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이설 Jul 09. 2023

불편한 다리의 진실

하지불안증후군에 대해서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이 있다.

잠들기 전 다리에 불편한 증상이 생겨 수면을 방해하는 수면장애질환이다.


주로 잠들기 전에 불편한 증상이 있지만, 심할 때는 평소에도 다리에 느낌이 이상하다. 특히 그 불편함이 수면장애로 이어지는 아주 짜증 나고 불쾌한 질환이다.


몇 년 전, 나는 몰랐다.

왜 밤만 되면, 다리가 불편하고 아픈 것인지. 정확히 표현하자면 욱신욱신 거린다. 다리 어딘가에 벌레가 기어가는 것처럼 간질간질하고, 콕콕 쑤셔 아프다. 마치 다리를 누가 오랫동안 묶어 놓아 옴짝달싹 못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때 다리를 어떻게든 움직이지 않으면 안 될 것처럼 느낌이 이상하다. 특히 잠이 스르르 들려고 할 때 이런 고통을 느껴 간신히 잠들려다 도로 깨버린다. 정말 너무 힘들고, 불쾌한 증상이었다.


과거에 이럴 때마다 무조건 근육통 약만 먹으며 버텼다. 무슨 약을 먹어야 하는지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다 고통이 더 심해지면 왼쪽 다리는 엄마가, 오른쪽 다리는 동생이 맡아 내가 잠이 들 때까지 주물러 준 적도 있었다.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병이 존재하는지도 몰랐던 나는 그냥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하지만 어딘가 좀 이상한) 근육통이라고만 생각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엔 어김없이 아팠기 때문이다.


그러다 정신의학과에서 주기적으로 약을 먹고 컨디션을 체크하면서 알게 됐다. 이것은 또 다른 병이었다는 것을. 그날도 밤새 불편한 다리에 잠을 설친 후였다. 너무 힘들었던 나는 상담을 하면서 잠을 못 잔 이유에 대해 설명하다가 이 증상에 대해 말하게 되었다.


“선생님, 저 다리가 너무 아파요. 다리를 안 움직이면 불편하고, 간질간질해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선생님은 망설임 없이 답하셨다.


“하지불안증이네요. 많이 불편했을 텐데, 힘드셨겠어요.”


‘하지불안증?’

생전 처음 들어본 이상한 용어에 당황했다. 그리고 정말 가지가지하는 나의 몸에 짜증이 솟구쳤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 아픔이 정체불명의 아픔이 아니라 원래부터 존재했던 병이었다는 사실에 오히려 홀가분한 마음이 들었다. 그동안 아픔의 정체를 알았으니 말이다.


선생님은 ‘리큅정’이라는 약을 처방해 주셨다.

그리고 알약 한 알로 그날 밤이 평온해졌다.


알 수 없는 근육통이라 생각했던 과거의 수많은 괴로운 밤이 생각났다. 너무 힘들고 아파서 운 적도 많았다. 아무리 근육통약을 먹어도 고통이 사라지지 않았던 그때. 잠에 들려고만 하면 증상이 더 심해져 가위에 눌리는 날도 수두룩 했다. 그리고 다음날이면 제대로 잠을 못 자 예민해지고, 예민하니까 증상은 더 심해지고를 반복했던 날들.


생각할수록 고통스러웠던 기억이다.


정신의학과에 다니면서 내가 지니고 있던 이유 모를 아픔에 대해 하나씩 하나씩 정의 내리는 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양극성장애라는 것, 그리고 하지불안증후군이라는 것. 정신의학과를 가지 않았다면 여전히 알 수 없는 아픔에 시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정신의학과 약을 먹는 것이 싫지 않다. 무작정 근육통 약만 몇 알씩 털어 넣던 과거 고통의 밤을 생각하면 말이다.


요즘 다시 리큅정을 먹는다.

또다시 증상이 시작됐기 때문이다. 요즘엔 밤이고 낮이고 불문하고 나를 힘들게 한다. 책상에 앉아 뭔가를 하려고 하면 다리가 간질거려 몇 분을 앉아있지 못하고 일어나서 걷는다. 걷다가 앉고, 또 일어나 걷다가 앉고. 다리를 주물렀다가, 쪼그리고 앉았다가. 브런치에 글을 쓰는 지금도 이 짓을 반복하고 있다. 정말 지긋지긋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하지만 전보다 잘 참고, 전보다 꽤 의연하게 이 증상들을 받아들이고 있다. 적어도 지금 내가 겪고 있는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어떤 약을 먹어야 하는지 알고 있는 것을 다행이라 여기면서 말이다.


이전 10화 죽지 않으려고 시작한 헬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