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처럼, 하염없이
글을 배우고픈 사람들이 모인 집단은 모든 유형의 학생들을 무자비하게 몰아넣은 ‘교실’의 분위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보다 잔잔했고, 보다 넘쳐났다. 무엇이 넘쳤는가?라고 묻는다면… 안타깝지만 나는 그 느낌이 무엇인지 설명할 길이 없다. 그저 그 공간을 마주한 순간 내 눈에 빛이 스며들었음은 분명했고 나를 스친 바람이 아름다웠음이 선명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과 같은 취미를 공유한 채 가지는 만남이란 참 기분이 좋은 것이다.
다만 안타깝게도 나는 내향적인 데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역겨워하는 편이었다. 대인기피증, 시선공포증 뭐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수많은 사람들이 한대 모여있는 모습이 사뭇 징그럽게 느껴졌다. 시내에 나가면 백에 백은 그런 느낌을 받고는 했다.
그것과 별개로 정말 낯가림이 진짜 심한지라 사람들과 말을 트기는 정말 어려웠다.
내 반의 선생님을 뵌 순간 느낀 감상은 ‘와 인맥 넓을 것 같다.’였다. 자연스러운 몸짓, 자신의 위치를 알리면서도 친근하게 보이는 태도, 무엇보다 사람을 충분히 웃길 수 있는 재치까지. 첫 만남부터 막 그렇게 대단한 느낌을 받지는 않았고… 그저 좋은 사람인 것 같다는 생각만 들었다.
저분의 재치와 인상이 부럽다는 생각도 했다.
이제 와서 다시금 생각해 보건대, 나는 정말 운이 좋았다.
이곳에 올 기회를 얻고, 합격을 하여, 우연히 배정된 반이 이곳이라서, 그래서 저 선생님을 만나서.
여태 사소한 일에서 운이 정말 나쁜 적이 많았다. 남을 도우면 내게 복이 돌아올 것이란 신빙성 없는 생각을 믿음이랍시고 선행을 베풀기를 몇 년.
과거의 나를 진심으로 칭찬해 주겠다.
친절한 사람이 되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너는 기어이 좋은 사람들을 만날 테니.
그 선생님은 마치 바람처럼 떠날 듯 하염없이 맴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