윙어스에서 기타 멤버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실력이 필요했다. 말이 쉽지, 하루가 가도, 일주일이 지나도, 두세 달이 흘러도 내 기타 실력은 제자리걸음이었다.
대학교 시절, “하루 10분이라도 기타 연습은 반드시 하자”가 내 철칙이었지만, 스케줄 근무라는 승무원의 업무 특성상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기타를 알려주겠다는 잭 선배님과도 서로 엇갈린 스케줄 탓에 연습은 계속 미뤄졌다.
결국 결심했다. 사설 기타 교습소를 알아보기로.
일렉기타 커뮤니티에 가입해 레슨생 모집 게시판을 샅샅이 뒤졌다. 조건은 단 세 가지.
첫째, 집에서 버스로 한 번에 갈 수 있을 것.
둘째, 내 스케줄에 맞춰 레슨 시간이 유동적일 것.
셋째, 레슨비가 감당 가능한 수준일 것.
그렇게 찾은 곳은 용산 효창공원 근처의 ‘블론드로라 합주실’.
선생님과 연락해 약속을 잡고 직접 방문했다.
주택가 골목 끝, 낡은 빌라의 지하로 내려가니 간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BLONDERORA STUDIO’.
똑똑똑. 문이 열리고 키 크고 머리 긴 남성이 나를 맞았다. 문을 열자마자 밀려드는 냄새. 다 마신 술병,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옷가지들, 컵라면 그릇, 담배꽁초와 재떨이…
‘그냥 나갈까.’ 순간 고민했다. 하지만 이미 따라 들어오라는 말에 안으로 들어섰다.
그 지저분한 공간을 지나 문 하나를 더 열자,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기타 10대가 가지런히 거치되어 있고, 컴퓨터와 믹서, 방음이 잘 된 스튜디오. ‘오! 괜찮은데?’
“기타는 처음이세요?” “일렉기타는 처음이지만, 대학 때 클래식 기타는 좀 쳤어요.”
“자, 이거 잡아보세요.” 지이잉. 줄 하나 튕겼을 뿐인데 선생님이 말했다. “음, 초보시구나.”
“오늘은 피킹 연습 간단히 하고, 짧은 곡 하나 들어갈게요. 저는 매 시간마다 레슨을 녹음해서 드려요. 틀리면? 안 틀릴 때까지 계속 녹음 갑니다. 레슨 시간은 정해진 1시간이지만, 완성될 때까지는 시간 제한 없어요.”
‘와, 되게 철저하시네…’
선생님은 거친 드라이브 톤으로 짧지만 멋진 연주를 선보였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가슴이 뛸 정도로 설렜다. ‘나도 언젠가 저렇게 칠 수 있을까?’
간단한 운지이지만 박자에 맞추고, 뮤트까지 신경 쓰려니 여간 어려운 게 아니었다. 열 번쯤 연습 후 바로 녹음에 들어갔다. 결과는 참혹했다. 소리는 저렴했고, 박자는 틀렸고, 뮤트는 엉망이었다.
선생님의 모범 연주와 번갈아 들으니 도저히 비교도 안 됐다. 두 시간이 다 되어가던 즈음, 다음 레슨생이 도착했다. “잠깐 기다려요.” 선생님은 그 학생에게 말한 후, 두어 번 더 나의 연주를 녹음해 주었다.
그중 가장 나은 버전을 골라 CD에 담아주며 숙제를 내주었다.
• 오늘 곡 완성도 높이기
• 손가락 풀기 연습
• ‘5도권’ 운지 외우기
‘효율적이다. 이런 레슨 방식, 딱 내가 원했던 거야.’
“이렇게 가르치는 건 저밖에 없을 거예요.” 자부심 가득한 선생님의 말이 허언처럼 들리지 않았다.
지저분한 합주실에 대한 첫인상은 어느새 사라졌고, 이곳에서라면, 이 선생님과 함께라면,
비행 스케줄이라는 악조건 속에서도 나도 기타 실력을 키울 수 있을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