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첫 화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해보자 한다. 참고로 이번 화는 이전 두 개의 프롤로그와는 약간 다를 것이다. 이것은 인간 탐구 일지라는 글의 목적을 보여준다고 할까.
다만 프롤로그가 너무 긴데? 라는 생각이 든다면… 할 말은 없겠다만 이것 하나는 일러두고 싶다.
이 글은 철없고 무심한 학생의 관점에서 다양한 인간들을 보며 사색하고 변화하는 이야기다. 프롤로그는 그런 학생이 다른 사람을 관찰하기로 결심하기까지의 내용을 담고 있으니 당연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
공부할 시간에 사색이나 하고 있는 학생이 어떤 세상을 보고 있는지 궁금하지 않은가?
생각은 모두가 할 수 있지만 그 ‘시기’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기도 한다.
물론 내가 이 글을 읽는 당신보다 생각이 깊으리라는 오만은 하지 않는다. 경험의 농도가 훨씬 적을뿐더러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조차 어려워했으니 아무렴. 그럼에도 인간과 사색을 글 속에 녹여내는 이유는, 정말 어이없지만 세상에는 삶을 이렇게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내가 인간을 탐구하여 느낀 점을 작성해 독자들의 관점을 변화시키겠어!라는, 어렵고도 복잡한 목적으로 이 글의 여정을 떠나는 것이 아니다. 나는 당신들의 의문이 열리길 바란다.
그 의문이 무엇이든, 사색이 지루한 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생각하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은 축복이니.
세상에는 의외로 사랑할 것들이 많다. 그렇지 않은가?
인간 탐구 일지는 혐오로 점 칠 된 마음에도 순수한 애정이 깃들 수 있다는, 미약한 가능성 속에서 쓰인다.
울타리 밖에서 만난 사람들은 선하지 않았다. 모두 하나 정도는 어긋나 있었다. 그런데 가끔, 선하려고 노력하는 이들이 있었고 다정하려고 애쓰는 이들이 있었다. 영원히 변화할 수 없는 본능을 평생 책임져야 할 다정한 연기로 덮어 씌우며 살아가는 자들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자니 우스우면서도 부러운 마음이 들었다.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이것이 옳다고 생각하여 선해지길 택하는 사람이라니. 그런 이들을 보면, 저것은 필히 자기만족에 불과할 것이라고— 혼자 있을 때는 나쁜 짓도 많이 할 것이라고 한심한 생각을 하고는 했다.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것은 열등감이었다.
나는 착한 사람이 아니다. 착해지려 노력도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들은 끝없이 노력하고 발전하지 않는가.
그들의 열정이 부러웠다. 비참한 질투를 멈출 수 없었다. 선한 일을 하여 스스로에게 당당해지자는 어른스러운 생각을 하기에 나는 아직 철이 없고.
다행히도 남을 돕기 꺼리지 않는 사람들은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친절하였고 그 ‘대부분’ 중에 나도 있었다. 그렇게 가까이에서 그들을 보며 생각한 것은 하나.
내가 평생 닿지 못할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아, 그래.
비참하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탐구하였다.
‘좋은’ 사람에 대하여, ‘성공한’ 사람에 대하여, ‘후회하는’ 사람에 대하여, ‘멀어지는’ 사람에 대하여….
선한 인간과 정반대의 인간을 보며.
어떤 인연은 나와 많은 시간을 함께한 반면 어떤 인연은 몇 분의 시간을 함께하기도 했다. 그저 스쳐 지나가서 다시는 마주하지 못할 사람이라고 볼 수 있겠다. 뒤 돌면 떠오르지 않을 이들일 텐데. 그런데, 그런 사람들이 자꾸만 머릿속에 맴돈다.
한 순간이나마 내게 보인 그들의 감정이 너무나 진솔하였기에? 나도 그런 감정을 겪은 적이 있었기에?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사연이 있다는 사실은 끔찍하다. 우리는 모르지만, 넘실대는 감정은 수도 없이 많다.
사실 인간 탐구 일지는 사실 ‘탐구’로 시작된 글이 아니다. 인간에 대한 의문으로 비롯된 글이니, 인간 의문 일지라고도 볼 수 있다.
선과 악에 대하여, 혐오와 애정에 대하여, 인연과 악연에 대하여, 인간과 인간에 대하여, 만남과 이별에 대하여, 생명과 죽음에 대하여, 어른과 아이에 대하여, 친구와 가족에 대하여, 감정과 이성에 대하여… 의문을 가지자.
당신들이 깊이 가지고 있던 의문들은 앞으로 쓰일 인간 탐구 일지에 나타날 것이다.
생각할 수 있는 축복을 부디 이 글에서 느껴보길 바란다.
[ 인간 의문 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