어왔다. 깔끔한 반주와 선명한 솔로. 눈과 귀가 사로잡혔다.


더 놀라운 건, 선배가 이 모든 걸 독학으로 익혔다는 사실이었다.


연주가 끝나자, 선배가 악보를 던져주었다. “이번 달 말에 공연 있어. 이 곡 연습해.”


악보는 TAB 악보였다. 기타 모양을 그대로 옮긴 것처럼 되어 있어 직관적이었다. 내 파트는 두 개 음만 누르면 된다.


‘할 수 있겠는데?’ 하지만 막상 쳐보자, 지이이잉— 옆줄 소리가 자꾸 섞였다. 뮤트가 실패였다.


공연까지는 2주. 시간은 많지 않았다.

keyword
이전 04화합격은 정해져 있었지만, 오디션은 꼭 봐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