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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쏘피쌤의 책장 Oct 08. 2023

어쩌다 편집자가 된 리더

맨땅에 헤딩 삽집 공저 3개월의 기록

"리북스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23년 6월 25일 호기롭게 블로그에 공저 프로젝트를 선포했다. 함께 북클럽을 이끌어주고 있는 리더들에게 같이 [영어 책 읽는 북클럽 사람들] 주제로 책을 써보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여덟 명이 함께 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해 주었다. 아쉽게도 세 명은 스케줄 조정이 힘들어 초반에 포기해야 했다. 그렇게 다섯 명이 함께 책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멤버 모두 책 쓰기는커녕 글쓰기도 처음이었다. 가진 것은 오직 목구멍까지 차오른 하고 싶은 말뿐, 지식도 요령도 없었다. 맨땅의 헤딩 삽질 퍼레이드가 시작된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혹시 [함께 책 쓰기 프로젝트] 시작하는 이들에게 조금이라 도움이 될만한 우리들의 삽질리스트를 적어보려고 한다.




 두리뭉실 얼레벌레 초기세팅이 가져온 대재앙



구체적인 규칙을 정하지 않은 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리더를 따로 뽑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

금전적인 지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1. 구체적인 규칙 없는 경우 생긴 문제점


 서로 친분 있는 관계에서 시작한 공저 프로젝트로, 함께 배려하며 협력하자는 결의만 있었지 세부적인 규칙을 정하지 않았다. 예를 들어 '초고 제출 날짜를 어길 시 두 번째에는 이유여하 불문한고 프로젝트에서 빠진다. 이를 관리하는 멤버를 따로 정한다. 병입원등의 경우는 규칙에서 제외한다.' 등등 함께 일하면서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관리하기 위한 방침이 없었다. 그런 탓에 약속이 어겨질 시 유야무야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바쁜 멤버는 늘 바빴고, 역할을 나눴음에도 열심히 하는 사람은 정해져 있었다.


2. 리더를 따로 뽑지 않고 일을 진행했다.


 여섯 명이 함께 책을 쓰기로 한 후 따로 리더를 뽑지는 않았다. 모두가 리더가 되어 각자의 역할을 찾아 공평하게 기여하자는 취지였다. 초반에는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하며 단계마다 열정적으로 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족스러웠다. 좁혀지지 않는 방향성의 차이는 처음에는 작아서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 차이가 걷잡을 수없이 커져갔다. 결국 중재자의 부재는 프로젝트를 산으로 데려다 놓았다.


3.  금전적인 지출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지 않았다.


 어떤 프로젝트라도 금전적인 지출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므로 프로젝트 초기 세팅단계에서 금전적 지출에 대한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 예를 들어 공저를 기획함에 있어 출판사 섭외가 안 되는 경우 자비출판 또는 전자출판등 대안을 생각해야 한다. 자비 출판에는 출판사와 함께 협업으로 진행하는 경우와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두 가지 경우가 있는데 두 경우 모두 어쨌든 돈이 든다. 이러한 경우의 수를 처음에 합의 보지 않는다면 중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돈은 가장 예민한 문제이므로 다수결로 결정하는데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초기에 이 부분을 간과했고 반대의견이 있으면서 결국 자비출판의 대안은 포기해야 했다.






삽집을 메꾼 시즌 2: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1. 그룹 프로젝트는 사공이 필요하다


 여럿이 함께 일을 함에 있어 리더는 반드시 필요하다. 결정된 사항이 있더라도 최종적으로 실행해 줄 사람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공저 프로젝트는 책의 방향성을 잡고 조정해 주는 역할은 중요하다. 출판사와 함께 진행하는 경우 이 역할을 편집자가 해줄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외부에서 섭외하거나 내부에서 적임자를 찾아야 한다.


 우리 책은 '북클럽에서 영어책 읽기'의 경험이 주 테마라는 점을 고려해 북클럽 리더이기도 한 내가 편집자 역할을 맡았다. 책 쓰기도, 글쓰기도 문외한인 내게 리더를 맡긴 또 다른 이유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을 높이 평가해 준 것 같다.



2. 중요한 건 책이 아니라 이야기다.


 책을 쓰겠다고 마음먹고 나서 처음에는 우리가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편하게 글로 쓰기 시작했다. 우리의 목적은 처음도 끝도 하나 '원서 읽기 영업'이었다. 하지만 글을 쓸수록 '출판'이라는 커다란 그림자가 눈앞을 가로막았다. '이 글이 책으로 나올 수 있을까?', '이 책이 잘 팔릴까?' 여러 생각들이 들면서 글쓰기는 점점 어려워졌다. 마치 주인공이 바뀐 드라마처럼 출판에 대한 걱정이 마음속에 가득했다. 3개월 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결론은 '종이책으로 출판이 안 돼도 좋다'였다.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자. 비겁한 찌질이라고 욕해도 괜찮다. '우리의 생각이 화면 속 글자에 그치더라도 진심을 담아 하고 싶은 이야기를 쓰자!'라고 마음먹으니 다시 펜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함께 책 쓰기 프로젝트' 4개월 차 아직도 무수한 삽질이 예상되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다시 신나게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며 우리의 소중한 이야기를 엮어나가면 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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