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캘리포니아, 내 인생의 하이라이트

by 하이라이트릴

코로나 팬데믹. 책속에 파묻혀 지내던 그 시절, 나를 깊이 흔드는 한 권을 만났다. 대니얼 케이블의 ‘인생전환 프로젝트’. 그 책은 내게 중요한 개념 하나를 선물했다.


‘하이라이트 릴(Highlight Reel)’

– 내 인생의 명장면. 반복 재생함으로써 행복감을 느끼고, 꿈과 목표에 다가가도록 이끌어주는 기억.


그 문장을 읽는 순간, 선명하게 떠오른 장면이 있었다. 내 인생의 명장면은 바로 ‘호텔 캘리포니아’였다.


2015년 11월, 광화문 아시아나 본사 로비 무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듯 따뜻하게 반짝이던 조명 아래, 사장님과 팀장님, 파트장님이 모두 객석에 자리한 그 날. 나는 무대 위에 섰다. 이보다 더 떨릴 수는 없었다.


공연 준비 중 잭 선배는 내게 기타 반주만 하라고 권했다. 준비 시간도 부족했고, 솔직히 나는 성실한 세션 연주자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사실 ‘호텔 캘리포니아’는 내가 기타를 처음 잡던 2005년에도 한 번 연주했던 곡이었다. 그때는 말 그대로 망쳤다. 전기 코드도 못 꽂고, 하이라이트 화음도 엉망이었다. 시간은 많았지만 연습은 게을렀고, 무대는 그대로 실패로 끝났다.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나는 무대 위에서 솔로를 하고 싶었다. 지금이 아니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직감이 들었다. ‘호텔 캘리포니아’는 기타 두 대가 주고받듯이 연주하는 솔로와 화음이 인상적인 곡. 이번엔 꼭 해내고 싶었다.


“선배님, 기타 솔로 같이 연주하고 싶어요. 정말 열심히 할게요.” “할 수 있겠어? 그냥 반주만 하지 않을래?” 선배는 반신반의했지만 끝내 내 간절함을 믿어주었다.


나는 불붙은 듯 연습에 매달렸다. 쉬는 날이면 남편이 운영하는 기타 가게에서 하루 종일 연습했고, 비행 중 승무원들이 쉬는 휴식 시간에도 이어폰을 꽂고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해외 체류 중엔 여행용 기타를 챙겨가 호텔 방에서 한 발짝도 나가지 않고 손가락을 움직였다. 4살 딸은 시어머니께 맡긴 채, 내 머릿속엔 오직 호텔 캘리포니아뿐이었다.


공연 당일, 인트로는 내 단독 연주였다. 손에 땀이 배었지만, 연습은 배신하지 않았다. 내 손가락은 줄 사이를 춤추듯 미끄러졌고, 모니터에서는 선명한 음색이 흘러나왔다. 나 자신에게 속삭였다. “잘했어. 시작은 좋아.”


드디어 듀오 연주가 시작되었다. 잭 선배의 연주에 호흡을 맞추며 반주를 했다. 용수철처럼 줄을 눌렀다 당기며 음을 만들었고, 손엔 다시 땀이 맺혔다.


그리고 마지막 화음. 2005년 그 무대에서 망쳐버렸던 바로 그 부분이었다. 이번엔 달랐다. 선배와 내가 맞춘 화음은 빈틈없이 울려 퍼졌고, 연주는 완벽하게 끝났다. 터져 나오는 박수 소리 속에서, 나는 온몸으로 전율을 느꼈다.


그 공연 후, 나는 둘째를 임신했고, 그 이후로 아이를 키우며 이 기억을 묻어두고 살아왔다. 하지만 코로나라는 멈춤의 시간 속에서 이 장면이 다시 떠올랐고, 나는 그것을 ‘나의 하이라이트 릴’로 저장했다.


‘나는 할 수 있다.’

그 공연은 내가 처음으로 자기 효능감을 뚜렷하게 느낀 순간이었고, 내가 어디까지 도전할 수 있는지를 증명한 무대였다.


나의 하이라이트릴, ‘호텔 캘리포니아’는 앞으로 나아갈 길을 비춰준 이정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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