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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리장인 Oct 27. 2023

아파트에서 운동할 때 일어나는 일 첫번째

사소하지만 그들의 의지가 느껴지는 것들

 난 야외에서 운동을 즐긴다. 브런치에 쓴 적이 있는데, 읽어보신 적이 있다면 아실 것이다.

 추울 때나 더울 때나 옷가지 수의 차이만 날 뿐이다. 문제는 너무 추울 때는 폰이 견디기 힘들어해서 배터리가 빨리 소모된다. 최근 여름을 맞이한 이후 운동 강도를 올리면서 하루하루를 열심히 보내고 있는데, 아파트 단지에서 운동하다 보면 주위에선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의 행동 양식을 확인할 수 있다.




1. 마늘을 까는 할머니

 내가 운동하는 장소 안, 그러니까 배드민턴장 안에는 정자가 하나 있는데, 막 트여있지는 않지만 안락하게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장소이다. 개인적으로 금연 구역이라는 이점까지 포함한다면(나에게는) 아파트 단지 내 가장 쾌적한 정자인 것 같다. 그곳은 담소 나누기 좋은 곳이기도 한데, 그 할머니는 햇볕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 날씨가 정말 좋을 때 딱 한번 모습을 비춰주셨다. 사실 얼굴은 기억이 잘 안 난다. 하여튼 이 같은 모습이 흔해 보일 수 있지만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상적이면서 특별한 일이라 생각해서 기억에 남는다. 나도 몇 번 마늘을 까보니 손도 맵고 눈도 매워서 여간 고된 게 아닌데, 바람과 하늘을 벗 삼아서라도 하면 그나마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힘을 덜 들이고 할 수 있는 일인 듯하다. 그래서 아마 할머니께서도 그 자리를 콕 집어서 나오신 게 아닐까 싶다.



2. 여러 체육 활동을 하는 여자 아이들


 체육 활동이라고 하면 남자아이들이 더 좋아할 것 같지만, 운동하면서 지켜본 나는 생각이 다르다. 여자 아이들이 훨씬 다양한 체육 활동을 즐기는 것 같다. 공놀이는 기본이고 피구, 축구, 야구 등 종류도 다양하다. 야구는 심지어 장난감 같은 야구 방망이를 가져와서 두 명이서 던지고 치며 즐기기도 한다.  그런데 남자아이들이나 나이가 많은 언니들이 들이닥치면 구석으로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흑...


 내 옆에서 철봉을 따라 하기도 하는데, 삼단 철봉을 거슬러 올라가는 진기명기를 보여주기도 한다. (일단 나는 못할 것 같다.) 내 모습을 관찰하더니 '풀업'이나 '머슬업'*을 보면서 '어른은 돼야 할 수 있나 봐'하면서 호기심을 비추며 따라 해보기도 한다. 이상~하게 남자아이들은 근처에도 안 오고 따라 하지도 않는다. 활동성의 문제인지 호기심의 문제인지... 때로는 내가 검은색 복장에 마스크와 모자까지 하고 있어서 무서워서 그러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그러면 여자애들은??

*턱걸이하면서 봉 위로 올라가는 기술



3. 축구와 자전거를 즐기는 남자아이들

다른 동네도 그렇겠지만 아파트 창문이나 차량에 피해를 입힐 가능성 때문에 야구, 축구 같은 공놀이는 엄격히 제한된다. 엄격히... 라기보다는 경비아저씨분들이 이를 모두 모니터링하는 것은 불가능하긴 하기에 최대한 제재를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몇 번 경고를 들었을 텐데 아이들은 어떻게든 공놀이를 한다. 과하지만 않으면 집에서 컴퓨터나 폰 만지는 것보다야 백번 낫다. 허슬플레이하면서 웃고 울고 즐기며 공을 다이나믹하게 갖고 논다. 이외에도 공놀이가 아니면 대부분 자전거를 타고 노는데, 네발 자전거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나 어릴 때는, 네발 자전거도 자주 탔고, 운동신경 부족과 위험성이 가장 큰 이유였다. 스케이드 보드, 인라인 스케이트 역시 균형 잡는 데는 무리가 많은 나에겐 무리였다. 지금도 못 탄다. 요즘 어린 친구들은 하나같이 본인 몸 2배만 한 자전거를 타고 다니니 담력도 운동신경도 대단하다. 땅에 발도 안 닿겠구먼... 아마 네발 자전거는 판매율이 많이 저조하지 않을까 싶다. 아 물론 두 발 자전거를 지금은 탈 수 있다. 험악한 교통 환경을 가진 중국에서 배웠다.............. 역시 역경이 필요하다.



4. 매일 걷기를 실천하시는 분


나이가 40~50세 정도 되어 보이시는 아저씨가 계신데, 지팡이와 함께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항상 아파트를 걸어 다니신다. 정확히는 오른 다리이신 것 같다. 왼쪽에 지팡이를 짚고 다니시기 때문에 알 수 있었다. 나는 일주일에 4일 정도 운동을 나가는 편인데 최근엔 6일 정도로 늘리고 있는 중이다. 취업준비 때문에 항상 긴장되어 있는 몸을 야외활동을 통해 유연하게 만들어야 할 것 같기 때문이다. 여하튼 운동 나갈 때마다 오후 5시쯤이면 아파트를 돌다 오시는 건지 내가 운동하는 배드민턴장에 오셔서 여러 바퀴를 도신다. 한 바퀴 돌다가도 반바퀴를 여러 번 도셔서 정확히 몇 바퀴인지는 모르겠다. 최소 6바퀴는 도시는 것 같은데, 나는 멀쩡한 몸으로도 하루하루 나오기 힘들어하는데, 불편한 몸을 이끄시고 나오는 그 의지가 정말 감탄스럽다. 아마 매일 나오시는 게 아닐까?


5. 숏폼 찍는 미래의 여자 아이돌들?


사실 릴스라 해야 할지 쇼츠라 해야 할지 어디에 업로드하려고 춤을 추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여자 아이들은 스마트폰을 들고 춤을 추고 있다. 그런데 한 무리가 아니라 여러 무리가 찍는 걸 보고 생각보다 숏폼의 영향력이 크다는 걸 생각했다. 꽤나 열심히 찍는다는 것을 알게 된 게 내가 1가지의 운동을 30분 가까이 시행하는데 마무리할 때까지 숏폼 하나에 시간을 소비하는 걸 보면 꽤나 긴 시간 동안 열의를 다해서 촬영하는 것 같다. 애들이 어설프지도 않고, 생각보다 잘 추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빤히 쳐다보고 있진 않는다. 나도 휴식 시간 때 얼핏 얼핏 보니까 아는 것일 뿐이다. 그나저나 숏폼의 효과 덕분인지 미래의 K-팝이 밝아 보인다. 이렇게라도 예술의 재능을 꽃피우는 거지...




이렇게 다섯 가지를 알아봤는데 솔직히 너무 길면 다 안 읽을 거라고 생각한다. 지금 이만큼 쓴 것도 아마 이미 좋아요 누르고 안 보시거나 안 누르고 안 보시거나 할지도 모른다. 브런치 글이 종이책도 아니니만큼 최대한 숏폼을 따라가고자 하는 바이다. 궁금하실지 모르지만 다음에 part.2로 다시 찾아뵙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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