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만 했을 뿐인데
제가 운동하는 장소 근처에는 자주 마주치는 아파트 청소하는 아주머니 한 분이 항상 지나다니십니다. 최근 두세달 동안 여러번 뵌 분인데 눈을 마주칠 때마다 웃으면서 먼저 말씀을 걸어주셔서 언제부턴가 저도 인사를 먼저 드리곤 했습니다.
나이도 있는데 백수다보니 다소 부끄러운 마음에 예전에 비해 이웃분들께 인사도 잘 안 하게 됐는데, 인사할 명분을 만들어주셔서 너무 감사한 분이었죠.
어제는 수돗가 근처에서 뭔가를 씻으시더니 다가오셔서 살구를 주셨습니다. 비닐에 살포시 싸여서 말이죠. 개인적으로 사실 살구인지 자두인지 구별이 안됐습니다. 제 능력 밖이었으니까요... (아마 살구로 추정됩니다.)
"젊은 사람이 이렇게 더운데 맨날 운동을 해?"
"그냥 몸 관리하는거에요 ㅎㅎ"
"이거 먹고 해."
"아 감사합니다!"
"인사를 너무 깍듯이 해서 주는거야~"
"감사합니다~"
이외에도 짧은 응원의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평소 어린애들이 아닌 이상 거의 90도에 가깝게 인사하는 버릇(?)이 있다. 조금이라도 예를 덜어내면 괜히 버릇 없어 보일까 걱정 되기 때문입니다. '저 예의 발라요.' '저 아주 매너 좋습니다.'를 말한다기 보다는, 억지스럽더라도 예의를 습관으로 만들어가려는 시스템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그러면 제가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말이죠. 덕분에 맛있는 과일 하나를 받았네요. 이런 작은 인연과 나눔이 생각보다 큰 기쁨으로 다가왔네요.
한 주 한 주 연재글이 있긴 한데 이번엔 짧은 글을 한번 올려보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